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만학도 수능시험 치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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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만학도 수능시험 치르다
  • 박현미
  • 승인 2016.11.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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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매일 등하교 김해심씨 4년 과정 마치고 대학 도전
부부 만학도 김상숙씨 공부하며 금슬자랑 동창 동문 재산 얻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지난 17일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만학도들도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응시, 주위 사람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 김해심(50세,여)씨.

수험생 중 해남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김해심(50세, 여)씨는 매일 학교 등교시마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 중도 포기했던 공부를 마칠 것이라.” 굳은 결심으로 먼 길을 매일 등하교 끝에 마지막으로 수능시험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해남군 삼산면이 고향인 김해심 씨는 해남에서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의 4년 동안 공부를 끝마쳤다. 어린 시절 소를 키우던 아버지의 사업이 80년대 소 값 폭락으로 망하게 되자 1남 8녀의 형제들이 생활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졌다. 해남여중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대구 방직공장으로 일하러 가 집안 살림을 도왔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공부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살았다. 언젠가는 꼭 다시 공부하리라는 굳은 결심도 변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를 알게 된 것은 세른 살 때였다. 그때 당시 당장은 공부를 시작 못했지만 “반드시 이곳에서 어린 시절 중도 포기했던 공부를 마칠 것이라.”고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다. 생계유지를 책임지고 있었기에 47세에 중학교에 늦깎이 입학을 할 때까지 먼 길을 돌고 돌았다. 좀 더 일찍 왔었다면 삶이 달라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 김상숙(53세)씨.

목포에서 청소대행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숙(53세) 씨, 수산업을 하던 부모님사업이 실패하자 장남이었던 그는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졸업이후 많은 직업을 가졌던 그는 살면서 이력서를 많이 썼다. 초등학력밖에 쓸 수 없어 빈 칸으로 남겨진 이력서를 보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따라다니는 듯해 가슴 아팠다. 은행 같은 금융권 대출을 받을 때나, 정부투자기금을 받을 때도 이력서를 써야했는데 그 때마다 쓸 것이 없었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신입생 모집 광고를 보는 순간 ‘아, 여기다.’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지난 4년을 돌아보니 일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참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공부도 공부려니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뿐 아니라 선후배가 생겼고 동문들이 생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큰 재산을 얻었다. 본인이 학교에 다니다보니 너무 좋아서 다음해 아내를 입학시켜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제 좀 뭔가 알 것 같고 재미가 붙었는데 몇 달 있으면 졸업이라니 아쉽기만 하다고 말한다. 이번 수능의 결과에 따라 대학 공부를 마칠 계획이다. 아내의 공부 뒷바라지도 힘껏 해줄 생각이다. 만학도 부부의 부부금슬 만큼이나 공부애정도 쌓여가고 있다.

일하며 공부하는 만학도의 수능시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 2년 만에 졸업하는 성인학교 오전반, 오후반, 야간반 3계열로 운영되고 있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시간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성인들이 생활여건에 따라 공부하며 소망을 이룰 수 있는 학교이다. 현재 중고 960명이 공부하고 있으며 2017학년도 신입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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