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 읽기-시 본상 윤경예] 우월사리 혹은 풀치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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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 읽기-시 본상 윤경예] 우월사리 혹은 풀치의 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6.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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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사리 혹은 풀치의 춤

 

윤경예

 

나는 먼 데에서 와서 비늘이 긁혔다가 새로 돋는 정오의 바다를 봐요

 

심해의 어둠에 미끄러지는 걸 좋아하는 풀치들

아가미 내리그으며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수평선으로 당겨졌다가 이내 물러서는 춤을 추고 있는지

 

당신은 그 춤을 오월사리라고 이야기했지요

 

바다의 첫말을 꺼내기도 전

귓불 먼저 몽글해지는 소리 같았죠

검은여로 와서 함께 덮은 웅숭깊은 별의 덮개였을까요?

 

가늘고 긴 당신의 숨소리처럼 봄빛 덜 빠진 바다

아직 두꺼운 낯을 가진 여름은 시작되지 않았죠

그래서 심해는 차고 깊고 해초들은 무섭게 자랐죠

 

어떤 쪽에서도 출항기를 쓰는 뱃고동 소린 들리지 않았죠

그러나 저 무수히 많은 오월 사리가 사라진다 해도

당신은 결코 저 춤을 건지는 일은 멈출 수 없다고

물이 살져 오른 포구에서 기어이 닻을 올리고 있었죠

 

심해 밑이 아가미 명당인 걸 당신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다순구미 볕을 괴고 있던 당신의 어깨가 들썩거릴 때

다 갯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저 춤 때문에

머리 풀린 어스름이 해안가로 번져온다고 했지요

 

심해는 비늘밖에 보이지 않아 심해라지요

나는 지금 뼛속까지 훤히 비추고도 남을 저 춤을 따라가요

내 몸이 짠내 나는 파도임을 아는 난 풀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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