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내 고향에서 예술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고은총 칼럼니스트/본사 독자위원

2026-06-02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예술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생력을 갖추고, 많은 유료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청사진. 누구나 꿈꾸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술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일까? 수익에 목적을 두지 않는 복지나 봉사도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현실적으로 공공의 지원 없이는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문화예술에 귀한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예술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고, 지역 사회에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불어넣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어 버티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예술인들에게 "왜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느냐"며 온전히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목포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와 해외공연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에 지역별로 문화예술의 집중도와 지원, 방향성을 느끼게 된다. 목포는 참 뜨겁고 애잔하다. 목포에서 계속해서 예술을 하는 이도, 다시 고향 목포로 돌아온 이도, 목포를 새롭게 시작할 발판으로 찾아오는 수 많은 이들이 있다. 자신만의 예술적 스토리와 목포의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 오랜시간 밤낮으로 치열하게 준비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홍보하며, 외부 게스토와 관객을 초청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예술을 지속해 가고 있는 이들이 더욱 많다는 것은 지역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의 위로 함께 무언의 원동력이 되어 준다.

이제라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고쳐나가야 할 지점은 예술가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경직되고 불합리한 낡은 생태계 그 자체다. 국무회의에서 법과 원칙이 무너진 현실을 강한 언어와 추진력으로 돌파하려는 모습에 우리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지역 예술계 역시 고정관념과 병폐를 끊어내고 건강한 생태계로 나아가기 위한 냉철한 진단과 변화가 절실하다. 예술의 범위와 역할, 육성 방안 등 지역 예술의 수 많은 논점으로 이야기의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문화재단의 역할’이라는 본질로 귀결된다. 필자도 예술가로써 그들의 시선으로는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재단의 운영 개선과 불합리한 인사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필자는 해마다 이 시기에 공개되는 감사 서류를 통해 작은 변화의 의지를 읽는다. 특히 2026년도 예산을 미리 공개해 준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지만 공개된 숫자가 말해주는 지역 예술의 현실은 차갑게 느껴진다.

목포문화재단의 2025년의 예산과 2026년의 예산 사용 계획을 살펴보자. 운영비는 5억에서 6억 7천으로 증액되었다. 기부금은 대부분의 문화예술에 사용되는 예산으로 3억에서 1억5천만원으로 50%가 줄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단체와 개인들에게 지원된다. 문화진흥기금은 4천 6백만원 예산에서 2천만원으로 50%이상 줄어들었다. 지원하는 단체의 수도 당연히 줄어 들었다. 전문예술단체 10팀, 예술인 19명, 기획사업으로 8팀을 지원했었다면 26년은 전문예술단체 8개, 개인 16명, 기획공모 5개 팀으로 축소되어 선정되었다. 꿈의 오케스트라, 시니어 합창단과 예향문화나들이, 자체 음악회 등에 분산되었다.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생활문화는 6천5백만원에 29개 단체를 지원했다가 3천만원에 15개 단체로 축소되었다. 지원 금액인 200~350만원까지 있으며 대부분 200만원으로 1년 창작 및 공연과 활성화를 지원한다. 위 내용은 목포문화재단에 공개가 되어 있어, 관심이 있는 분들은 기부금 외에 사업비의 변화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가는 곳에 관심이 있다라는 말을 빌어 보자면, 지역 문화예술은 더욱 열약해진 셈이다.

이제 우리는 무거운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5년간 진행된 문화도시 사업, 그리고 목포 곳곳에 활기를 띠게 했던 관광거점도시 사업이 모두 종료된 후, 우리에게 남겨진 것과 앞으로 유지될 것이 무엇이 있는가? 우리 지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외부의 대규모 수혈이 끊긴 이후를 대비한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가?

더 이상 지역 예술인들에게만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지역 예술인과 지혜를 가진 선배들, 그리고 정치와 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문화예술 행정은 고도의 전문성과 깊은 철학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선거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정치 보은 인사식의 내정자를 임명하는 낡은 관행에서 문화예술은 이제라도 완벽히 자유로워져야 한다.

제발 부탁건대, 더 멀리 내다보고 건강한 생태계를 설계해 주길 바란다. 척박한 땅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우리 주변의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이 결국 이 도시를 떠나는 비극에서 예술을 팔며 지속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