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 지방채 여력까지 광주 사업에… 통합특별시의회, 1198억원 발행 시도 제동
광주 기본 한도 소진 뒤 옛 전남 잔액 465억원 활용 시도 기존 채무 차환에 462억…시의회 “빚 내서 빚 갚나”보류
[목포시민신문]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옛 전남도의 지방채 발행 여력을 활용해 광주지역 사업비와 기존 채무 상환 재원을 마련하려다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행정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의 재정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통합 이전 광주시가 떠안은 채무 부담을 전남지역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일 통합특별시가 제출한 ‘2026년 지방채 발행 한도액 초과 발행계획안’을 심사했으나 재정건전성과 채무관리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의결을 보류했다.
통합특별시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발행하려는 지방채는 모두 1198억원이다. 주요 용도는 올해 상환해야 할 지방채 원금 차환 462억원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300억원, 고유가 피해지원금 415억원 등이다. 논란이 된 사업 대부분이 옛 광주지역에서 추진됐거나 광주시 재정과 관련된 사업이라는 것이 전남권 의원들의 주장이다.
재원 조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옛 광주시는 올해 지방채 기본한도 1455억원을 이미 모두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특별시는 옛 전남도가 남겨 둔 기본한도 465억원을 전액 활용하고, 별도한도 462억원과 통합특별법 제58조의 특례를 적용한 한도 초과분 271억원을 더해 1198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통합에 따라 광주와 전남의 지방채 한도를 통합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집행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옛 전남도가 건전재정 기조 속에 남긴 발행 여력을 광주지역 사업에 모두 투입하는 것은 지역 간 재정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최선국 의원은 “광주시 사업을 위해 종전 전남의 지방채 여유 한도 전체를 가져다 쓰는 것도 모자라 법정한도를 넘어 271억원을 추가 발행하려 한다”며 “통합특별법상 특례를 이용한 부적절한 재정 운용”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의 누적 채무도 쟁점이 됐다. 최 의원이 제시한 2025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도시철도 2호선 관련 부채는 3145억원, 장기미집행공원 관련 부채는 4103억원에 달한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도 54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특히 이번 발행액 가운데 462억원이 기존 지방채 원금의 차환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 의원은 “광주의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전남의 지방채 여력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부채 전가”라며 “시민에게 1200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우면서 추경안 제안설명에서 관련 언급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의원도 “1198억원 중 462억원이 원금 차환에 사용된다”며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심철의 의원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사업비가 설계 당시 1조8000억원에서 현재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추가 재원이 필요했다면 다른 사업비를 줄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다만 심 의원은 “통합 이후에는 광주와 전남의 잘잘못만 따질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재정적 어려움을 공개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한 지역 대립보다 통합특별시 전체의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기적인 채무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집행부는 행정통합 과정에서 옛 광주와 전남의 지방채 한도를 합쳐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도시철도 2호선과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등 기반시설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합특별시의 재정을 총괄할 조직조차 아직 일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지방채 발행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과 광주의 재정조직이 병렬적으로 운영되면서 전체 채무 규모와 상환 재원, 금리 변화에 따른 부담을 한눈에 파악할 관리체계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형석 기획재정위원장은 집행부에 통합특별시 채무관리계획과 확인되지 않은 부채 현황, 재원이 매칭되지 않은 사업, 지방채 상환계획, 차환 금리 변화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자료가 제출되면 정례회가 끝나는 오는 14일 이전에 계획안을 다시 심사할 방침이다.
손명도 정책기획관은 전남과 광주의 재정조직이 따로 운영돼 채무관리계획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양측 협의를 거쳐 이번 정례회 안에 계획을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논란은 행정통합만으로 광주와 전남의 재정 위험까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통합특별시는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기에 앞서 옛 광주와 전남의 채무·자산·계속사업을 지역별로 공개하고, 누가 어떤 재원을 부담해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재정 통합이 한 지역의 빚을 다른 지역에 떠넘기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통합행정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