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민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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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단체가 나아가야 할 길
  • 김신규
  • 승인 2014.08.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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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 공동대표/ 목포대 법학과 교수

우리 지역에는 목포경실련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가 있다. 시민단체는 설립목적에 따라 다양한 시민사회의 요구와 필요성에 부응해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담아냄으로써, 정부와 시장과 시민사회와 소통을 하는 창구역할을 해왔다. 시민사회의 구성원인 시민들이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환경 등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과 관련되어 자율적으로 만든 조직이 바로 지역시민단체인 것이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왔다는 점에 대하여 먼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십시일반하여 공공선을 지향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필자가 공동대표로 있는 목포경실련도 1981년에 지역 시민들의 뜻과 힘을 모아 지역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실현을 위해 창립된 시민단체로서, 그동안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됨으로 인해 다소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어 왔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음으로써 특정집단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이 지역시민사회의 성장과 사회개혁의 주춧돌 역할을 자임하면서 부단히 노력해올 수 있었으며, 그 성과도 지역사회 현안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조례제정이나 정책을 현실화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나 정부, 기업 등 우리 사회 권력계층의 의사결정과정에 시민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많은 현실적 한계가 있기에 시민운동의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사회변혁운동이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는가. 작은 물방울이 쉼 없이 떨어져 거대한 암반을 뚫듯이 줄기차게 정진하다 보면 작은 냇물이 변화와 혁신의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내고, 마침내 사회적 정의가 도도히 강물처럼 흘러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는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더욱이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는 산업화시대와 달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정보의 주체가 됨으로써 정부와 시장의 기능만으로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고, 오히려 공정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민단체가 갈등해결의 조정자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는 ‘시민참여 내지 시민단체시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게 되었다.

이제 시민단체가 정부와 시장의 지배 권력을 비판, 감시하는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정부나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제3섹터 부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때에, 비로소 지자체나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존재 필요성과 당위성, 나아가 그 위상을 재정립하게 되고 새로운 활로도 모색하게 된다. 그 예로 시민단체의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들 수 있다. 또한 지식정보화시대의 개방성과 정보공유성은 다양한 형태의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할 수밖에 없는 사회환경을 조성하게 되었으므로,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주체적, 능동적으로 시민단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인을 제공하고 그 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 없는 시민단체 활동, 시민단체 구성원만을 위한 시민단체는 저물어가는 시대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시민단체가 되지 않도록 시대정신을 탐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시민단체에게 있어서 사회적 신뢰는 생명과도 같으며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공자님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시민단체가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므로, 초심을 잃지 않도록 시민단체는 꾸준한 자기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지역시민단체가 제 나름의 고유한 빛깔과 향내를 가지고 맑고 밝은 사회를 위해 다양한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염두에 두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시민단체는 지역정치권과 지방정부, 지역토호세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시민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경제적 독립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회원이 되거나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후원을 함으로써 시민단체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시민단체도 그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쌍방향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면, 시민단체는 관변단체나 어용단체로 전락하거나 회원 없는 시민단체가 되어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거나 존재가치가 유명무실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사회의 현안문제에 대한 전문성 있는 해결방안제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의 전문적인 역량강화를 위한 연찬과 전문가회원의 확보가 요구되어진다. 아울러 시민단체 활동가를 새롭게 육성하고, 육성된 시민활동운동가들이 사회 각 영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합리적인 대안모색을 위한 정부, 시장, 시민단체 모두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의체 구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경제주체 사이의 이익충돌을 편협하지 않게 해결하는 갈등 조정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선을 지향하는 갈등 조정자의 역할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다양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에 있어서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어서 상대방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면서 ‘역지사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의견과 배치되는 다양한 비판과 충고를 겸허히 수용하는 ‘열린 마음’을 시민단체 스스로 반추하면서 자성하고 수용할 줄 아는 포용성이 중요하다.  

다섯째, 자기반성을 통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반추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시민단체마다 설립목적에 부합되게 활동했는지 보다 진지한 본원적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시민단체가 특정인이나 특정지역의 이익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변할 때에는 시민단체의 순수성은 사라지고 시민단체라는 허울을 가진 이익단체 내지 관변단체, 어용단체라는 낙인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지역의 시민단체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보다는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해서 애쓰는 참다운 시민단체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섯째, 지역시민단체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다양한 목적을 가진 시민단체가 지역현안문제에 관해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역현안문제에 관해 시민단체협의회를 만들어 끊임없이 의제화 하고 공유함으로써, 시민단체는 물론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는 지역발전과 지방자치의 발전으로, 나아가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정부도 시장도 아닌, 시민 또는 시민단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참여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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