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포대 의대 36년 숙원 물거품,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1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전남 서남권 주민들이 36년 동안 품어온 목포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의 꿈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목포대가 의대·병원 신설 후보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지역사회가 받은 충격과 허탈감은 크다. 목포지역 국회의원과 목포시, 통합시의원, 시의원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36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생각하면 사과 한마디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목포대 의대 설립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다. 서남권 주민들의 생명권과 직결된 절박한 요구였다. 서남권에는 전국 유인도서의 41%가 몰려 있고, 3시간 이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못해 사망할 확률이 20.7%에 이른다는 게 지역 정치권과 목포시의 설명이다. 이런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지역민들은 지난 36년 동안 목포대 의대 설립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결과는 실패다. 그렇다면 이제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누구의 책임인가. 정부 탓, 지역 간 경쟁 탓만 할 수는 없다. 36년 동안 선거 때마다 의대 유치를 약속했던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목포시와 지역사회는 변화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얼마나 치밀한 전략을 마련했는지 되짚어야 한다. 지역민의 염원을 앞세운 결의대회와 성명서, 정치적 구호는 넘쳤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 경쟁지역을 압도할 논리와 정치력, 범지역적 연대가 충분했는지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36년 숙원이 왜 무산됐는지 유치 과정과 대응 전략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정치권과 행정이 각각 무엇을 놓쳤는지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면 책임의 내용부터 분명히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책임을 따지는 것만으로 서남권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킬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목포대 의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넘어 서남권 의료체계를 실제로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우선 통합특별시가 약속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통합특별시는 지난 29일 국립의대 신설 지역상생협력회의를 통해 선정되지 않은 대학과 지역도 함께 성장하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목포권에는 말뿐인 지원책이 아니라 대학병원급 중증진료 역량을 갖춘 지역 거점병원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응급·외상·심뇌혈관·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섬 주민들이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이송체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목포대에는 의학교육과 연구, 필수·공공의료와 연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이 요구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역시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목포대 의대 유치 실패보다 더 큰 실패는 이번 일을 정치적 공방으로 소비한 뒤 서남권의 의료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36년 숙원은 무산됐지만 서남권 주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이제 정치권과 목포시는 실패의 책임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그 책임을 대학병원급 의료인프라 확보라는 결과로 갚아야 한다. 서남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약속이 아니라 아플 때 제때 치료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