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광주 5·18 이나 작가회의 행사장에 가면
그림자처럼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
한 번도 큰 소리로 말하거나
소리 내서 인사하지 않던 사람
머뭇머뭇 눈인사만 희미하게 보내던 사람
사진은 찍지만 사진 속에는 없는 사람
사진 속에는 없어도
이 사진은 김형주 작가가 찍었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보면서 몇 명이나
사진 속에 없는 사진 찍어주는 사람을 기억할까?
자신은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던 사람
때로는 방해되지 않으려고
어색한 손님처럼 문 뒤에 서 있던 사람
목요사진 회원들과 있을 때
가장 많이 웃고 행복해하던 사람
목포에서 올라와 쭈뼛거리는 나에게
작은 미소만 보내주던 사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시적인 사람
행사나 축제가 끝나고
술을 마시면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를 업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혼자 꺼내 보았을 사진들
암세포가 온몸에 퍼지는 줄도 모른 채
누구보다도 더 깊이 시와 사람을 읽었을 사람
아무에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혼자 크리스마스 눈송이처럼 사라져 버렸다
2020 1225호로 사라져 버린
바보 사진작가, 진짜 시인, 김형주를 그려본다
'SOS 풍경 Ⅳ 특별전’에서
그의 조용하고 쓸쓸한 얼굴이 아릿하다
* 고 김형주 : 광주 목요사진 회원, 목요사진은 게릴라적 사진을 추구하는 모임입니다.
얼마 전 5·18 기념재단, 목요사진 'SOS 풍경 Ⅳ 특별전’에 다녀왔다. 목요사진 소속 작가 4인이 5·18 사적지를 재해석한 6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가까운 지인이 참여하고 있어서, 이번엔 시간을 내서 전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겨울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 김형주 작가의 작품에는 그 동안 목요사진 지인들에게만 보였던 습작詩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몇 년 동안 그를 먼발치에서만 지켜본 나는 그의 흔적들이 아릿하고 아팠다. 묵묵히 의미 있는 작업을 해 왔던 그, 그는 떠날 때도 평소의 성품처럼 스르르 눈꽃처럼 사라져 버린 사람이다. 나와는 특별한 인연도 아니지만, 나는 그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 기억되기를 원한다. 누군가의 가슴에는 아직도 현재형인 5·18처럼. 지인이 들려준 말이다. 목요사진에서는 고 김형주가 아닌, 그냥 김형주로 부르겠다고 했다. 감히 나도 그냥 김형주 작가로 그들의 마음에 먼지 같은 작은 마음을 얹어본다. 부디, 그가 살아있을 때 자유로운 영혼처럼 먼 곳에서도 평안하기를. 또,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