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섬 전체가 사무실’ 제주, ‘산으로 출근·바다로 퇴근’ 속초

제주, 민간 거점망 넘어 기업·투자 유치와 생활인구 정책으로 확장 강원관광재단, 시·군 자원 묶어 통합 브랜드 구축…기업 수요 선점 숙박 할인에 머물지 않고 ‘일할 공간·퇴근 후 경험·지역 연결’ 상품화

2026-10-13     류정식

[목포시민신문]일하는 장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업무와 휴식을 결합한 ‘워케이션’이 체류형 관광과 지역소멸 대응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풍부한 섬·바다·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한 목포는 여전히 잠시 들렀다 떠나는 관광도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포시민신문은 창간 기획특집 ‘슬로시티 목포, 일과 쉼 잇는 워케이션 도시로’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1회에서는 워케이션이 주목받는 배경과 가능성을 짚고, 2회에서는 업무공간과 숙박, 교통, 야간 콘텐츠, 섬 접근성 등 목포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이어 부산시와 경남 남해군, 제주도와 강원 속초·양양의 운영 사례를 통해 성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5회에서는 태국 치앙마이의 코워킹 공간 ‘펀 스페이스’를 찾아 디지털 노마드가 머무는 도시의 조건을 확인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코워킹 허브와 섬 연계 리트릿, 숙박·교통 통합상품 등 목포만의 실행 전략을 제안한다.

이번 기획은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항구도시 목포의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슬로시티의 여유와 일상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체류도시의 미래를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지금 목포관광 웨케이션가

② 목포형 웨케이션 인프라 점검

❸ 제주도‧속초시 워케이션

④ 부산‧남해군 웨케이션

⑤ 태국 치앙마이 펀 스페이스

⑥ 목포형 웨케이션 가능한가

노트북을 펼친 곳이 사무실이 되고, 업무가 끝나면 바다와 숲이 휴식 공간으로 바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확산한 원격근무가 관광과 결합하면서 지역을 찾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하루 명소를 둘러보고 떠나는 관광에서 며칠 동안 생활하며 일하고 소비하는 워케이션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정책에 끌어들인 지역으로 꼽힌다. 두 지역 모두 자연환경과 관광 인지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추진 방식은 다르다. 제주는 섬 전역의 공공·민간 업무공간과 숙박·관광업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고, 워케이션을 기업과 투자자 유치까지 확장하고 있다. 강원도는 강원관광재단이 중심이 돼 시·군별 자원을 발굴하고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이라는 통합 브랜드 아래 기업형 상품을 운영한다.

두 지역의 사례는 워케이션이 단순한 숙박비 지원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업무공간과 숙박, 교통,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다시 찾도록 지속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지역의 체류인구와 소비를 늘릴 수 있다.

△ 제주 전역에 펼쳐진 민간 워케이션망

제주 워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섬 전체를 하나의 업무·휴양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첨부된 ‘2026년 제주 민간형 워케이션 파트너사 현황’을 보면 제주시 도심과 애월·한림·대정뿐 아니라 서귀포시와 남원·성산·구좌 등 동서남북에 업무공간과 숙박 연계 거점이 분포한다.

공항과 도심에서 접근하기 쉬운 공유오피스부터 해변과 농촌 마을에 자리한 코워킹 공간, 숙박과 업무를 한 건물에서 해결하는 호텔형 시설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참가자는 출장 목적과 체류 기간, 원하는 생활환경에 따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한 지역의 단일 센터에 이용자를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이 보유한 공간을 연결해 섬 전체를 분산형 워케이션 거점으로 만든 것이다.

제주도는 공공형 거점인 ‘아일랜드 워크랩’과 민간형 파트너사를 함께 운영한다. 공공이 기본적인 업무환경과 사업 신뢰도를 확보하고, 민간이 지역별 특성과 다양한 숙박·체험상품을 제공하는 구조다. 공식 제주 워케이션 누리집도 일과 쉼, 영감이 공존하는 새로운 근무방식을 전면에 내걸고 업무공간과 숙박, 레저·식음료 혜택을 연결해 안내하고 있다.

지원 기준도 단순 숙박관광과 구별된다. 2026년 민간형 워케이션 바우처는 숙박일수가 아니라 실제 오피스를 이용한 날짜를 기준으로 정산한다. 숙소에서 4박을 했더라도 업무공간을 3일 이용했다면 3일만 지원 대상이 된다. 워케이션을 관광비 지원이 아닌 ‘실제 근무를 전제로 한 체류정책’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제주는 업무공간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체류자 사이의 관계와 지역 경험도 설계한다. 공공형 오피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Re:Work’ 프로그램은 제주 원도심 탐방과 지역별 인사이트 투어, 참가자 교류를 결합한다. 참가자는 공공형 공간을 이틀 이상 이용하고 하루 4시간 이상 근무해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일을 마친 사람이 관광지를 개별적으로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도록 만든 장치다.

△ 워케이션을 ‘투자 유치 출장’으로 확장한 제주

제주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워케이션의 대상을 일반 직장인과 프리랜서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6월 운영한 ‘RE:WORK VC Jeju Workation’은 제주 밖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들이 제주에 머물며 업무를 수행하고 도내 유망기업을 만나는 투자유치형 프로그램이다.

국내 벤처투자회사 심사역과 투자 담당자 등 10개사 안팎, 제주 유망기업 16개사 안팎이 참여 대상으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제주 창업기업의 현장을 방문하고 기업과 일대일 투자상담을 진행했다. 제주기업 투자설명회와 교류회, 워케이션 콘텐츠 체험도 일정에 포함됐다.

이는 워케이션을 ‘외지 근로자의 휴양’에서 ‘지역기업의 성장 기회’로 확장한 모델이다. 수도권 투자자가 제주에서 며칠간 생활하며 지역기업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살피고, 창업자와 반복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투자설명회가 짧은 발표와 명함 교환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반면, 체류형 행사는 기업과 투자자가 관계를 이어갈 시간을 확보한다.

제주 입장에서는 참가자의 숙박과 식음료 소비뿐 아니라 투자 네트워크까지 지역에 남길 수 있다. 워케이션이 관광부서만의 사업에서 기업지원·창업·투자유치 정책으로 확대된 셈이다. 제주도는 강원도와도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상호 정책 홍보와 교류 방안을 논의하며 워케이션을 고향사랑기부제, 디지털관광증 등 관계인구 정책과 함께 다루고 있다.

자료는 제주 워케이션 참가자가 10만명에 이를 경우 직접 효과 344억원, 생산유발 효과 4천300억원, 고용유발 효과 약 2천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는 실제 성과가 아닌 참여 규모를 전제로 한 전망치이지만, 제주도가 워케이션을 단순 관광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인구 이동과 경제활동을 만드는 정책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관광재단이 만든 ‘통합 브랜드’

강원도는 광역 관광조직인 강원관광재단이 사업의 중심을 잡는다. 개별 시·군이 각자 홍보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단이 ‘강원 워케이션’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구축한 뒤 지역별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상품에 입히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태백·삼척·영월·양양 등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약 1천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서울에서 열린 기업-지자체 워케이션 상담회인 ‘강원 워케이션 데이’에는 자료 기준 12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강원도는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상품을 판매하는 데 앞서 워케이션을 직원 복지와 조직 운영에 활용할 기업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이 방식은 안정적인 수요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개인 참가자는 계절과 가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지만, 기업과 협약을 맺으면 일정 규모의 임직원이 지속적으로 지역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시·군은 독자적으로 수도권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강원관광재단은 여러 지역의 상품을 기업 수요에 맞춰 배분할 수 있다.

강원관광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 워케이션을 통해 지역을 찾은 인구는 8만6천명, 지출 규모는 약 70억원으로 분석됐다. 정주인구 1천200명의 연평균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워케이션 참가자는 관광 성수기에만 몰리지 않고 평일에 방문해 2~3일 이상 머물며 숙박·음식·카페·체험 등에 소비한다는 점에서 일반 관광객과 차이가 있다.

△속초, 숙소와 오피스 사이 ‘도보 1분’

강원관광재단이 속초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은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 인(in) 속초’다. 설악산과 동해, 도심 관광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속초의 특성을 한 문장에 담았다. 명칭만으로도 참가자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프로그램은 4주 동안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기획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숙소와 바다가 보이는 공유업무공간이 걸어서 1분 안에 연결된다는 점이다. 워케이션 참가자는 관광객인 동시에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근로자다. 업무공간이 숙소에서 멀거나 교통이 불편하면 휴양지라는 장점도 금세 사라진다. 속초는 출근 동선을 최소화해 이용자의 불편을 줄였다.

기존 카페 3층을 업무공간으로 전환한 것도 특징이다. 대규모 전용센터를 새로 짓기보다 이미 운영되는 민간 공간을 활용해 초기 비용을 낮추고 도심 상권과의 접점을 넓혔다. 참가자에게는 바다를 조망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유휴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퇴근 이후의 일정도 구체적이다. 참가자 간 네트워킹 파티와 설악산 케이블카 투어, 속초해변 해돋이, 밤바다 산책 등을 결합했다. 낮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저녁과 이른 아침에는 속초의 산과 바다를 체험하는 구조다. 관광명소 입장권을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체류자의 생활시간에 맞춰 콘텐츠를 배치했다.

속초 프로그램은 워케이션에서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업무공간과 숙소가 가까워야 하고, 식당·카페·산책로·관광지가 생활권 안에 있어야 한다. 도시 전체의 자원이 많더라도 각각 떨어져 있고 이동수단이 없다면 하나의 상품이 되기 어렵다.

△제주 ‘분산형 생태계’·강원 ‘광역 통합형’

제주와 강원은 서로 다른 운영모델을 보여준다. 제주는 섬 전역에 자리한 공공·민간 공간을 파트너망으로 연결한 ‘분산형 생태계’에 가깝다. 참가자가 원하는 지역과 시설을 고를 수 있고, 숙박·레저·식음료 업체가 워케이션 경제에 참여한다. 워케이션을 투자유치와 창업기업 지원, 생활인구 확대까지 확장한 것도 강점이다.

강원은 관광재단이 여러 시·군의 프로그램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광역 통합형’이다. 재단이 기업을 모집하고 상담회를 열며 지역별 상품의 품질과 홍보를 관리한다. 태백·삼척·영월·양양에 이어 속초로 사업지역을 넓히면서 산악형, 해양형, 농촌형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두 지역의 공통점은 공간만 조성하고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과 참가자를 지속적으로 모집하는 전담조직이 있고, 숙박과 업무공간을 가까이 배치하며, 퇴근 이후 경험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한다. 참여기업과 민간 운영자를 정책 안으로 끌어들이고 지역에서 소비가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반면 워케이션이 숙박비와 체험비를 지원하는 관광보조사업으로 굳어질 위험도 있다. 지원이 끝나면 참가자가 줄어들거나, 업무보다 관광에 치우쳐 기업이 재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지역별 공간의 인터넷·회의시설·보안 수준이 다르면 서비스 품질도 흔들린다. 참가자 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체류일수와 지역 소비액, 기업 재이용률, 비수기 유입 효과, 지역업체 매출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목포가 배워야 할 것은 ‘연결과 운영’

제주와 속초의 사례는 목포형 워케이션의 방향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목포는 KTX역과 원도심, 목포항, 유달산이 가까이 있고 근대문화유산과 미식, 야간경관, 섬 관광을 함께 보유한다. 자원의 종류만 보면 경쟁력이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각각의 자원을 일하는 사람의 하루에 맞춰 연결하는 운영체계다.

제주처럼 원도심 카페와 호텔, 게스트하우스, 청년창업 공간 등을 민간 파트너로 묶고 시설과 서비스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속초처럼 숙소와 코워킹 공간을 도보권에 배치하고, ‘낮에는 원도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항구와 골목을 걷는’ 동선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섬 방문은 별도의 관광이 아니라 주말 리트릿이나 팀 회복 프로그램으로 결합할 수 있다.

강원관광재단처럼 전남광주관광재단이 기업 유치와 통합 홍보를 맡고 목포시는 지역 콘텐츠와 공간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도 검토할 만하다. 목포 단독으로 수도권 기업을 찾아다니기보다 광역 플랫폼을 이용하되, ‘슬로시티 항구형 워케이션’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지역 관광 전문가들은 “제주는 섬 전체를 사무실로 만들었고, 속초는 산과 바다 사이에 일하는 사람의 하루를 배치했다”며 “성공의 핵심은 빼어난 경관 자체가 아니라 업무와 숙박, 휴식, 지역경제를 하나의 동선으로 엮은 기획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포가 워케이션 도시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관광시설을 더 짓는 일보다 이미 가진 항구와 원도심, 섬과 밤의 자원을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도시’로 다시 연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