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최용선 약사] 안전한 일터 이젠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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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최용선 약사] 안전한 일터 이젠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1.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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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흔히 마주치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효과 빠른 약 주세요’ ‘쎈 약 주세요등등을 요구하는 경우들 말이다. 이는 빨리 낫고 싶은 희망과 빨리 노동력을 회복하여 일상으로 복귀를 희망하는 것들을 반영하는 말일듯 싶다. 질병이 나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상적으로 나오는 말일 것이다.

효과 빠른 약의 의미는 효과가 빠를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의 위험성도 빠른 것이고 쎈 약은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성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이 사실에 대한 것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약국에서 벌어지는 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볼 때, 물론 한국인들도 대부분 동의하지만, 빠름-빠름이다. 언제, 어디서든 짜장면을 시킬 수 있고 배달도 엄청 빠르다. 외국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곳까지, 낚시터이든, 한강 강변이든 배달이 된다. 심지어는 심야이든 새벽이든 특정 식당들을 이용할 수 있고, 편의점도 가능하고, 술집들도 이용 가능하다. 또한 행정처리 또한 빠르고 병의원 접근성 또한 매우 뛰어나다. 빠름-빠름은 한국을 특징짓게 만드는 것임과 동시에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의 밑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의 빠름과 효율성은 한국사회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큰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빠름과 효율성의 강조는 기본과 안전에 대한 경시 또는 무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안전에 대한 체계와 절차는 그 자체로 빠름과 효율성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로에서의 과속은 빨리 달리고 빨리 도착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대형사고의 위험성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과 동등한 위치에 존재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의도적인 안전에 대한 무시와 생략이 우리 주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사망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부 회사에서 주창한 마른 수건도 짜라라는 슬로건이 이제는 많은 회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호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안전에 필요한 비용까지 줄이게 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산업노동자에게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에게 위험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중요함을 일깨우는 교육이 일상화되어야 하고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장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듯이 안전에 대한 믿음 또한 중요하다. 안전에 대한 우리 스스로 다짐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안전에 대한 투자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떨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아닐까 한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Fast-food이 유행하였지만, 물론 지금도 상당히 그렇지만 이제는 Slow-food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Fast-food는 빨리 조리되고 빨리 먹을 수 있어, 산업화시대에서 많이 각광을 받았지만, Slow-food는 조리에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건강에 좋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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