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가지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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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가지나무 이야기
  • 김형기
  • 승인 2015.03.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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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약사
오늘 봄볕 속에 갓바위 산을 걷다가 길마가지나무 꽃을 만났다. 2년 전에 처음으로 만났던 그 자리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반가웠다. 이 길마가지나무 꽃이 반가운 이유는 몇 년 전에 잡목제거라며 소나무 참나무 등 큰 나무를 제외하고 모조리 잘라냈던 숲 살리기(?) 사업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바위위쪽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기계톱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갓바위 산의 봄 길을 길라잡이 하듯 수줍게 조용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모르고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 희미한 핑크와 연노랑꽃술. 그저 작은 곁가지인 듯 지나는 바람에도 파르르 흔들리는 떨잠 같은 겸손한 꽃이 길마가지나무 꽃이다.

모든 식물들이 숲속에서 씨가 옮겨지고 싹이 나고 자라 숲의 일부가 되기까지, 지금 그 자리를 지키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연들이 있었을 텐데, 사람들의 인위적인 개입이 숲에 도움이 될까? 숲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다를까?

학교에서는 학생을 성적위주로 평가하고 재고 다듬은다.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이 재주가 넘치면 다른 재주가 부족하고 다른 재주가 부족하면 이 재주가 좋은 것을 모두 똑 같이 잘하라고 한다. 각자 타고난 대로 물주고 햇빛주면 자기하기 나름으로 한없이 아름답게 피어날 꽃봉오리들인데 성적만으로 평가해서 성적이 못 미치는 학생들을 희생양삼아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만 최선을 다하는 입시위주의 교육들, 그것은 잡목제거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숲 파괴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이 길마가지나무는 다행히 큰 바위 위에서 자라나서 희생되지 않았지만 노란 장화를 신은 이렇게 예쁜 꽃이 사라졌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일까? 길마가지나무 꽃이 피는 갓바위의 봄 산길은 없었을 테니까.

정현종 시인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란 시에서 다음처럼 읊었다.
「우리 아이들도 때가 되면 아름답게 피어날 꽃나무인 것을, 피어날 시기는 모두 다르고 꽃피는 모습도 다 다르지만 언젠가 자신의 때가 오면 다른 모든 생명들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날 꿈나무인 것을」
우리의 사회가 성적위주로 줄 세우고 희생양을 삼아서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는지...
너무나 앙증맞게 예쁜 길마가지나무 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였다. 이제 봄이 왔다.

답답한 실내에서 벗어나서 산길을 걸으면서 햇살도 등에 받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혹시나 우리주위에 길마가지나무 꽃처럼 예쁜 꽃이 남모르게 피어나 있나 찾아보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우리 주위에 잡목취급 되면서 너무 쉽게 포기되어지는 꽃봉오리들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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