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몽땅의 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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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몽땅의 고엽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10.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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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의 음악 산책

 
[목포 시민신문] 한 낮의 무더위가 쉬 물러가지 않는 것을 보면 여름이 아직 떠날 준비가 덜 됐나보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바람결의 스산함은 이미 가을이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가을을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독서하기에도 좋지만 글을 쓰기에도 사색을 하기에도 특히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샹송 중에 이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해 줄 명곡이 한 곡 있다. 바로 이브 몽탕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이라는 곡이다.

고엽은 프랑스의 국민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 Prevert)의 시 고엽에 곡을 붙여 이브 몽탕이 노래한 곡으로 가을 노래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닌가 싶다. 노래를 감상하기 전에 먼저 자끄 프레베르의 시를 한 번 감상 해보자.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들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서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었지.
네가 불러 준 그 노랫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고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살았었다.
하지만 인생은 남 몰래 소리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 놓는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래에 남긴 발자취를 물결이 지운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보다는 이브 몽땅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고엽은 영화 밤의 문의 주제곡으로 쓰여 후에 유명해 졌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자크 프레베르가 썼고 이브 몽탕은 이 영화의 주인공 쟝 디에고 역을 맡아 열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실패하고 만다.

이브 몽탕(1921~1991)은 배우이자 가수였다. 이탈리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브 몽탕은 그가 두 살 때 무솔리니의 독재적 전체주의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파시즘을 피해 프랑스 남쪽 항구 도시인 마르세유로 이주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누나의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 이브 몽탕은 미용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미용일이 끝나고 밤에 살롱에서 노래하는 일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얼마 후 동네의 한 카페에서 노래 하면서 이름을 이브 몽탕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는 독일군을 피해 파리로 떠났고 파리에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물랭 루즈에서 그 유명한 에디트 피아프의 1부 공연을 맡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 첫눈에 반 해 사랑을 시작하게 되지만 피아프와 함께 출연한 영화 밤의 문이 실패를 하고 얼마 후 에디뜨 피아프도 이브 몽탕 곁을 떠나고 만다.

그러나 이 영화에 삽입된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후일 불후의 명곡이 되었고 이 노래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영화와 노래에서 맹활약을 하던 그는 1959년 꿈에 그리던 미국행을 단행하게 되는데 미국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자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와도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둘 사이에 염문이 떠돌기도 했다.

1985년 영화 배우였던 아내가 죽자 그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고 1991년 11월 영화 촬영 도중 숨을 거두었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다 가을 낙엽처럼 쓸쓸히 우리 곁을 떠나간 이브 몽탕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시이자 음악이 아닌가 싶다. 갑자기 최백호의 노래 가사 한 대목이 생각난다.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차라리 한얀 겨울에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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