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야기 - 김경애
상태바
詩 이야기 - 김경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5.31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련사 동백숲

백련사 동백숲
 
작달비 종일 내린다
상처로 덧난 울음 끌고 들어선 동백숲
비틀거리는 마음은 오랜 시간 겨울이었다
침묵의 말들이 부풀어 허공을 떠돌다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마음을 짓눌렀고
내 방패는 너덜거리는 종잇장 같았다

동백은 지난겨울 폭설의 기억을,
뒤틀린 몸뚱이로 땅바닥에 힘줄을 세우며
살아가는 법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제히 몸을 던져 아우성치고
통째로 떨어져 땅위에서 다시 피는
붉은 심장을 가진 뜨거운 생애

백련사 동백숲에서
종아리 걷어붙인 채 붉은 비 맞는다.
 

마흔이 지나고 난 후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때로는 내 뜻과는 달리 불편한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강진 백련사에 갔던 봄날 종일 굵은 비가 내렸다.
함께 갔던 어르신들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불평 없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 주었다.
동백도 수없이 많은 파란만장한 시간을 견디며
낮과 밤을 보내고 비와 바람에 흔들리고
폭설을 견뎌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죽어서도 나무를 향해 뜨거운 사랑을 노래하는 동백꽃
산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떨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다시 희망을 품는다.

 

▲ 시인 김경애

◈ 약력 ◈

△2011년 <문학과 의식> 등단
△전남문협, 목포문협, 무안문협 회원
△목포문학관 어린이문학교실 강사
△한우리독서논술 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