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농·귀어, 촘촘한 관심과 지원 필요하다
[목포시민신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귀농어·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현장 소통과 지원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영암 서울농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체류형 프로그램 확대와 선배 귀농어·귀촌인 멘토링, 정보 교류, 역귀농 예방을 위한 사후관리 등이 논의됐다. 귀농어·귀촌 정책의 무게중심을 단순한 인구 유치에서 안정적인 정착으로 옮기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2025년 전남 지역 귀농어·귀촌인은 3만8천564명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귀농인과 귀어인 수도 각각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에 이들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소중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몇 명을 유치했는지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주민이 얼마나 오래 머물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뿌리내렸는지가 더 중요하다.
귀농·귀어의 현실은 낭만적인 전원생활과 거리가 멀다. 농수산물 가격 폭락과 생산비 상승, 판로 부족,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대출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닥친다.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신규 이주민은 한두 번의 실패만으로도 생계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기존 주민과의 관계, 지역의 관행, 가족의 적응 문제도 정착을 어렵게 한다.
신안 자은도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려 했던 한 귀농인이 생활고와 고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이런 현실을 무겁게 보여준다. 그는 대파와 땅콩을 재배하며 정착하려 했지만 농산물 가격 하락과 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극적인 개인방송 문화와 플랫폼의 책임도 따져야 하지만, 그를 단순히 개인방송 진행자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농촌에서 재기를 꿈꾸던 사람이 위기에 빠졌을 때 행정과 지역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현재 귀농어·귀촌 지원은 교육과 창업자금, 주택 마련 등 초기 단계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정작 농수산물 가격이 급락하거나 경영이 악화된 뒤 도움을 받을 통로는 부족하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행정의 관심까지 끊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착 실패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정책으로는 역귀농과 극단적인 위기를 막을 수 없다.
통합특별시는 이주 준비부터 정착 이후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멘토링을 실질화하고 경영·판로·부채·법률·복지 상담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기적인 생활 실태 점검과 정신건강 상담을 연계하고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읍·면 행정과 보건·복지기관이 즉시 대응해야 한다. 기존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 프로그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어인은 농어촌을 채우는 통계 숫자가 아니다. 지역의 생산 기반과 공동체를 이어갈 이웃이다. 한 사람을 불러오는 홍보보다 그 한 사람이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곁을 지키는 정책이 중요하다. 촘촘한 관심과 지속적인 사후관리야말로 귀농어·귀촌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