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전 장애인 노동자는 법도 이중 잣대
[목포시민신문] 2014년 신안 염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장애인들이 구출되면서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염전 노동자 65명이 현장을 벗어났지만, 그중 40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 염전으로 돌아갔다. 국가가 구출한 사람들이 왜 자신을 착취한 소금밭으로 되돌아갔는지 우리는 제대로 묻지 않았다.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달리 갈 곳이 없어 내몰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당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판결문에 기록된 피해 실태는 참혹하다. 지적장애 노동자들은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넘게 염전과 식당, 농사일에 동원됐다.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고 쇠갈고리와 몽둥이로 폭행당했다. 장애인연금과 유가보조금까지 사업주가 가로챈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를 다른 염전에 보내고 선급금을 받아 챙기는 사실상의 인신매매 구조도 판결문에 담겼다.
법원은 일부 판결에서 장애인의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묵시적 주종관계’를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한다며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26년간 노동자를 지배하고 임금을 착취한 사업주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고,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 상태를 사실상 ‘노예’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같은 법원의 저울은 다른 판결에서 전혀 다르게 기울었다. 임금 6천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주거와 식사를 제공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됐다. 장애인연금까지 빼돌린 사업주도 숙식과 병원비를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상급심에서도 “오갈 데 없는 장애인을 먹여주고 재워줬다”는 점이 선처 사유로 거론됐다. 노동의 대가로 마땅히 제공해야 할 숙식을 자선과 보살핌처럼 판단한 것이다.
비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을 장기간 가로채고 자유를 억압했다면 숙식 제공이 선처의 근거가 됐겠는가. 장애인에게는 밥과 잠자리만 주면 노동권과 재산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도 어느 정도 참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누군가 거둬줘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명백한 이중 잣대다.
이 같은 이중 잣대는 가해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피해자를 다시 염전으로 돌려보낸다. 구출 이후 안정적인 주거와 생계, 의료·심리 지원, 직업훈련과 후견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익숙한 착취 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이 일회성 전수조사와 단속 실적만 내놓는 동안 직업소개소와 선급금, 사업주와 지역사회의 폐쇄적 관계는 그대로 남는다.
최근 영광에서도 지적장애 염전 노동자에 대한 감금과 폭행, 강제노동, 임금 미지급 의혹이 다시 드러났다. 관계기관이 765개 염전사업장을 조사하던 기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은 기존 점검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류와 사업주의 진술을 확인하는 조사만으로는 고립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법원은 숙식을 임금과 자유를 대신하는 ‘보살핌’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피해자를 현장에서 분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과 근로계약, 신체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법이 장애를 이유로 다른 저울을 든다면 염전의 착취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