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기중 이사장]대학무상화·평준화를 위한 제언
상태바
[NGO칼럼-김기중 이사장]대학무상화·평준화를 위한 제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08.19 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김기중

[목포시민신문] 대한민국은 학벌사회이다. 학벌사회는 서열화된 시험제도를 통하여 공인되고 공고화된다. ‘수능내신으로 대변되는 대학입시는 인생서열의 첫 공식 관문으로 기능한다. 2021년 전국 고교 졸업생 중 73.7%가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고등교육이 보편화되었지만 대입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대학서열 구조 속에서 소수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벌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위 상위권 대학은 제한된 좋은 자리와 그 자리가 가져다주는 특권 혹은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주는 첫 길목인 셈인데, 문제는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자신의 저서 시험능력주의에서, 사람들에게 상승의 열망을 갖도록 끌어당기는 힘과 낮은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밀어올리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시험, 즉 선별과정이라는 통로에 사람들을 밀어 넣게 되며, 이 통로의 병목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가 바로 시험지옥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또한 이 통로가 좁거나 하나밖에 없으면 이 두 힘의 압력 때문에 통로가 터지게 되며, 그것이 청소년 자살, 폭력 등의 병리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관문 혹은 통로를 만들어 병목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킬 수는 없을까?

병목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려는 첫 시도는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30여 개 단체와 함께 범국민교육연대를 결성하여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학벌사회를 해체하고 공공성에 입각한 공교육 구조개혁 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당시 전교조의 대학·대입제도 개편방안은 대학교육무상화(대학통합네트워크)를 목표로 하였으며 그 출발을 수능폐지와 자격고사화를 통한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개편으로 설정하였다. 또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시하였다. 이후 전교조는 2007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본부를 구성하여 3년 간 전국자전거 대장정수능폐지 페스티벌등을 진행하였다. 이후 2011년 교육혁명 대장정, 2012교육혁명공동행동출범, 2013년 대학 순회토론회 및 국제중,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 투쟁, 2015·16·18년 전국 순회 기자회견, 간담회 등의 대장정으로 쉼 없이 어어져 왔으며, 그 힘들이 모여 2020대학무상화·평준화 추진본부결성과 2021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로 확대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대학무상화·평준화 운동은 대중화-공약화 단계를 지나 이제 현실화 단계에 도달하였다. 현실화 단계는 법 개정과 재정 확보 등을 통해 대학무상화·평준화를 제도화하는 단계이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시민·노동 단체, ··중등, 대학교육 주체들의 목소리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추동해내야 한다. 정부나 국회 등 국가기관들이 알아서 제도 개선에 앞장서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김학한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정책위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대학서열 해소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약속하며 집권하였으나,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를 정책에서 배제하였고 결국 임기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 주된 요인으로 정부를 견인할 수 있는 교육주체 중심의 대중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지 못하였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건에서 윤석열정부 시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정부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 기조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공공성 강화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대학재정과 관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개정으로 유··중등교육재정을 삭감하여 고등교육으로 돌리는 제로섬카드를 추켜드는가 하면, 대학시설의 영리화를 대학재정 확보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정부는 기존의 대학서열체제와 사부담 등록금 정책 유지, 정시확대 대입정책 지속,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 특권학교 강화 기조 위에서 첨단(반도체) 분야 산업인력 양성 등 자본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를 추진할 것이다. 현 시기 대학무상화·평준화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들의 결집된 힘과 대중운동의 확산이 절실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학무상화·평준화 실현 방안으로 다양한 경로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 핵심은 대입제도 개혁대학연합체제 구축이다. 먼저, 대입제도 개혁 추진과제로 전교조는 공동선발·공동학위의 대학통합체제 구축’, ‘수능 절대평가 및 대입 자격고사화 도입’, ‘대학 무상화 실현을 위한 관련 법률 정비’, ‘교육주체 간 연대와 합의를 통한 공동 추진등을 제시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345항에 보면, 대입제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입학 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해야 한다. ‘2022개정교육과정고교학점제가 고1부터 전면 적용되는 2025년 고1 학생들은 2028년에 대입 응시를 하게 된다. 2028년 대입 제도는 4년 전인 20242월에 예고되어야 하기 때문에 2022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그 취지대로 운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 예고안에 획기적인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반영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일정에 맞추어 수능 절대평가 및 대입자격고사 도입안을 따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연합체제 구축과 관련,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연구위원장 임재홍 교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동대학사무공유와 협력의 가치를 기반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라고 전제하면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공동학사를 넘어 공동학위’, ‘공동입시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대학 협력 사업은 일종의 컨소시움형으로서 단순한 물적·인적 공유사업에 불과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학연합체제의 거버넌스로서 지역대학혁신법인산하에 연합대학 운영위원회연합대학 총장을 두어 연합대학의 공동학사-공동학위 업무를 주관토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입시폐지 및 대학무상화·평준화운동이 숱한 정치적 변수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과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온 데는, 이 사안이 그저 교육 부문에만 국한된 단편적인 의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제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차별적 계급 구조의 고착화를 치유할 수 있는 선결과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그 인식의 배경에는,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사회·학부모 단체들의 활동으로, ‘학교교육이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 경제, 외교, 노동 등 사회 각 부문과 밀접한 함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회적 대화의 과정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 이 생각들을 더욱 전파하고 확장시켜 거대한 흐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운동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어떻게 자격고사화하고, 대학을 어떻게 평준화하며, 대학무상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등의 방법론의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과 가족이 배제된 관찰자로서의 당위적 인식에서 더 나아가, 나와 내 가족부터 시험 등수에 의한 서열의식을 떨쳐버리고 대학무상화·평준화 대열에 합류하는 일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