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전남광주통합시 광역의회, ‘도농균형 혼합형’으로 설계해야 성공한다
전라남도의회 조옥현 의원
[목포시민신문]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거대한 구조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자본 집중은 심화되고,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 기반 약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지역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전남–광주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통합은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의 성패는 규모가 아니라 설계에 달려 있다.
특히 목포를 비롯한 서남권 주민들께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통합 이후 우리의 정치적 목소리가 약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다. 인구 규모만을 기준으로 광역의회 선거구를 재편할 경우, 도시권 중심 구조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존 도 단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헌법상 ‘표의 등가성’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 딜레마는 단순히 의석 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지방자치는 효율을 위한 행정 단위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의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민주주의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도서·산간·농어촌 지역은 인구는 적지만 행정 수요는 결코 가볍지 않다. 넓은 면적, 분산된 정주 구조, 교통·의료·교육 인프라의 취약성, 농수산업 중심 산업 구조 등은 도시와 전혀 다른 정책 접근을 요구한다. 이러한 지역의 대표성이 약화된다면 통합은 균형 발전이 아니라 도심 집중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전남 지역민이 “우리의 발언권이 줄었다”고 체감하는 순간, 통합은 제도적으로는 성립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실패한 통합이 된다.
해외에서도 역시 이 같은 고민을 반복해왔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결합한 혼합형 제도를 통해 인구비례성과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역시 연동형 혼합제를 도입해 대표성 왜곡을 완화하고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두 가치를 함께 담아내려는 노력은 분명하다.
전남–광주 통합 역시 ‘도농균형 혼합형’이라는 원칙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인구비례 지역구를 기본으로 하되, 권역별 정당비례대표제를 병행하고 도서·산간 지역의 최소 대표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도시의 인구 비례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농어촌의 존재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는 절충안이다. 통합은 흡수가 아니라 재구성이다. 어느 한쪽의 체급을 기준으로 재단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목포를 포함한 전남 서남권은 오랜 역사와 해양·수산·관광 자원을 지닌 전략적 거점이다. 통합 이후에도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과 정책 수요가 광역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민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방소멸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행정적 집중이 아니라 정치적 균형이다. 도시는 인구에 비례해 대표되고, 농산어촌은 그 존재 가치에 비례해 존중받는 구조. 이 균형이 설계될 때 통합은 숫자의 결합을 넘어 진정한 공동체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통합의 크기를 말하기 전에 대표성의 공정함을 먼저 세워야 한다. 그것이 전남–광주 통합을 ‘흡수’가 아닌 ‘상생’의 모델로 만드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