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역사속의 식재료 이야기 –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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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역사속의 식재료 이야기 – 감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1.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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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작년부터 시작된 역병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귀여운 아이들의 웃음과 아름다운 청춘들의 미소는 마스크 너머로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처음에는 그냥 독감유행처럼 스쳐 지나겠지 했지만 금세 중세 흑사병과 같은 기세로 온 세상을 뒤 덮을때는 인류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꼭 승리할 수 있다고 하더니 이젠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잖다.

인류에 역사를 바꾼 여러 가지 중에는 흑사병이나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감자에 발생한 병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을 받은 아일랜드 대기근의 감자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기근 당시 아일랜드는 일제 강점기 우리 조선과 같은 영국의 식민지이자 식량 수탈 처로 자신들이 재배한 밀을 먹지 못하고 영국에 막대한 세금과 공출로 빼앗기고 대신 감자를 주식으로 생존하던 고난한 식민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재배도 쉽고 생산량도 많은 감자가 신의 축복으로 여기고 식량을 거의 감자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845년부터 갑자기 잘 자라던 감자 잎이 마르고 썩는 감자잎마름병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였는데 약 5년 동안 인구 800명중 1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의 기아 난민들이 발생 했다고 한다.

감자입마름병이 얼마나 심각했냐면 1845년 아일랜드 인구가 800만 명이었는데 60년이 지나서도 1910년대 400만으로 줄었다고 하니 기근 피해와 이로 인한 이주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가늠할 수 있다.

그 당시 아일랜드 사람들은 가난과 배고픔을 피해 북아메리카와 유럽각지로 100만 명이상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기아에 시달리던 이주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허약해져 있던 터라 병에 걸려 항해와 이동 중에 또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게 된다. 이 시기의 이민선은 떠다니는 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했는데 캐나다 이민역사 자료에 따르면 약 10만 명의 이주민 중에 16000여명이 항해 중 사망하였다고 한다. 이로인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아일랜드계 인구가 많이 늘었고, 미국에서는 이들을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2008, 미국 인구조사국의 미국 지역사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전체 인구 중 10.5%인 약 3,330만 명이 아일랜드계라고 한다. 앤드루 잭슨부터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22명의 미국의 대통령들이 아일랜드계이거나 부분적으로 아일랜드 혈통을 이어받았고 한다.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과 이주민이야기를 하면서 일제 강점기 식량수탈과 압제를 피해 만주와 연해주, 하와이등 세계각지로 떠나야만 했던 조선민중들의 고난함과 아픈 한민족 이민사가 투영되면서 이들이 고향집을 등지던 그때 어머님이 싸주셨던 따뜻하게 잘 있는 찐 감자도 함께 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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