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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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2.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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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그의 눈은 자꾸 빠져드는 푸른 눈이었다. 유독 자화상이 많은 빈 센트 반 고흐, 그의 자화상 배경도 푸른색과 초록색이 많다. 귀를 자른들 고통이 들리지 않겠는가. 고갱은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의 강렬한 노란색에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고갱은 형편없는 그림이라고 혹평하고 떠났다. 고흐는 고갱과의 다툼을 견디지 못해 자기 귀를 자른다. 붕대에 칭칭 감긴 자화상을 그렸다. 가난한 화가의 절규, 꼭 다문 입술과 침울한 표정, 어딘가를 깊게 응시하는 강한 눈빛은 살아 있다. 고흐는 돈이 없어 모델을 살 수도 없었지만,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그림에 담고 싶어 했다.

그는 서른일곱의 나이로 권총 자살을 하기까지 2,0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자화상은 40여 점이다. 살아서는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고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을 좋아한다. 서른세 살에 그린 초기 자화상이다. 그림 속 남자는 오십이 훨씬 넘은 듯한 중후한 모습에 정장을 차려입고 파이프를 물고 있다. 그의 궁핍했던 삶과는 다르게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미간에 움푹 들어간 골 깊은 주름과 깊고 또렷한 눈, 조금 말라 보이는 얼굴이 고뇌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내면세계가 궁금하여 말을 걸어 보고 싶다.

얼굴, 자화상, 화가도 그렇고 시인들도 얼굴이나 자화상에 대한 글이나 그림이 많다. 몇 년 전에 얼굴이라는 수필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예쁜 얼굴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못난이로 통했다. 학교에 가기 전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 난희여서 친척들도 나를 못난이라고 불렀다. 얼굴 없는 사람들이라는 시 속에는 얼굴을 만진 기억이 희미하다. 얼굴이 박물관이나 오래된 전당포에 보관된 녹슨 귀걸이나 골동품 같은 귀중품이 된다. 얼굴 없는 몸들이 몸들을 서로 더듬는다. 감각도 감정도 없이 얼굴을 찾는다. 유령 같은 사람들 사이로 얼굴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진다.”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얼굴은 일상적 사실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나 시 속의 얼굴은 무의식의 세계, 내면의 얼굴, 억압된 욕망이나 불편한 사회를 바라보는 감정의 충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지들은 초점을 잡지 못하고 질서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마음과 상황을 의식 없는 상태로 두는 것을 의식하며 쓴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것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생각하고 사는 모습이 얼굴에 드러난다. 나는 속내를 잘 감추지 못하여, 얼굴에 금방 나의 희로애락이 나타난다. 새삼스럽게 요즘은 이것이 고민이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불편하다. 싫은 것을 좋은 척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색하다. 나 같지 않다. 산다는 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삶은 고난하다.

지금은 겨울의 초입,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있는 자화상>이 내게로 걸어온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고흐의 자화상을 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행복에 겨워 조금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는 고흐의 정신을 배우고 싶은 것이다. 현재 나는 보잘것없고 내세울 것도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고 싶다. 고민하는 이 시간이 귀한 밑거름이 되어 내가 바라는 자화상을 잘 그리기를 바란다. 묵묵히 조금씩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꿈도 함께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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