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있는 정치, 꺼지지 않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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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있는 정치, 꺼지지 않는 촛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6.12.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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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옥 목포민주화계승사업회 이사

청렴할 렴(廉)에 부끄러워할 치(恥)로 이루어진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말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이 쓰여지고 있다.

고려 충렬왕때의 학자 추적이 엮어 지금도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곁에 두고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을 가진 명심보감의 염의(廉義)편에 소개된 염치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보자.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형조판서와 예조판서를 역임한 홍기섭은 젊었을 때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하루는 아침에 어린 계집종이 기쁜 듯이 뛰어와서 돈 일곱냥을 바치며 말하기를 “이것이 솥안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섬이요, 나무가 몇 짐입니다. 참으로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하늘이 주신것이죠.” 공이 놀래서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된 돈인가?”하고 돈 잃어 버린 사람은 와서 찾아가라는 등의 글을 써서 대문 위에 붙였다. 얼마 후 성이 유라는 사람이 찾아와 글 뜻을 묻자, 공은 자세히 그 내용을 말해주었다.

유가 말하기를 “남의 솥 안에다 돈을 잃어 버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참말로 하늘이 주신 것인데 왜 취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공이 말하기를 “나의 물건이 아닌데 어찌 가질 것이요.”

유가 꿇어 엎드리며 말했다. “소인이 어젯밤 솥을 훔치러 왔다가 도리어 가세(家勢)가 너무 쓸쓸한 것을 불쌍히 여겨 이것을 놓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공의 고결하며 탐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을 보고 감복되어 양심이 저절로 일어나 도둑질을 아니할 것을 맹세하옵고, 앞으로는 늘 옆에 모시기를 원하오니 걱정마시고 그 돈을 취하기를 바랍니다.” 공이 바로 돈을 돌려주며 말하기를 “당신이 선량한 사람이 된 것은 참좋으나 이 돈은 가질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훗날 공은 판서가 되고 그의 아들 재룡(在龍)이 헌종의 국구(왕의 장인)가 되었으며 유가도 또한 신임을 얻어 몸과 집안이 크게 번창하였다.

우리에게 내재된 양심으로 보면 너무도 당연하기에 외려 퀘퀘하게 느껴지는 내용을 공유함은 위임된 권력을 그토록 철저히 농단하고도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국정조사에서 마저도 출석을 회피한 최순실, 안종범, 우병우등과 거짓과 궤변으로 일관하는 김기춘, 김종등의 모습에 그들의 몰염치, 파렴치한 모습을 되새겨보자 함이다.

청와대의 의무실장은 대통령의 처방전을 모르고, 경호실은 청와대를 다녀간 이들을 모르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행적을 모르고, 대통령은 대통령 할 일을 모르고 국민만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웃지 못할 말들이 광장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12월9일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반대56)으로 가결된 탄핵 소추안은 위대한 촛불시민, 국민의 승리라 아니할 수 없다.

청년실업, 노후빈곤, 노동법 개악시도, 백남기 농민사건등 생존권을 위협받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책,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강행등 안보를 불안케 하는 적대 정책,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등의 왜곡된 역사인식 정책, 메르스 대처, 세월호 사건의 대처등으로 드러나 망가진 국가 안전망으로 들끓던 민심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에 ‘돈도 실력’이라는 말과 출석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고 , 재벌들과 흥정하듯 돈을 뜯어내는등 위임된 권력이 스스로 할 일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국가 장,차관을 앞세워 거침없이 자행한 모습은 타오르던 민심에 기름을 부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정의와 관용이 사라지고 돈과 특권과 편법이 보통사람의 권리를 짓밟는 낡은 질서에 대한, 국정을 사적 이익을 위하여 농단한 전횡에, 힘들게 이룩한 민주 헌정을 유린한 폭정에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폭발인 것이다.

탄핵이 가결된 그날 TV로 생중계된 국회의사당 안에 까지 쩌렁쩌렁 울리던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하라는 광장의 국민의 소리는 이제 박근혜 탄핵으로만 해소될수 없는 지엄한 국민의 명령으로 들린다.

빠른시일내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기대하며,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치행위가 아닌, 지역주의와 세대분열에 기대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치가 아닌, 염치가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탄핵이 결정 될 때까지 청와대와 낡은 정치권의 이간계에 좌고우면, 우왕좌왕하던 정치권과 달리 촛불의 민심은 경이로울 만치 일관되게 박근계 즉각 퇴진을 외치며 이끌어냈다.

이는 정치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할 때 광장에서 깃발을 들었던 4.19이후, 6월항쟁 이후에도 염치가 없는 분들로 인하여 미완으로 끝났던 불공정, 불평등한 구조를 끝장내고 정경유착등 편법이 판치는 세상을 염치가 있는 세상으로 바꾸어 내자는 결의이다.

박근혜 탄핵은 낡은 대한민국을 향한 분노가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일대 혁신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출발하기 위한 희망의 시작임을 촛불을 든 국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국민의 이해가 반영되며 사회적 약자가 참여하는 정치의 제도화,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헌법의 정의와 역사가 미래를 바로세우는 그날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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