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인구소멸지역에서 마을학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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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인구소멸지역에서 마을학교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1.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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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카페 앞에 펼쳐진 들녘과 도로를 바라보면 종종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이 떠오른다. 전날 비가 내려 신작로는 곳곳이 물웅덩이였다.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여 흙탕물이 바지에 올라붙은 채 학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아부지를 따라 교무실에 들어갔다, 교감선생님은 대뜸 어디 고추 좀 만져 보자하시며 공개적인 성추행(그때는 다 그러려니 했다!!)을 하셨다. 필자의 학교생활은 그렇게 어이없는 성추행과 함께 시작되었다. 학교는 서씨들 몇 가구가 사는 조그마한 마을에 있었다. 약간 억지스런 기억이지만, 나는 졸업할 때까지 본업인 공부보다 덤으로 학교짓는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얼마 후 인근에 중학교가 생기고 필자는 그 중학교 3회 졸업생이 된다. 우리 마을과는 가구수가 비교도 되지 않던 동네는 그러나 점점 학교를 중심으로 커져 갔다.

나이 들어 귀향을 하고 보니 고향은 곳곳이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인구는 실질적으로 3만이 붕괴되었고 노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였다. 만나는 사람이 노인이고 장례미사 참석이 다반사이다. 소위 인구소멸지역이다. 필자의 초등학교 모교는 통합대상으로 거론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마을들은 사람 숫자보다 가옥 숫자가 많다. 하지만, 학교가 있는 마을은 크게 성장해서(?) 면에서 가장 큰 마을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가 울돌목꿈쟁이마을학교를 운영하게 된 것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서울살이를 털고 귀향을 준비하면서 나름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그려봤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환원하면서 고향살이를 해야겠다고 어설픈 다짐도 했다. 그런 필자에게 비슷한 생각을 갖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우리 마을학교는 기본적인 몇 개의 프로그램 외에 2개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울꿈음악밴드는 진도인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DNA, 즉 상속문화자본을 자극시켜 획득문화자본화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등팀, 중등팀, 성인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럼을 두드리는 아이 뒤에 송가인과 BTS가 보이는 듯하다. 악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욕구를 발산하고 성취욕을 얻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자아를 실현해가는 마당이 된다면 만세삼창할 일이다. 성인팀을 구성한 것은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도모해보자는 의도이다. 진도역사문화탐방은 유무형의 다양한 문화자원과 국난을 극복한 역사의 현장들을 주유하는 것이다. 멕커처와 크로스가 주장하는 의도적 문화관광자가 되어 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고향 진도를 몸으로 체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내고장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체득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소싯적 고향에 대한 올바른 배움이 없었다. 그러니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난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속적 욕심만을 꿈꾸었던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일종의 보상심리 차원에서 기획하였다. 작년에는 활동 모습에 글과 그림을 덧붙여 스토리텔링북을 만들었다. 금년에는 달력을 만들 계획이다. 향후 탐방 모습을 유튜브에 담거나 어린이 관광해설사로 응용해볼 생각이다. 출향한 향우들에게도 달력을 배포할 계획이다. 연어를 닮게 하고 싶은 천진한 몽상이 부디 개꿈이 아니길 빌어본다. 이 프로그램들이 진도인의 문화자본을 미래 경제자본으로 치환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마을학교는 마을이 곧 학교라는 모토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전남처럼 인구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마을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는커녕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지경이다. 전남 지역 마을학교 대부분은 도시에 비해 아이를 가르칠 인프라의 비대칭이 극심하다. 자원봉사나 열정페이에만 지속의존해서는 프로그램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의도한 목적은 응당 우리 곁에서 멀어진다. 마을학교는 자치교육을 표방한다. 운영취지에 온전히 합당하지는 않지만 교육청이 강사풀을 마련하는데 어느 정도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도 합당한 강사나 적절한 예산지원이 안되어 시도조차 못해 본다면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더 이상 학교와 교육청만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찰떡궁합이 되어 아이들 미래교육에 힘쓰고 있는 곳이 있다. 곡성군이다. 부러움과 주목의 대상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우리도 교육과 문화에 관심과 지원을 해줄 후보자와 전략적 연대를 모색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을학교와 정규학교는 상호보완하며 상생하여야 한다. 서로 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여기에는 프로그램 공동연구, 학교시설 개방 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을 한다. 산업사회는 표준화, 규격화, 정형화가 미덕이었다. 4차산업혁명시대 한복판에 있는 현재는 도전과 창의, 융합, 인성, 유연성 등이 핵심가치이다. 그러나 변화에 걸맞게 교과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화석화되다시피 한 지식 교육을 당장 줄일 수 없는 것이 학교 실정이다. 이를 마을학교가 다소나마 보완해준다면 존재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선진지 견학이란 미명하의 벤치마킹이 무차별적인 붕어빵이 되어 식탁에 오르는 사례들을 무수히 목격한다. 마을학교 간 연대와 네트웍을 구축하여 정보를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실정에 어울리는 다름의 전략이 보다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최근 진도교육지원청 주최로 ‘2021 보배섬 미래교육 포럼이 열렸다. 학교, 마을, 지역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진도 미래 교육을 상상하다가 주제였다. 시의적절하고 마땅했다. 박남기 교수의 기조강연과 영광, 곡성의 활동가가 사례발표를 하였다. 이어서 필자를 포함한 패널들의 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마을학교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과 자책을 하였다. 한편으로는 한없는 부러움도 동시에 느꼈다. 학교가 생겨서 마을이 커진 것은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진다는 중의를 담고 있다. 학교를 품은 마을, 마을을 품은 학교를 지향하면서 마을학교가 인구소멸을 방어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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