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무원이 '세금도둑'… 대규모 횡령 잇따라
상태바
지자체 공무원이 '세금도둑'… 대규모 횡령 잇따라
  • 노경선
  • 승인 2012.11.27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 순환주기 단축, 연대책임 강화해야

목포시 2억5천만원 횡령액 중 8천여만원만 회수
76억 원(여수시), 46억 3천만 원(경북 예천군)
5억 5천만 원(완도군), 2억5천만원(2007년 목포시)
9억5천만원(2009년 해남군)

최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빼돌렸다가 적발된 피 같은 세금 액수다.

이 밖에도 제주시 6천700만 원, 강원도 2천800만 원 등 수천만 원대 공무원 횡령 사건은 열거하기도 벅차다. 공사·계약 비리, 뇌물수수 등 전형적인 공무원 범죄를 차치하고 횡령만을 따져도 이 지경이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공무원 횡령 범죄에 "과거와 비교해 돈의 단위가 달라졌다"는 냉소가 나올 정도다.

◇공복의식 실종·감사는 무력

투자실패→수십억 횡령→자살기도. 여수와 예천 공무원이 '세금 도둑'으로 전락한 과정이다.
여수 8급 공무원은 사채놀이를 하다가, 예천 7급 공무원은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자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 수십억 원대 혈세를 빼돌렸다.
감사원 감사에 압박을 받아 자살을 기도한 것도 판박이다.

대형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 기관은 '고강도 감사·감찰'이라는 대책을 내놓지만, 공무원들의 횡령은 오히려 규모만 키우고 있다.
재정 운용을 투명화한다며 도입한 전산 프로그램도 공복(公僕)으로서 본분을 잊은 공무원들에게는 허점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상급자 결재과정에서 문서 조작, 허위 날인 등은 무사통과 했으며 안팎의 감사 기능도 무력했다. 통상 기초단체는 자체 감사, 광역단체, 행안부, 감사원 등 4단계의 정기·특별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일상적인 감사는 대부분 계약·공사, 정책 분야에 집중된다. 최근 여러 사례에서 횡령 대상이 된 공무원 급여 등 회계 분야 감사는 제보 등으로 문제가 터지고서야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고 업무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인력, 시간으로 공직비리를 샅샅이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족한 감사기능을 강화해야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도둑맞은 세금 환수도 안돼

지난 2009년 7급 여성 공무원의 복지보조금 11억 원 횡령 사건이 드러난 전남의 한 자치단체.
감사원의 최종 변상 판정액은 9억 5천 만 원이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절반도 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환수된 금액은 4억2천590만 원에 불과하다. 5억3천401만원이 미환수됐다.
법률상 범죄와 무관한 가족 명의의 재산은 압류가 불가능한데다 횡령 당사자의 예금과 보험,주택과 같은 재산을 처분하는데도 일일히 동의를 받는 등 절차가 쉽지 않다.

자치단체에서 추적한다지만 대개 횡령 범죄가 장기간 지속되다보니 재산을 은닉하거나 써버리기 쉬워 거액일 수록 환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7년 목포시 공무원이 복지예산 2억5천만원을 횡령했지만 8천500만원만 환수됐다. 아직까지 1억6천500만원이 미환수됐다. 2009년 해남군의 복지 담당 공무원도 9억 5천 900만원을 횡령했지만 현재까지 4억 2천 500만 원만 환수돼고 5억 3천 400만 원이 미환수된 상태이다.

◇업무 순환주기 단축·연대책임 강화해야

공무원 횡령을 막으려면 빈틈없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를 운용하는 것도 공무원이니 문제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근무 순환주기를 단축하고 서로 상대방의 업무를 감시해 연대 책임을 지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 경영학부 양채열 교수는 "잘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 부패의 씨앗이 됐다"며 "고인 물이 썩는다는 옛말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회계 관련 부서에서는 전문성을 이유로 장기근속을 용인해 부패를 방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안산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김경린 사무국장도 "일정 숙련기간을 마치고 능숙할 만할 때 업무가 바뀌는 단점도 있겠지만 부패·비리방지에 방점을 찍는다면 근속기간 주기를 짧게 해야 한다"며 "감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외부감사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재선상의 상하급자, 동료 간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광주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김기홍 사무처장은 "하위직원의 비리라도 상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연대 책임이 중요하다"며 "동료가 수십억 원을 횡령했을 때 상관도 함께 책임을 지게 한다면 비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