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송정미 대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회
상태바
[NGO칼럼-송정미 대표]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13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목포시민신문] 코로나193년 겪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여행가자고 만들어진 모임의 비용이 차곡차곡 쌓여 6월 하순 동유럽 4개국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비엔나 그리고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였다. 여행사 상품으로 만들어진 패키지여행이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31, 식사·관광 시간이 31, 그리고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3분의1 정도여서 여행코스는 매우 단순했다. 방문지의 정보는 버스 안에서 설명하는 가이드와, 현지가이드의 관광 해설이 전부였다.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유럽연합에 속해있는 나라들은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도로를 건널 때, 신호등이 있을 때는 신호등 신호에 따라 건너지만 신호등이 없는 경우 차도를 건너고자 할 때는 한국 사람들은 양 쪽을 보면서 차가 없을 경우 건너가는데 여행지에서는 사람이 차도에 서면 자동으로 운전자들이 차를 멈추는 거였다. 관광지이기 때문에 매우 번잡한 도로 상황이었음에도 자동차들이 자동으로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여행객들은 당연히 습관적으로 좌우를 살피는데 이미 그 때는 차가 멈춰 서 있었다. 유럽은 차도에 사람이 서서 건너려고 하면 차가 먼저 멈춘다고 한다. 가이드가 설명을 하면서 차도를 가로 질러 갔다. 자동차가 일단 멈추니까 더 안전하겠구나. 운전기사가 일어나서 욕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로 3~4시간씩 이동해서 목적지에 가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을 들리는데, 대부분 화장실이용료를 코인투입기에 투입해야 화장실 출입문이 열렸다. 우리나라는 화장실이 무료여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화장실 사용이 이렇게 불편할 수가 있을까? 돈 없으면 화장실도 못가겠다. 그런데 여느 공중화장실은 내부에 사무실이 설치되어 사람이 앉아서 화장실 이용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 화장실 이용료를 사람을 고용해서 받고 있다니! 가이드 말로는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거였다. 화장실 코인투입기를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이 또한 고용불안이 되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 여전히 예전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키오스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용절감이나 편리함 보다는 사람의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상품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 둘러보거나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도 키오스크를 보지 못했다. , 그렇지. 사람이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도입된 기기들이 이제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건비 절감이라는 이유로 너나없이 기기를 도입해서 꼭 사람이 있어야 할 터미널 같은 곳에도 여기저기 기계만 즐비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며칠 동안 여행객과 늘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버스 운전기사인데, 버스 운행시간이 매우 중요했다. 가이드도 늘 버스 운행 시간에 신경을 쓰면서 시간 조절을 했는데, 유럽연합 가입국들은 유럽연합의 노동시간 체제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뿐만 아니라 노동 정지를 당해 생계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란다. 12시간을 연속 일하고 나면 11시간은 무조건 노동을 쉬어야 한다. 즉 아침에 버스 시동을 건 이후 시동이 완전히 멈추는 시간, 일을 종료한 이후 11시간은 버스가 움직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날 숙소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면 아침 출발 시간이 늦춰진다. 하루 4시간 일하고 나면 휴게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휴게시간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움직이는 버스라고 해서 예외가 없다. 버스 운행시간이 기록되는 타코메타기가 있어 이 기록이 증거가 되기 때문에 유럽의 기사들은 일 하다가 휴게시간이 되면 도로에서도 차를 세운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여행객을 싣고 도로 위를 달리다가 휴게시간이라고 버스를 세우면 꼼짝없이 여행객들도 버스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여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한 때 화물기사의 장시간 노동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화물차의 특성상 장거리 운행이 기본인데 기사들이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하고 일하기 때문에 도로위의 폭탄이 아니었겠는가? 이는 화물기사의 안전을 위한 것도 있지만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유럽연합 가입국들은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정책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노동시간 엄수를 매우 중요하게 보는데 규정보다 일을 더 시키는 것은 노동자들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로 시간 절도라고 나타내기도 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노동 시간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버스가 멈추는 곳에 화물차들 휴게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대형차들은 소형차와 다르고 장시간 휴식 시간을 취해야 되기 때문에 휴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듯 했다. 우리나라와는 참 대조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 가이드는 그곳 사람들은 특별히 노후를 걱정하지도 않고, 학교 성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은 전액 무료여서 얼마든지 본인이 가고 싶을 때 요건만 되면 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연연하지 않으며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어서 학벌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훨씬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의사라고 해서 특별히 사회적 대우를 받거나 임금이 일반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 아니어서 그 곳 의사들은 그냥 직업이 의사라는 것이 통념이며 통계적으로 일반 노동자 임금의 1.5배 수준으로 오히려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노동업무를 줄여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하니 참 사람 사는 세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노인들은 노인연금을 매월 수령하여 그 연금을 그 달 내에 모두 사용해야만 하는데 저축을 해서도 안 되고, 자녀들을 위해서도 사용하면 안 되는 오로지 자신의 생계와 활동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을 위해서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가 지급된다면 비용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부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도 전액 무료라고 하니 의료비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다니는 관광지에도 대체적으로 노인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경제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연금이란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내는 세금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노인연금이 국가적으로 부담일수도 있지만 그 연금이 기본적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럽 연합에 가입한 나라들이 모두 잘 살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동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OECD 경제 순위에서도 낮을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의 통계를 보아도 더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걸 중시하고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만들고 운용하기 때문에 가능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이 공동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집단끼리 유착하는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예전에는 정경유착, 권언유착이었다. 즉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밀접하고 부당하게 거래를 하는 것, 정치권력은 경제 권력의 부당함을 면죄해 주거나 특혜를 주고, 경제 권력은 정치권력이 유지하도록 자신들이 지배한 방송, 신문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정치 비용을 후원해 주는 형태,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늘 등장했고 지금도 늘 드라마에서 잘 나오는 내용들이다. 이러한 것이 대표적인 이권 카르텔이다. 지금은 사라졌을까? 우리사회에서 의사들은 이권 카르텔이 없는가? ·판사 출신들, 정부 고위 관료 출신들은 이권 카르텔이 없을까? 이권 카르텔은 이권과 권력이 작용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지, 이권도 권력도 없는 일반 사람들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란 어떤 사회여야 되는지 생각하고 만드는데 자신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