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

김수미 한국소비자연맹 전남 목포시협회 부회장

2026-08-09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에 이어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일부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사회적 논란이 다시 확산됐다. 많은 사람들은 학생들의 행동을 비판했지만, 과연 이 문제를 학생들만의 잘못으로 볼 수 있을까?

배재고 응원 구호 논란 이후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일부 정치인은 '표현의 자유'와 '과잉 징계'를 주장하며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를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한 행위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언론 역시 구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보도와 함께 징계의 적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함께 다루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역사교육과 시민교육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다

1980년 5월 당시 나는 다섯 살이었다. 직접 광주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당시 목포에서는 광주로 향하는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들었고, 거리에는 그들을 응원하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 역시 가족과 함께 그 군중 속에 있었고,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눈 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급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린아이였지만 그날의 혼란과 긴장감, 그리고 거리의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물론 다섯 살 아이였던 나는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것이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평범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던 5·18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그날 광주로 향했던 사람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었다. 학생, 노동자, 상인, 주부, 택시기사, 버스기사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일상을 뒤로한 채 행동했고, 많은 이들이 희생을 감수했다.

그래서 오늘날 5·18을 희화화하거나 단순한 인터넷 유행어처럼 소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것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희생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볍게 여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아직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인터넷 문화 속에서 이러한 표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따라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어른들에게 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혐오와 조롱이 아닌, 역사에 대한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나에게 1980년 5월은 역사책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어린 시절 몸으로 겪었던 기억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 삶의 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5·18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정치권과 언론, 기업 그리고 어른들은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정치권은 상대를 존중하기보다 적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정책 경쟁보다 자극적인 발언이 더 큰 관심을 받고,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갈등을 확대하는 정치가 반복된다. 이러한 모습은 언론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청소년들은 이를 하나의 소통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혐오와 조롱, 편 가르기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학생들도 그것을 놀이 문화나 응원 문화의 일부로 인식할 위험이 있다.

언론 역시 중요한 책임이 있다. 언론은 사회 문제를 알리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자극적인 장면이 반복적으로 소비되도록 만드는 측면도 있다. 논란이 클수록 조회 수와 관심이 높아지는 환경 속에서 갈등은 더욱 확대되고, 사회적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소비자는 언론을 통해 브랜드를 평가하고, 기업은 언론을 통해 신뢰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따라서 언론은 사실 전달을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역사 인식까지 함께 평가한다.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형식적인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 정치인은 품격 있는 언어로 사회를 이끌어야 하고, 언론은 정확하고 균형 있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며, 부모와 교사는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문화를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청소년은 말로 배우기보다 어른들의 행동을 보며 배운다. 어른들이 혐오와 조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올바른 언어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응원 구호 사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갈등을 만들며, 어떤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 주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다. 아이들의 행동은 어른들이 만든 사회의 결과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모습을 성찰해야 한다.

건강한 소비문화와 성숙한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는 정치, 책임 있는 언론, 윤리적인 기업, 그리고 모범을 보이는 어른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다음 세대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성찰이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