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기초연금 개혁, 더 두텁게 지원하되 더 세심하게 설계해야

조 준(동신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학장)

2026-09-15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민신문]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초연금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노인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고 노인빈곤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수급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정부담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동시에 같은 하위 70% 안에서도 생활 형편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번에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을 추진한 기본적인 취지는 여기에 있다. 한정된 재원을 모든 수급자에게 비슷하게 나누기보다는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노인에게 보다 두텁게 지원함으로써 노인빈곤 완화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단순한 노인수당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는 적지 않은 문제도 있다. 정부는 당초 현행 ‘소득 하위 70%’라는 수급기준 자체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하위 70%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렇게 되면 수급자 감소에 따른 재정절감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저소득층의 지급액 인상에 따른 추가 재정은 필요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소득구간에 따른 ‘경계선 효과’이다. 실제 생활 형편은 비슷한데 어느 소득구간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받는 연금액이 달라진다면 수급자 간 형평성 논란과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소득인정액은 실제 월소득뿐만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계산된 소득과 어르신이 체감하는 생활수준 사이에 차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당초보다 개혁의 강도를 낮춘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은 이미 많은 노인에게 단순한 복지급여가 아니라 매달 생활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 받던 연금을 앞으로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정책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화율이 높은 농어촌에서는 기초연금이 노인가구의 생활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정부로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혁 필요성과 기존 수급자의 권리 및 정책 수용성 사이에서 절충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전남지역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전남 농어촌의 많은 어르신은 현금소득은 적지만 평생 농사를 지으며 마련한 농지나 오래된 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소득인정액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농지와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매달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도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을 적용할 경우 실제 생활은 어려운데도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노인으로 평가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농촌지역은 주민 간의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소득구간에 따른 차등지급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형편의 이웃은 연금이 인상됐는데 자신의 연금은 그대로라면 절대적인 금액 차이보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전남과 같은 농어촌지역에서는 농지와 같은 비유동자산을 실제 생활능력과 어떻게 연계해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세심한 기준이 필요하다.

물론 개편의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하다. 저소득 노인에게 지급액을 높이면 기초연금의 빈곤 완화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적용되는 부부감액을 완화한다면 기초연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노인부부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 직역연금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여 그동안 기초연금 제도 밖에 있었던 일부 노인을 보호하는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이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빈곤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 인상분이 생계급여 산정에 영향을 미쳐 실제 소득증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두 제도를 함께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다. 기초연금은 국가가 결정하는 제도이지만 비용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부담한다. 문제는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기초연금 수급자가 많은 반면, 이러한 지역은 대부분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여건도 열악하다는 점이다. 복지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 정작 그 비용을 부담할 능력은 가장 부족한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초연금 개혁은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형평성 문제를 만들거나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같은 초고령 농어촌지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결국 기초연금 개혁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은 ‘누가 얼마를 더 받느냐’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가장 어려운 노인의 빈곤을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농어촌 노인의 생활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는지, 그리고 미래세대와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제도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더 어려운 어르신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되, 지역의 현실까지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 그것이 기초연금 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