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주최 환경글짓기 대회 도교육감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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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주최 환경글짓기 대회 도교육감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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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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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함이 만든 한 가지 (목포영화중 1학년 김보라)

때는 작년 4월.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돋아나고 연 노란색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피워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우리들은 새 학기를 펴는 춘계 소풍에 광대에 입 꼬리를 걸치며 하나하나 걸어 나가고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 체험하고 거닐다 보니 어느새 12시에 가까운 시간에 도달했고, 점심시간이라는 즐거운 시간을 맞았습니다.

저희가 도시락을 먹었던 곳은 푸르른 잔디가 넓게 펼쳐진 언덕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곳으로 뛰어나가 친구들과 그 들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행복한 담소를 나누며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무심할 정도로 빨리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은 금세 도시락을 다 먹어 해치우곤 돗자리를 말아 자신의 짐 가방에 넣었습니다. 전 그 당시 도시락에 밥이 조금 남겨져 있던 터라 허겁지겁 먹곤 짐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이 갈 준비를 다하고 가방을 다 메었을 때 선생님의 작은 입에서 “얘들아! 우리가 먹은 것들 치울 겸, 환경 봉사하자!”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탄식을 내지으며 “다 정리했는데.” 하곤 다시 언덕위에 짐 가방을 하나하나 내려놓았습니다. 저도 그때엔 귀찮음에 둘러싸이다 어쩔 수 없이 봉사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깔깔 되며 도시락을 먹었을 땐 잘 느끼지 못하였었는데, 우리의 온기가 남아있는 그 언덕을 다시 돌아보니 우리가 남긴 쓰레기들과 다른 시민들이 남긴 쓰레기가 결합되어 푸르른 잔디 밭 위에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쓰레기들을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레 잡으며 한 학우가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 안에 하나하나 넣었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처음엔 ‘더러워. 왜 내가 이걸 해야 하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봉사가 점점 박차를 가해갈수록 아이들은 그 생각을 자연스럽게 잊은 모양인지 스스럼없이 양 손으로 집으며 “이 정도 했다!” 하고 서로서로 자랑하며 재미있게 봉사에 임했습니다.

그 때쯤이었을까요? 같이 봉사를 하던 한 학우가 눈을 크게 키우곤 큰 목소리로 “야, 청개구리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그때가 봄이었으니 겨울잠에 부스스 깨어난 청개구리 한 마리였겠지요. 아무튼, 아이들은 그 학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봉사를 잠시 두고 우르르 달려가 그 주위를 에둘러 쌓았습니다. 저도 물론 아이들 사이에 머리를 배꼼 내밀어 그 개구리의 형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생각으로 제 머릿속을 물들였습니다. ‘아, 어쩔 수 없이 한 봉사 속에서 다른 형태의 자연도 볼 수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 사단이 있던 후, 우리는 다시 봉사를 재개하였고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긴 시간들은 어느새 지나가 끝을 고하는 선생님의 큰 목소리로 막이 내렸습니다.

전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소풍에 올 때 메고 왔던 핑크색 돼지 코 문양이 있는 짐 가방을 메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우들의 사이에 끼어 다음 일정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즈음 갑작스레 그 개구리가 제 머릿속에 마구마구 생각났습니다. 이내 전 못 참겠다는 듯 정면을 향하던 고개를 몸까지 비틀어가며 그 언덕을 응시했었지요.

제가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연두색 청개구리는 아주 작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나 그 대신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 점의 쓰레기도 없는. 티 없이 맑아 드넓은 초원이었습니다. 아마 그 순간을 보았을 때, 전 분명 개구리가 없다며 실망했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실망’ 이라는 감정보단 왠지 모를 ‘뿌듯하다.’ ‘자랑스럽다.’ 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메웠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가 만들었나?’ 하는 의구심 품은 질문도 제 자신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시점에서도 제 머릿속엔 그 들판이 사각사각 그려집니다. 생명을 이어가는 그때의 청개구리, 생명을 만들어 내는 드넓은 초원의 풀들, 생명을 피워내는 샛노란 개나리의 꽃봉오리…. 그것들을 생각하자니 그때의 마음처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생각에 꼬리표처럼 졸졸 따라다닙니다. 전 그런 꼬리표가 너무 나도 행복합니다. 제 마음속에 매일 따라오니 말이죠.

제가 중학교 생활을 어연 10개월쯤 한 시점에서 그 아름다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시간이 지나도록 전 그 들판을 다시 방문 해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은 해본 적은 있었지만, 거의 무산되었지요. 하지만, 꼭 시간을 내어 가보고 싶습니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뛰고 있던 생명을. 그리고 어린아이의 꿈과 같았던 푸르른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닌 어루만지며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겠죠.

그때는 한 순간의 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머릿속에 두고두고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그 일이 있던 후 전 봉사라는 이름에 ‘더러움’을 붙이지 않고 ‘생명의 울림’이라는 생각으로 환경봉사에 임합니다. 그저, 몇 시간. 아니 몇 분에 지나지 않았던 시간이 저에겐 이리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습니다.

환경은 빛났습니다. 생명도 빛났습니다. 우리들도 빛났습니다. 그리고 실천이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꽃피웠습니다. 전 그것을 여러분께 알려주고 싶었기에 이런 수기를 작성하였고, 지금 저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여러분도 한번쯤은 거리에 나가 소소한 실천이라 생각하시고 이런 활동들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어쩌면, 제가 본 그때의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형상이 여러분 앞에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아주 넓고, 소박하고도, 광명이 넘치는 그런 풍경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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