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오죽하면 36년을 매달렸겠습니까”...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에 목포 사람의 눈물이 쏟아진 이유

김수미 한국소비자연맹 전남‧목포시지부 상임회장

2026-09-08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를 듣다가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목포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할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오죽하면 의대 유치에 온 동네가 나서서 매달렸겠나.”그 순간 참았던 무엇인가가 무너졌다.

대통령이 목포를 챙기라고 했기 때문에 감격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병원을 검토하라고 했기 때문에 고마워서 운 것도 아니었다.

내 마음을 무너뜨린 것은 단 한마디였다.

“오죽하면.” 그래.우리는 오죽했으면 36년을 매달렸을까.

36년은 내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지금 목포의 구성원으로 살아간 세월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목포와 전남 서남권 사람들은 의과대학 하나를 기다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대했고, 선거가 있을 때마다 약속을 들었고, 정부가 검토한다는 말을 믿었다.

이번에는 되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그렇게 36년을 기다렸다.그런데 또다시 목포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결과가 아픈 것은 단순히 의대 하나를 얻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동안 가슴 한구석에 쌓여 있던 목포의 무력감과 억울함, 서러움과 박탈감이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우리는 그동안 스스로에게조차 힘들다고 말할 겨를이 없었다.

인구가 줄어도 견뎠다. 청년들이 떠나도 견뎠다. 기업이 부족해도 견뎠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도 견뎠다. 수준 낮은 정치인들이 후보로 나와도 우리는 김대중 후예이니 언제가는 희망을 갖고 바보처럼 믿고 또 뽑고 또 뽑으며 견뎠다.

큰 병에 걸리면 광주나 서울로 가야 하는 현실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섬에서 사람이 쓰러져 배와 헬기로 옮겨져야 하는 현실도 남도의 숙명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말했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지만 그 ‘언젠가’가 36년이 됐다.

목포의 의대 요구는 욕심이 아니었다.단지 대학 하나를 더 갖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지역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요구만도 아니었다.

전남 서남권에는 수많은 섬이 있고, 농어촌이 있고, 고령자가 많다. 신안에서, 진도에서, 완도에서 중증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도 지역감정도 아니다.

시간이다. 10분, 30분, 한 시간. 그 시간이 사람을 살리고 죽인다.

그래서 목포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국 하나의 질문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에 살든 제때 치료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 질문을 우리는 36년 동안 해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대해 묻고 있다.

목포대는 오래전부터 의대 신설을 준비했고 타당성 조사도 받았다. 부지를 확보하고 기다렸다. 지역사회도 함께 뛰었다. 시민단체도 나섰고, 정치권도 나섰고, 대학도 나섰다.

말 그대로 온 동네가 매달렸다. 그런데 마지막 결과는 불과 근소한 점수 차이로 갈렸다.

그렇다면 더욱더 과정은 투명해야 했다. 어떤 항목에서 점수가 갈렸는지,

각 대학의 준비 정도는 어떤 기준으로 검증했는지, 확보된 기반과 앞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됐는지,국가는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결과를 뒤집어달라는 요구와는 다르다.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는 요구다.

공정한 절차라면 누구보다 먼저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그러나 공정했는지조차 국민이 확인할 수 없다면 상처는 오래 남는다. 특히 36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나는 순천과 전남 동부권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 지역에도 의대가 필요하다.

그곳 주민들의 생명 역시 중요하다.순천대 의대가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한 지역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다른 지역의 절박함을 지워버리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남 동부권에 의대가 필요하듯 서남권에도 생명을 지킬 의료체계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다.목포는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묻는다.

우리는 그 역사적 자부심만으로만 너무 오래 버텨온 것은 아닐까.

정작 목포 시민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그 질문 앞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대통령이 “목포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눈물이 났다.

누군가 목포를 알아줘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알아볼 만큼 우리가 그렇게 서러워 보였던가.

오죽하면 36년을 매달렸겠는가.

오죽하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겠는가.

오죽하면 대학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냈겠는가.

오죽하면 의대 하나에 한 도시의 희망을 걸었겠는가.

그것은 목포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잡을 수 있는 희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목포를 챙기라”는 말에도 나는 선뜻 기뻐할 수 없었다.

36년을 기다린 사람에게 또다시 “앞으로 챙기겠다”는 말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제 목포에는 말이 아니라 결과가 필요하다.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만들겠다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응급·중증질환을 서남권 안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섬과 농어촌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인력과 병상을 확충하고, 소아·분만·외상·심뇌혈관 등 필수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한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 된다.

국가계획에 넣고 예산을 세워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수 있도록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36년 동안 기다린 도시에게 국가는 다시 기다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불쌍히 여겨달라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서울에 살든 목포에 살든, 순천에 살든 신안의 작은 섬에 살든,아플 때 제시간에 치료받고,청년이 고향에서 꿈을 꾸고,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나라.그것이 지역균형발전이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대통령의 그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오죽하면….” 맞다. 오죽했으면 우리는 36년을 매달렸겠는가.

그리고 이제 국가가 그 질문에 답할 차례다. 위로가 아니라 병원으로, 약속이 아니라 예산으로, 말이 아니라 일자리로, 그리고 또 다른 기다림이 아닌 확실한 국가계획으로 답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 흘린 목포 사람들의 눈물이 헛되지 않는다. 그래야 36년 뒤 우리의 아이들이

또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목포는 불쌍해서 챙겨줘야 할 도시가 아니다. 너무 오래 기다렸기에 이제는 대한민국이 책임 있게 답해야 할 도시다. 36년동안 변방에서 기다려 온 목포를 더 이상 변방에 세워 두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목포와 서남권을 향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