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편성안 주요 내용

조선소발 실업대란 불끄기…고용안정 '실탄' 턱없이 부족

2016-07-27     류정식

국책은행에 구조조정 자금 출자… 중소 조선소들 '수주 절벽' 해소
조선기자재 협력사도 낙수효과… 정부 누리과정 논란 마무리 기대

 정부가 2년 연속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조선업이 밀집한 경남지역의 실업 대란을 막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송언석 제2차관이 사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추경 편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조조정과 일자리 추경"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예산 항목이 부산·경남 등 동남권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결국 경남의 실업 대란 사태를 적절히 막고, 동남권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가 추경예산 편성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셈이다.

 ■조선업 밀집지역 집중 지원

지난 22일 발표된 11조 원 규모의 2016년 추경 편성안은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창출 및 민생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재정 보강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우선 모두 1조9000억 원의 구조조정 지원 예산 가운데 1조4000억 원이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 등이 필요한 산업은행(4000억 원)과 수출입은행(1조 원)에 현금출자로 집행된다.

또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 건조를 늘리는 데 1000억 원의 추경 재원이 투입된다. 관공선 해경함정 군함 등 61척을 신규 발주해 '수주 절벽'에 시달리는 중소 조선사들에 일감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일감은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발간한 '세계 조선소 모니터'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2510만 CGT로 집계됐다. 중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은 각각 3770만 CGT와 2210만 CGT로 전년 대비 11%,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중국과 일본은 자국 선사의 발주로 수주가뭄을 견뎌내고 있지만, 국내 선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국은 수주잔량이 3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선박 61척을 신규 발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선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국민안전처가 중대형 경비함정 9척을 비롯해 23척의 함정을, 해양수산부는 해상 여객 안전 확보를 위한 국고여객선 4척을 비롯해 어업지도선 5척, 수산시험조사선 2척 등 29척을 발주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도 중형구축함 4척의 건조 계획을 앞당겨 올해 연말까지 실제 사업에 들어가고, 관세청도 밀수감시선 1척의 건조를 시작한다. 특히 정부는 중소 조선소가 조기 발주 물량을 받을 경우 밸브나 배관 등 조선 기자재 협력업체도 혜택을 받는 낙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소의 경우 몇십억 원 규모의 어업지도선 등 관공선만 수주해도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향후 성과를 봐 가며 노후선박 교체나 에너지공기업도 선박을 신규로 발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누리과정 예산 충당

중소기업 신용보강을 위한 보증·보험 확대 예산 4000억 원도 구조조정 지원의 일환이다. 일자리 창출 및 민생안정 사업에도 1조9000억 원이 배정됐다. 이 중 순수 일자리 지원에는 1조 원이 할애됐다.

정부는 조선업에서 5만 명가량의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토대로 2000억 원을 투입해 4만9000여 명의 고용안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업 밀집지역 6개 지자체(부산 울산 거제 창원 목포 군산)별로 각 1500명에게 한시적(4개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조선업 밀집지역에 모두 9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 종사자에 대한 고용 안정과 일자리 제공에 지나치게 적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또 지방재정 보강에 할애된 총 3조7000억 원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000억 원은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편성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지방교부세 1조8000억 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000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최대 1조1000억 원인 누리과정 소요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청년 맞춤형 일자리를 포함해 총 6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추경 효과로 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각각 0.1∼0.2%포인트씩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정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