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공항 이전 환경 르포/갯벌과 활주로 사이]‘상생’뒤에 숨은 무서운 광주 패권주의의 ‘목포권 옥죄기’
1조 실제 내역, 문서가 되지 못한 선결 조건, 그리고 멈춰 선 무안국제공항 주민지원사업 불투명한 6,400억 보완 방안 주민투표 전 확정 필요 국내선 무안 이전 시점‘검토’아닌 공항개발 종합계획 확정 시급 무안공항 재개항과 군공항 이전 일정 관계 정부 공식적 설명해야 특별시의 부담‧혜택 지역별 배분 공개…목포‧신안‧무안 협의체 구성
[목포시민신문/문보현 전문기자] 연재를 시작하며― 이 연재는 찬반을 가르려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끼고 형성된 마을들의 삶과 경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소음 대책은 무엇인지, 지난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안 갯벌이 이 활주로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를 현장과 공개 자료로 확인하려는 것이다. 확정된 사실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을 엄격히 구분해 적는다. 9월14~19일 목포민주시민연구소가 목포 시민525명에게 물은 인식조사 결과도 회차마다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무엇이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② 데시벨의 무덤, 87웨클의 일상이 삼킨 것들
③ 황토갯벌과 축사의 비명, 미래 먹거리를 묻다
❹ ‘상생’이라는 이름의 청구서와 닫혀버린 자유공항
⑤ 지도 위의 선을 넘어, 하나의 바다를 위한 선택
“민간공항을 줬으니 군공항도 받아야 한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말은‘광주·전남 상생’이었다. 그 말은 대개 이런 모양으로 쓰였다.“민간공항을 전남으로 통합해주었으니 군공항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안군은 공식 견해로 이렇게 반박했다. 광주시민의 소음 피해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군 공항은 소음 피해 범위가 넓고 지속적이며 지역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간공항 통합은 애초에 시·도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서남권 발전을 이끄는 거점공항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좋은 것만 받고 나쁜 것은 받지 않으려 한다”는 지역이기주의 프레임과“민간공항을 주었으니 군공항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시·도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이 논리 구조에서‘상생’은 사실상 청구서였다. 무엇을 받았으니 무엇을 내놓으라는 청구서다. 그렇다면 무안이 받기로 한 것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청구서에 적힌 1조 원
2025년 12월 6일 맺은 협의체 합의의 핵심은‘주민지원사업 1조 원’이었다. 소음과 규제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무안에 약속된 금액이다. 재원을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표1>
|
항목 |
금액 |
상태 |
|
기부 대 양여 사업 차액 |
6,400억 원 |
확보 불투명 |
|
통합 전 광주시 자체 부담금 |
1,500억 원 |
확정 |
|
국비 |
2,100억 원 |
확정 |
가장 큰 덩어리인 6,400억 원이 흔들리고 있다. 이유는 역설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종전부지를 포함해 추진되면서, 부지의 활용 방식과 가치가 당초 기부 대 양여를 산정할 때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1회에서 본 대로 반도체는 이 사업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든 동력이었는데, 동시에 무안 몫의 재원을 흔드는 변수가 됐다.
정부와 통합특별시는 다른 이전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은 유지하되 모자라는 몫을 국비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통합특별시는 6자 협의체를 다시 열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청구서는 이미 날아왔는데, 대금의 60%가 넘는 몫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선결 조건조차 문서가 되지 못했다.
무안군이 내건 3대 선결조건의 첫 번째는‘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이전’이었다.
2026년 6월21일 목포MBC는 곧 발표될 국토교통부 법정계획에 민간공항 이전 시점이 빠진 사실을 보도하며 군공항 이전의 전제 조건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24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이렇게 답했다.
“지난’25년12월 광주 군공항 이전 관련 「6자 협의체 공동」 발표문 내용에 따라 광주공항 국내선을 호남고속철도2단계 개통에 맞춰 무안공항으로 조속히 이전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현재 수립 중에 있는‘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도 관련 내용 반영을 적극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
‘반영한다’가 아니라‘반영을 적극 검토한다’다. 합의문에 담긴 것과 법정계획·예산에 담긴 것은 다르다. 무안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사항조차 법정계획의 확정 문구를 얻지 못했다. 말이 아니라 문서여야 하는 이유다.
닫혀버린 자유 공항
무안군이 20년 동안 공항을 중심으로 쌓아온 계획이 있다. 2024년 준공된 항공MRO 산단, KTX 고속철도 무안공항역, 역세권 개발 사업이다. 무안군은 이 계획들이 모두 무안국제공항이 24시간 제한 없이 운항하는 민간 자율 국제공항이라는 전제 위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군공항이 들어오면“24시간 오픈된 자유공항에서 군사공항으로 이미지 저하”, “군에서 민간항공 관제, 비행 횟수가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성화에 제약”이 우려된다고 공식 견해로 밝혔다.
그런데 그 자유공항은 지금 닫혀 있다. 2024년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은 운항을 멈췄고, 재개항은 3개월 단위로 거듭 미뤄졌다. 사고조사 체계가 바뀌고 희생자 유해 추정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항 전면 재수색이 진행됐다. 광주일보는 지난 5월“올 하반기 국토부 항공 운항 스케줄표에 무안공항 노선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연내 재개항이 어렵다고 전했다.
참사의 진상 규명과 유가족의 뜻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이 사업과 관련해 짚어야 할 사실은 분명하다. 광주 국내선 이전과 거점공항 육성이라는‘상생’의 핵심 약속은 이 공항이 다시 문을 여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공항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데,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과 주민투표 일정은 먼저 달려가고 있다. 받기로 한 것은 멈춰 있고, 내놓아야 할 것만 일정표에 올라 있는 셈이다.
통합특별시 시대, ‘상생’을 다시 정의한다
올해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광주 대 전남”이라는 구도 자체가 사라졌다. 광주와 전남은 이제 같은 지방정부다.
그렇다면‘상생’의 뜻도 달라져야 한다. 두 광역단체가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하나의 지방정부 안에서 부담과 혜택을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가 된다. 이 관점에서 질문은 단순해진다. 같은 지방정부의 주민인데, 광주 서구 주민 2만6,021명은 소음 보상을 받고, 목포·신안·무안 주민은 소음 등고선조차 산출되지 않는 것이 타당한가.
목포에서는 목포대학교의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탈락, 통합특별시의 기획·정무 기능과 반도체 생산시설의 광주 배치가 겹치면서“발전의 성과는 광주와 동부권이 가져가고 희생과 부담만 목포·무안이 감당하느냐”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정서에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정서만으로는 제도를 움직일 수 없다. 법 조문과 좌표, 소음 등고선이라는 언어로 옮겨야 한다.
우리가 설 자리는‘반대’가 아니라‘형평성’이다. 국가가 이미 광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준을 이 바다에도 똑같이 적용하라는 요구는 반박하기 어렵다.
이번 회가 도달한 요구
첫째, 주민지원사업 1조 원의 재원, 특히 불투명한 6,400억 원의 보완 방안을 주민투표 전에 문서로 확정하라.
둘째, 광주 국내선의 무안 이전 시점을‘검토’가 아니라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확정 문구로 담아라.
셋째, 무안국제공항 재개항과 군공항 이전 일정의 관계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명하라. 재개항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민간공항 활성화를 전제로 한 약속은 약속이라 부르기 어렵다.
넷째, 통합특별시는 부담과 혜택의 지역별 배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목포·신안·무안이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만들어라.
마지막 회에서는 지난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과 이 활주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행정구역의 선을 넘어 하나의 바다를 함께 쓰는 목포·신안·무안이 주민투표 전에 문서로 확보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