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조카 아파트서 던진 정신질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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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조카 아파트서 던진 정신질환자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04.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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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방심에' … 어머니의 피맺힌 눈물

[목포시민신문=정경희기자]지난달 27일 오후 5시께 목포경찰서 형사과. 조사를 위해 담당 형사 앞에 앉은 박모(남.29)씨는 고개를 떨군 어머니(56)와 달리 경찰서 안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있었다. 정신지체 1급인 박씨는 현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았다. 결국 담당 형사는 박씨의 어머니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방에서 자고있는 줄 알았죠. 빨래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도 확인했거든요. 그런데 (아들이) 조카를 데리고 나가서 던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옆에서 박씨는 자리에 차분히 앉아있지도 못하는 등 어린아이 같은 행동만 되풀이했다.

박씨는 사건 당일(27일) 오전 10시10분께 목포시 상동 한 아파트 13층 복도에서 생후 21개월 된 조카를 아파트 아래로 던졌다. 아들의 부재를 뒤늦게 확인한 박씨의 어머니가 복도로 나왔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외삼촌에 의해 고층에서 추락한 박양은 지나가던 주민이 발견,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이큐 26. 정신연령은 1~2살 어린아이에 불과한 박씨는 사리분별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어른아이'였다. 하지만 조카를 던지는 등 이런 예상치 못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2년 7월께 박씨는 이 아파트에서 5살난 이웃집 아이를 던져 중상을 입혔다. 다행히 아이는 자전거 보관소 천막 위로 추락해 목숨을 구했지만 박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3년 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과ㆍ약물 치료를 받았다. 지속적인 치료 덕분에 박씨의 증세는 호전됐고, 2005년 박씨의 어머니는 다시 아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남편과 사별한 박씨의 어머니는 일용직 주방일과 기초생활 수급비로 근근히 생활해 오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아들을 장애인시설에 맡긴다는 것 조차 큰 부담이었다. 8년 여간 박씨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보호와 감시 아래 집 안에서만 생활했고, 가끔씩 바람을 쐬기 위해 외출하는 정도였다. 더이상 박씨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조용히 생활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이전 사건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가족들이 순간 방심한 사이 또다시 의도치 않게 조카를 죽인 살인범으로 치료 감호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에는 치료 감호 기간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 국립나주병원에서 박씨의 정신병력 진단을 받은 후 공주치료감호소로 인계할 방침이다. 이후 치료 감호형을 마친 박씨가 재범을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관리ㆍ감독한다는 계획은 미정이다. 이에 경찰 한 관계자는 "(박씨처럼) 정신질환자가 치료 감호 후에도 재범을 벌일 가능성은 있겠지만, 경찰이 지속적으로 박씨 만을 관리ㆍ감독할 순 없다"며 "가족, 목포시(사회복지과 담당자) 관계자의 상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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