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 모항 목포 희망만들기 인문강좌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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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모항 목포 희망만들기 인문강좌 ⑨
  • 권경안
  • 승인 2016.05.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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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안 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장
▲ 권경안 조선일보 호남취재본부장

도시는 중심지기능을 하면서 주변지역을 거느린다고 한다. 작은 도시는 보다 큰 도시와의 관계에서는 주변(위성)의 위치에 선다. 중심지에서는 사람과 물자가 소통하고 통합하고 교류(역)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주변지에서는 중심지와의 연결성이 증대하면서 중심지 중심의 질서가 형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중심지에서는 주체성과 적극성, 주변지에서는 피동성과 소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전자가 갖는 의식을 중심의식, 후자가 갖은 의식을 주변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목포는 도시다. 목포는 중심인가, 주변인가?
 
‘도시’목포의 이전은 변방이었다. 개항이전의 목포는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국토의 변방, 주변부의 촌락이었다. ‘도시’목포로 변화한 계기는 1897년 개항이었다. 개항직후부터 1910년대까지는 중심의 기반을 닦는 초기도시화의 시기였다. 일제강점기 식민도시 목포는 ‘교역처’ 항구도시로서 본격 성장했고, 1930년대는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목포는 중심도시로 성장하였다. 주변지역 인구들을 다양하게 흡수하였다. 이때 발행된 시사종합평론지 ‘호남평론’은 최소한 호남의 중심도시라는 중심의식을 발현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목포는 주변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국과의 교역이 단절된 ‘무동력’항구도시였다. 1960년대부터는 국가의 발전축에서 비켜 있었다. 자조(自嘲)의 시기였다. 주체성과 적극성이 사라진 주변의식기였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 다시 중심으로 재도약하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수교는 국제교역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전남도청이 목포권으로 이전해오자, 전남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였다.

이와 같은 주변과 중심, 다시 주변과 중심의 부침(浮沈)을 거듭해온 목포는 지금 전남권의 중심이지만, 호남권의 중심으로서는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목포권역의 중심도시, 전남권의 중심도시이다. 하지만, 호남권의 중심도시로서는 부족하다. 목포와 목포사람들이 적극 추진했던 무안, 신안과의 통합추진을 보면 권역의 중심도시로서 중심의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광주와 전남, 그리고 호남이라는 범주에서 목포와 목포사람들이 지역의 문제나 발전전략을 주제로 고민하거나 발언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는 주변의식을 갖고 있다. 대체적으로 목포는 여전히 목포라는 작은 지역에 국한하여 의견을 내적으로 교환하는 지역사회로 비쳐지고 있다. 목포 스스로 목포권역이란 ‘작은’ 권역의 중심지로 자족(自足), 자위(自慰)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이와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는 목포와 목포사람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우선,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광주와 전남은 광주권, 광양만권, 목포권으로 대별된다. 목포는 목포권역의 중심지로 설정돼왔다. 목포와 영암, 신안, 무안이 (1차)권역(중화경제권교역전진기지, 신산업지대, 중추관리기능)을 이루며, 목포는 이 권역의 소중심지로 기능한다. 해남과 강진, 완도, 진도, 장흥이 목포의 (2차)권역(산업과 문화와 자연환경의 결절지역, 권역지원기능, 해안관광, 복합거점)이다. 두 권역을 아우르는 목포권 개발권역의 중심지는 목포로 계획되었다. 목포권역은 ‘전남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중추관리 및 행정기능과 중화경제권 교역전진기지, 신산업지대, 해양관광, 국제물류거점, 조선·항공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전망되었다. 이와 같은 잠재력과 발전전망에도 불구하고, 목포는 목포권역에서, 특히 무안지역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안반도에 속해 있는 목포와 무안은 운명적으로 한 몸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운명에 의해 서로 나뉘어져 너무나 오랜 세월을 지내온 것 같다. 목포는… 해방 이후 일본 및 중국과의 교육이 단절되면서 항구기능이 축소되었고,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발전의 축에서 소외되면서 낙후된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목포는 주변지역에 대하여 넉넉한 마음으로 대하지 못한 것 같다.」(양승주 ‘무안반도 하나되기’,2005)

위의 인용문은 그동안 목포가 권역의 중심도시로서 기능해오면서 ‘중심’목포와 ‘주변’무안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지속돼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개항 이후 역사에서 무안의 ‘한 모퉁이’ 목포가 영쇠(榮衰)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대도시로 성장한 반면, 무안은 영역과 군세(郡勢)가 갈수록 위축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무안사람들은 목포, 서울 등 ‘중심지들’를 찾아 떠나고, 무안은 열악한 농촌이라는 ‘주변’으로 영락(零落)했다. 목포가, 1969년 무안에서 분리한 신안을 포함해서 무안을 흡수통합한다는 개념으로 무안사람들이 인식했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마치 ‘중심’ ‘도시’ 목포는 ‘변압기와 같이 긴장(변압)을 증대시키고 교환을 가속화시켜주면서 사람들의 삶을 끊임없이 섞어’ 왔을 것이다.

‘도시가 도시로서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자신보다 열등한 생활을 하는 지역을 앞에 놓고서 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목포는 ‘아무리 작더라도 자신의 제국을 지배해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목포사람들에게 ‘중심의식’은 긍정적으로는 주체성의 발현이지만, 주변에 대해서는 우월감을 갖게 하여 반발케 하는 역작용을 가져왔지 않았을까? 1994년부터 1998년까지 4차에 걸친 목포, 신안, 무안의 통합(무안반도통합)은 목포와 신안의 찬성, 무안의 반대로 실패했었다. 이와 같은 무안과의 관계에서 보듯, 권역도시 목포는 주변지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주변지역들에 대해서 포용력을 갖추어야 한다. 포용이 일방에서 선언되고 해석되어서는 기존의 관계를 뛰어 넘기 어렵다. 일방적 도시-주변, 또는 중심-주변의 관계가 ‘구조화’되고 ‘의식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목포사람들이 갖고 있는 ‘중심의식’이 우월감과 배타성으로 흐르지 않고, 중심과 주변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고를 해야 한다.

둘째, 국제성을 가져야 한다.
이미 국제화 시대이다. 또한 도시경쟁의 시대이다. 국제화 시대에서 국가단위의 경쟁은 말할 것 없지만, 도시는 경쟁단위가 된지 오래이다. 목포는 이제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놓고 동북아 거점교역도시로서 위상을 설정하고 있다. 목포는 육지의 관점에서는 종점이며, 해양의 관점에서는 시점이다. 목포는 내륙과 해양을 동시 지향해야 성장할 수 있는, 오히려 유리한 지리요소를 갖추고 있다. 목포는 과거 역사적 자산으로서 대외교역과 교류의 경험을 갖고 있다. 그것이 비록 ‘제국의 질서’에서 이뤄진 것이기도 하지만, 교역항구도시로서 성장했던 경험은 오늘에도 유위할 것으로 믿는다.

셋째, 대표성과 협주의식이다.
이제 목포는 긍정적인 의미의 중심의식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공론이며 시민사회의 성장이다. 지역사회 내부뿐 아니라 필요와 성격에 따라서 공론의 무대를 광주·전남으로, 호남으로 펼쳐야 한다. 광주와 전남에서, 또는 호남에서, 광주와 전남을, 호남을 각기 단위로 놓고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다듬어가는 발언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이 해왔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 목포권은 광주와 전남의 주된 권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그게 중심의식이고 대표성이다.
공론의 주체나 형성의 방식은 사회상이나 사회의 단계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일제강점기 공론을 일으키는 것, 오늘날 공론을 형성하는 것에는 시대적 여건과 상황이 다르다. 목포는 일제강점기 지방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시사문예종합지 형태의 매체를 통하여, 지역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목포는 지역의 특수한 사정으로부터 자생적으로 태동한 환경운동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공론의 형성과 시민사회영역의 확장이라는 자산을 소중하게 되새겨야 한다.  이젠 독주(獨奏)의 시대가 아니라 협주(協奏)의 시대이다. 시민사회영역의 확장은 관료조직과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금은 어느 일방이 우선해서 통행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방일수록 관(官)이 차지하는 영향과 여론형성의 힘이 크다.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영역은 취약하다. 관(官)은 일방성을 탈피하고, 시민사회도 건강하고 견실하게 참여해야 한다.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를 놓고 ‘협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성과 해양성이다.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성장전략을 구사해야 지역발전을 제대로 도모할 수 있다. 성취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이 조응해야 한다. 목포라는 지역의 특성은 무엇인가.
목포는 지역특성인 도서해양(문화)의 재발견 시대를 맞고 있다. ‘목포권’ 도서해양문화의 결집체로서 목포의 정체성을 ‘도서해양문화중심도시’라는 개념에서 찾아야한다는 주장은 지역특성에 기반한 발언이다. 특히 과거 도서(島嶼)해양의 고립성, 분산성은 시대적 제약에 기인한 바가 있다는 점도 환기하고, 도서해양이 갖는 소통성과 문화교류의 기능을 강조한 점은 목포권이 본래적으로 갖고 있는 자원과 역사에 대한 ‘자기의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목포권 도서들과의 연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나 노력을 해야 한다. 목포시가 목포를 둘러싸고 있는 도서들에 대해, 예를 들어 문화와 관광개발을 놓고도 주변지역과 통합적 개발전략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

또한 목포에는 문화로서의 도서해양 뿐 아니라, 교역거점(항구)으로서의 재부상도 의미가 있다. 목포는 현재 ‘동북아 항만물류 거점도시’로 개발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서남권을 배후로 한 중심항기능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서남권이라는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하려는 의도이다. 중국과 수교하고 시장이 크게 열린 이후에도 대외교역항으로서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배후의 성장 없이 거점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항만물류거점도시’로서 목포항이 부상하기 위해서는 서남권이라는 배후권역이 튼튼한 생산과 소비지대로서 물동량을 창출해야 한다. 역시 권역의 중심도시가 배후의 주변지역과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지역의 자산인 근대문화유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목포는 도시의 탄생과 성장이 식민제국의 기획속에서 이뤄졌다. 도시의 성장은 어떤 정도와 방식으로든 기획과 조응의 관계에서 이뤄진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 시기에 남겨진 물질적, 정신적 유산은 긍부를 불문하고 목포의 것, 목포사람들의 것이 아닐 수 없다.
‘유구하다’는 전통도시들은 식민시기와 근대화의 과정에서 대부분 훼손되었다. 목포도 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도시성장의 궤적을 살필 수 있는 유산들이 도처에 산재하고 있다. 목포는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자처해왔듯,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증표를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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