[목포읽기-홍선기]글로벌 시대, 지역대학의 사명
목포대학교 홍선기 교수
[목포시민신문] 대학의 탄생은 처음부터 산업기반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은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 탄생한 대학은 주로 교회를 중심으로 성경 해석이나 교리 전파 같은 역할을 하였고, 교육의 중심지는 수도원이었다.
그러나 12세기부터 유럽의 도시가 생기고 성장하면서 경제나 행정의 중심이 되었고, 이에 따른 교육 수요도 증가했습니다. 당시 법학, 의학, 신학이 발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대학이라는 명칭이 생기고 체계적인 학문이 형성된 데에는 중세 이슬람의 영향이 컸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철학, 과학, 의학이 유럽으로 전파되고 재조명되면서 유럽의 기존 학문 세계와 새로운 이슬람 학문이 만나 과학과 인문의 세계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교양(Liberal Arts)이라 할 수 있는 예술(Art)에 인문과 자연과학이 포함된 것도 이 시기다. 대항해시대를 통해 전 세계의 새로운 대륙과 바다를 만나고, 새로운 자원, 인종, 문화를 접하면서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학문이 발달하게 되었다. 수리, 항해, 조선, 천문, 지리, 생물 자원 등 다양한 학문의 선구자들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철학자이면서도 수학자, 천문학자를 동시에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생물자원을 탐구하면서도 음악이나 지리 연구에 탁월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신대륙에서 수집한 많은 생물자원을 보관하는 박물관도 생기면서 박물학자들도 등장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역할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는 교육기관으로 성장하였으나, 대중화된 현대 교육기관과는 달리 귀족 계층의 조직이었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관련 신기술 개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대학도 관련 분야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소비가 늘어 대량생산을 위한 기업과 공장이 생겨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해지면서 대학 기능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
산업혁명 전후로 대학은 산업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급속히 발전하며, 고전적인 중세대학과는 달리 기업가들의 후원을 받는 새로운 시스템의 대학도 생겼다. 대학 내 학문 분야도 더욱 세분화되고 개별적으로 진화하거나 소멸하는 단계를 밟았다. 요즘은 다시 학문 간, 학제 간 통합과 융합,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깊게 뿌리내리고 높게 쌓아 올린 학제 간 벽을 허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청년인구가 감소하며 지역 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공급에 위기가 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지역 산업과 연계되어 발전해 온 대학의 역할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전남지역 주력산업인 조선해양, 에너지, 바이오, 해양수산 등의 인력 수요를 조사해본 결과, 조선해양의 경우 2027년까지 생산 기능직이 13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이슈리포트), 에너지산업의 경우 2023년까지 R&D 분야에서만 2만 1천 명이 부족하고(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바이 산업 전문인력의 경우 2027년에 10만 명(정부 관계부처 자료), 해양수산분야 전문인력은 2035년에 1만 명을 양성해야 한다고 한다(해양수산부).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중세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이상, 지역대학의 역할은 지역 주력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남의 모든 청년이 전남에 남아서 주력산업을 견인하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해준다면 좋겠지만, 이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목포대학교의 경우, 인력 수요에 기반하여 해외 우수인력을 현지에서 교육, 선별하여 한국으로 유입시켜 고도의 기능인력으로 배양하는 글로벌 유학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저개발국가처럼 한국에 조기 취업을 원하는 나라의 청년들을 위해 온라인을 이용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국립목포대학교는 인도네시아 명문대학인 ITS와 조선해양공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인바운드 복수학위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복수학위제 유학 시스템을 확장하고 타 국가로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 대학의 우수 학생을 양성하여 해외 협력대학에 유학을 보내어 우리대학과 협력대학 모두의 학위를 취득하게 하는 아웃바운드 복수학위제도 시행 중이다. 지역대학의 역할, 특히 중추적 역할을 맡은 국립대학은 지역의 산업, 사회 공동체, 그리고 지-산-학 거버넌스와의 면밀한 협력 속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의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기에 왔다. 로컬에서 글로벌로 진지한 대학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