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의 닻별들-❷차남수④]하늘의 별이 된 목포의 명의, ‘정직·근면·성실’을 유산으로 남기다

평생의 반려자 김사라 떠나보낸 뒤 고별인사 남기고 영면 외과의학 발전과 후학 양성 헌신…한국 근대의료 토대 놓아 “목포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도우라” 진정한 애향심 강조

2026-10-27     목포시민신문

■역사에세이스트 배종덕 작가의 ‘항도의 닻별들’

목포시민신문은 목포항 개항 130주년을 앞두고 역사에세이스트 배종덕 작가의 기획연재 ‘항도의 닻별들’을 연중 게재한다. ‘닻별’은 밤바다에서 항해의 방향을 알려주는 별처럼 목포의 미래를 비추는 인물을 뜻한다. 이번 연재는 언론·정치·의료·영화·문학·미술·산업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목포 인물 12명의 삶과 업적을 총 3부로 나눠 조명한다.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시대적 한계와 도전, 좌절과 성취를 살피며 개방성과 창조성, 문화예술성으로 이어진 ‘목포정신’의 뿌리를 찾아간다. 목포 출신인 배 작가는 목포중.고등학교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MBC PD와 제일기획(삼성그룹) 기획국장 등을 지냈으며, 저서 『나는 일하고 싶다』와 『매향노라 불러온 사람』을 펴냈다. 본지에 휴먼다큐 ‘목포를 사랑한 사람들’을 35회 연재한 그는 이번 연재를 통해 잘못 알려진 기록을 바로잡고 잊힌 인물들의 삶을 오늘의 시민과 미래 세대에게 전할 예정이다.<편집자주>

 

<글 게재 순서>

■제1부 시대의 길을 연 사람들

❶김철진(1900~1971)

❷차남수(1903~1990)

①고별 인사와 유년기

②의사로 첫발

③목포 의료 파수꾼

④남수의 마지막

❸이남규(1901~1976)

❹최병우(1924~1958)

■제2부 문화의 항로를 연 사람들

■제3부 생활과 문명을 바꾼 사람들

남수의 마지막

거룩하신 구주여 피로 날 사셨으니

어찌 감사 하온지 말로 할 수 없도다

주의 귀한 형상을 나도 입게 하시고

하늘 나라 가서도 사랑하게 하소서

- 찬송가 450장 4절 -

인보(鄰保) 차남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못지 않게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은 그도 세월은 이길 수 없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80년대 중반인 1985년이 되었다. 10월 10일에는 장남 차우균 장로가 중심이 되어 목포시 산정동 1273번지에 건립한 새성전의 봉헌예배가 있었다. 아내가 주동이 되어 설립한 남교동의 복음교회 시대가 끝나고 아들이 주동이 되어 건립한 산정동 시대의 복음교회가 화려하게 출발했다. 남수와 사라 부부는 봉헌예배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세월은 88 서울 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988년 12월 7일이 되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남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났다. 평생의 반려자이자 신앙의 동역자인 아내 김사라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말을 잃은 남수는 눈물만 흘렸다. 63년전(1925년 8월) 사라와 결혼식을 올렸던 목포정명여학교 강당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목포복음교회 설립자이자 목포기독교계의 지도자의 한 사람이었던 김사라 권사. 그녀는 복음교회 성도들, 그리고 목포 시내의 많은 성도들의 슬픔 속에 목포복음교회 교회장으로 그녀의 생을 마무리했다. 아내를 떠나 보낸 남수는 자신도 머지 않아 하나님께서 부르실 것을 예감하고 아내 곁으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했다. 희망과 기쁨이 사라진 무의미한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1990년이 되었다. 남수가 급격히 쇠약해졌다. 9월20일, 복음교회 주관으로 “김사라 권사 추모 제2회 여성강좌”가 열렸다. 교양 강좌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온 남수는 떠날 때를 예감하고 “고별인사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운명의 11월 15일이 되었다. 자신이 예감했던 대로 남수는 하나님이 부르심을 받았다. 명의로 이름난 유명 의사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부르심이었다. 오호 통재라! 대한민국 외과의사 전문의 면허 제1호, 진정한 목포인, 참 그리스도인, 남수가 88세의 나이로 한조각 구름 같은 인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아하!슬프다 슬퍼... 1990년 11월 15일이여....

남수의 유산

얼마 전 최고의 전직 대통령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 지마 카터가 세상을 떠났다. 방 두 칸짜리에서 100세로 생을 마감했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카터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 남수는 우리에게 무슨 유산을 남겼을까? 의료인으로서, 진정한 목포인으로서, 그리고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활동 영역이 넓었던 만큼 유산도 많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오픈AI(ChatGPT)에게 차남수가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변이다. “차남수 선생은 외과의사로 활동하며 근대적인 수술기법을 국내에 도입했습니다. 당시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환자를 치료하며 지역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단순히 환자 치료에 그치지 않고 후학 양성에 힘써 의료진 교육과 외과학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헌신은 한국 의료사의 중요한 토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외과전문의로서 근대의료 시스템 도입과 외과학발전에 크게 기여한 선구자로 한국 의료사에 길이 남을 인물입니다.” 정확하고 감동적인 답변이다. 그러나 이 답변은 의료인 남수의 유산에 관한 평가일뿐이다. AI는 남수의 마음이 담긴 유산을 알 수 없다. 대체로 마음이 담긴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남수의 마음이 담긴 유산은 무엇일까? 남수의 마음이 담긴 첫번째 유산이다.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정직, 근면, 성실이 해답이다.”라는 유산을 남겼다. 정직, 근면, 성실을 좌우명으로 품고 살았던 남수는 눈을 감을 때까지 온 몸으로 실천했다. 이 당시 목포 사람들은 남수를 목포 최고의 잰틀맨이라 불렀는데 그 이유를 알만하다. 차제에 제안 하나다. 남수의 좌우명 이야기를 초등학생용 교과서에 수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남수의 두번째 유산이다. “진정한 애향심은 어떤 것 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였다. 시민들이 유달산, 삼학도 같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진정한 고향사랑은 시민들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는 것이 진정한 고향 사랑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땅도 중요하지만 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고별인사장에 잘 나타나 있다. “내 고향 목포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실 것을 바라는 마음이요” 라고... 품격 있는 삶, 진정한 애향심, 이 두 가지의 유산은 AI로서는 알수 없는 남수의 소중하고도 진정한 유산이다. 요즈음 남수의 고향 땅 목포에서 이 유산들이 잘 계승되고 보전되고 있는지?

그가 남긴 유산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서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덕목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27년이 되면 목포는 개항 1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130여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고, 거쳐갔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남수만큼 품격있는 삶을 살다 간 사람은 많지 않다. 준수한 용모만큼 품격있는 삶을 살았던 남수는 1990년 11월 18일 무안군 삼향면 용포리 차씨 문중 선영 하에 안장되었다. 향년 87세였다. 남수가 별이 된지 36년의 세월이 흘렀다. 늦게나마 목포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성경 말씀을 그의 영전에 올린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

※ 이 글을 쓰면서 차남수에 대해 너무 좋은 점만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 생활했던 분들이나 비판적인 인사를 수소문해 보았다. 하지만 이 글을 마칠 때까지 비판적인 인사는 찾을 수 없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