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이송환 지부장]서민들의 쌀독에 바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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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이송환 지부장]서민들의 쌀독에 바닥이 보인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7.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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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환 민주노총 목포신안지부장

[목포시민신문] 구휼미(救恤米) 재난을 당한 사람이나 빈민을 돕는 데 쓰는 쌀이다.

재벌의 곳간을 열어 민중들을 구하라!

내가 일해서 남의 곳간에 쌀이 넘쳐나는데 정작 내 쌀독이 바닥을 보인다면 들고 일어설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갑오농민전쟁이었다.

물가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고 있다. 밥 사먹기고 두렵고 차에 기름 넣기는 더 망설이게 된다. 전기값, 가스값도 오른다고 한다.

어떻게 살란 말인가?

그런데 대통령은 세계적인 상황이라, 대통령이 처음이라 대책이 없다고 한다.

기름값이 올라 서민들은 죽겠는데 국내 정유사는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4개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1분기 영업이익은 476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이 1649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82.2% 증가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320억 원으로 111.7%, GS칼텍스는 1812억 원으로 70.9%, 현대오일뱅크는 7045억 원으로 70.7% 각각 증가하여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기름값 폭등으로 서민들은 울상이고 정부의 세수는 줄어드는데, 반면에 정유사만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만 그런 건 아니다. BP(영국 최대의 석유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2126억 달러에서 202262억 달러로, Shell(영국의 다국적 석유회사)32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ExxonMobil(미국 최대의 석유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8억 달러에서 88억 달러로 3배 넘게 뛰었다.

그러자 지난달 영국 정부는 이익을 많이 낸 석유·가스업체에 25% 초과 이윤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 파운드(24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석유·가스업체가 적용받는 에너지기업 세율을 40%에서 한시적으로 65%로 올린 것으로,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한 것이다. 미국 정부도 이윤율 10%를 넘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연방세 21%를 물리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횡재세는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을 얻을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일시적으로 매기는 소득세를 말한다. 횡재세는 영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헝가리 등에서도 시행 중이다. 지난 3월 이탈리아는 202110월부터 20223월까지 기업 이익 증가액이 500만 유로(67억 원)를 초과할 경우 전년 대비 10% 높은 세금을 매겨 44억 유로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헝가리 정부도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 회사 및 보험사, 항공사, 유통업체, 통신사,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총 8000억 포린트(28천억 원)을 걷을 계획이다.

하물며 미국에서도 부자 증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 3월 연방의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 이른바 억만장자세계획이 들어있다. 순자산 1억 달러(1225억 원)가 넘는 미국인에게 최소 세율 20%를 적용하고, 현재는 과세 대상이 아닌 미실현 투자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가령 보유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평가액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주식 보유세를 매기겠다는 방안이다.

첨단 자본주의 나라들도 정부가 나서 구휼[救恤] (재난을 당한 사람이나 빈민에게 물품을 주어 구제함)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횡재세와 억만장자세 등 부자 증세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정부가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조세정책은 부자 증세가 아니라 부자 감세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부세 등 보유세 인하, 가업상속공제대상 확대,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등은 죄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들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겠다는 정책은 14년 전 이명박 정부 때의 정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윤 정부는 자유·시장·경쟁·성장·실용·효율 등 미국에서도 외면당하는 철 지난 신자유주의 정책을 꺼내 들었다. 시대착오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강요로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민생이 파탄 나지 않았던가. 윤 정부는 경제 위기가 닥치고 있는데 되레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민생이 무너지면 민심이 돌아서는 것은 필연이다.

지난 72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동자 대회에서 6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였다.

보통 민주노총이 노동자 대회를 조직하는 과정은 상당이 어렵게 전개된다. 쉬어야 할 주말에 그것도 7월 땡볕에 경향각지의 노동자들을 서울로 모이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당히 순조로웠다. 거의 스스로 모인 것이다.

살기 힘들다는 것이고 정부와 재벌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노동자 대회가 흡사 박근혜 퇴진 촛불의 도화선이 되었던 2015년 민중총궐기의 기시감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닌 것 같아 섬찟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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