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기중 대표]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대학체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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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기중 대표]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대학체제 개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2.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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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대학무상화·평준화 전남운동본부 상임대표

[목포시민신문] 윤석열 정권의 대학체제 개편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5월 취임 직후 바이든 방한 때 불었던 반도체 바람이 그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6대학체제 개편 방향을 필두로, 7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8반도체 특별법발의에 이어 연말에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이 이른바 예산안 부수법안에 포함되어 국회의장 직권 상정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런가 하면 새해 벽두부터 대학설립 운영 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불과 보름 전에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CE)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 모양새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대학서열화와 입시 경쟁 교육으로 대변되는 한국교육의 특성상 대학은 유··중등 교육을 사실상 규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이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교육 주체나 관련 당사자들과의 숙의 과정도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그저 호기롭기만 하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교육 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호혜와 평등의 원칙보다는 경쟁과 차등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상생을 위한 파이(Pie)는 늘리려 하지 않고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건 말건 한정된 파이(Pie)만으로 서로 간의 무한 경쟁을 유도하며 차등 지원만 해주면 그만이다. 다수가 도태되어도 자유시장의 룰(Rule)이니 어쩔 수 없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을 신호탄으로 역대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간단없이 진행되어왔다. 그러면서 수월성과 경쟁력 강화의 이름으로 교육 현장에 시나브로 뿌리내리며 국가가 응당 책임져야 할 공교육 영역을 잠식해왔다. 그러므로 공교육 수호의 최후의 보루인 대학무상화·평준화 운동은 역으로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의 폐해를 치유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 속에 이미 깊숙이 진행되었고, 그것이 지속되면 될수록 더 크게 맞닥뜨리게 될 비운의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 전쟁과 빈부 격차를 사전에 예방하고 우리와 후손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이든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니, 특별법 제정이니 하며 새삼스레 신자유주의 군불이 피어오르더니 마침내 그가 등장했다. 바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다. 작년 11월 취임한 그는 과거 1996년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제정에 기여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대학체제 개편 작업의 선봉에 섰다. 당시에는 교사(校舍), 교지(校地), 교원(敎員), 수익용 기본재산 등의 4대 요건만 기본적으로 갖추면 누구나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토록 하는 소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제정하여, 2022년 현재 대학 196개와 전문대 133개씩이나 탄생하는 데 한몫을 했던 그가 이제는 대학체제 개편의 수술대에 섰으니 어쩌면 결자해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호기롭게 꺼내든 카드인 대학설립 운영 규정완화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CE)’ 구축 방안에 담겨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에는 안타까움과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학설립 운영 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대학 증원의 4대 요건 중 반도체, 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학과를 증원할 경우에는 교원(초빙·겸임 포함) 확보율만 충족하면 증원이 가능하고 그 심사도 대교협에 일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첨단산업 학과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원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만의 혜택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 기준 교지 현황에서 교지 확보율이 100%를 넘어서지 못한 전체 42개교 중 78%(33개교) 대학과 교사 확보율 100% 미만 대학 21개교 중 62%(13개교) 대학이 수도권에 소재해 있어 결과적으로 이들 대학에게 소위 면죄부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1일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골자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50% 이상 등 재정 및 행정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글로컬(Global+Local) 대학을 육성하는 한편, 선정된 비수도권 지역 30개 대학에만 5년 동안 국고 총 1,000억원(연간 200)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다수의 지방대학이 호혜와 상생의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글로컬 대학에서 도태되는 적자생존으로 인한 비운을 맞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고등교육 재원을 독립적,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중등교육 예산에서 빼낸 특별회계 재원 중 일부(50%)만을 지자체에 내려주면서,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통하여 지방 국립대를 시·도립대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 또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방기한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으로서 철회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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