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의 희망편지] 별빛으로 살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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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의 희망편지] 별빛으로 살아가는 삶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10.0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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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창밖에 요란하게 울리는 클랙슨 소리가 귓가에 부서졌다. 주말의 카페는 늘 그렇듯 부산스러웠다.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사이로 울리는 핸드폰 카메라 셔터음이 난장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카페였다. 그러나 그런 소음이 우리의 대화를 방해할 순 없었다. 나는 코를 훌쩍이며, 휴지로 눈물을 조금 훔쳤다.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친구의 솔깃한 제안에 덜컥 수락한 것은 나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당당하게 살아갈 자신도 없어, 그저 막막한 마음에 점을 보자고 했다. 힘든 점들을 토로하다 왈칵 울음이 터져버렸다. 소름 끼칠 정도로 대단한 점사를 내놓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점쟁이 용하지도 않더라! 나는 애써 웃으며 농담을 내뱉었다. 친구도 그 마음을 알았는지, 그래, 그렇더라 하며 웃었다.

우리는 조금 지친 마음을 달래려 카페에 들어섰다. 달곰한 크로플과 따뜻한 라떼 두잔 시켜놓고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빨간 코끝을 손끝으로 비비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러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답답할 땐 좀 울어도 돼.”

나는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부서지고 망가져 가는 인생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요 며칠, 방구석에 틀어박혀 사는 삶에 대해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경영 악화로 갑작스레 회사에서 해고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요즘 같은 시국에 사업도 잘될 리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금 내가 하는 선택이 맞는지, 이러다 이도 저도 안되는 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지난날들의 기억을 되짚으며 울음의 이유를 천천히 꺼내놓았다. 거의 두어 시간쯤 말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걸 티 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 답답한 마음도 조금 해결이 될까 싶었다. 평소에 힘든 점을 털어놓지 않던 나였기에, 친구는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 주었다.

맞아. 요즘 다 힘든가 봐. 정말로.”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도 그동안 말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번아웃이 온 직장생활과 밤마다 밀려드는 우울한 감정들에 대해서. 그리고는 주변의 우리 같은 30대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모두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았던 친구였기에, 나는 울컥 차오르는 마음으로 말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잖아.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잘하고 있어.”

몸도 마음도 늘 건강하기만 했던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밀려드는 감정에 주체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걸까? 20, 바지런히 달려왔던 지난날의 수고를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물경력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자, 오히려 울 수조차 없게 되었다. 어떻게든 살아내어야 했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는 법에 대해 고민하기 바빴다. 어느덧 서른에 접어들었다. 나이에 대한 부담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뒤쫓아왔다. 어른들의 말은 늘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제는 자리 잡아야 한다그래도 아직 청춘이다는 말. 선택에서도 이 말처럼 기로에 섰다. ‘포기해야 한다도전해도 된다는 것으로.

요즘 부쩍 인생이 더 힘들어진 것 같아. 내 안에 있던 담대함과 과감함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친구가 한숨을 쉬며 라떼를 홀짝였다. 나도 잔을 들며 친구에게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냥 믿어 보자. 그저 자신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언제부터 우리는 바래지기 시작했을까? 친구와의 대화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정답을 모르고 산다. 그래서 때론 타인의 성공사례를 보며 눈을 반짝이기도 한다. 마치 나도 저렇게 살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기대로. 하지만 그 기대는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수많은 사람과 비교하며 살아온 인생에서 우리는 어쩌면 닳아져 갔던 건 아닐까?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처절하게 자신과 싸움을 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는 각자 찬란하고 아름다운 별빛이다. 우주의 우리 은하에 수놓아진 반짝이는 별빛처럼, 우리는 자신의 삶을 빛내며 살아가고 있다. 별도 제 몸을 빛내기 위해 뜨겁게 태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영혼은 어쩌면 밝게 타오르고 있을 테다.

그러니 힘들고 지칠 때는 또 다른 별빛에게 기대도 된다. 누군가에게 기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니까.

울고 나니까 좀 시원하지?”

친구가 크로플 한 조각을 먹으며 물었다.

. 쑥스럽긴 하지만, 개운해.”

나도 마지막 남은 크로플 한 조각을 먹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얹어준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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