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난하고 쉬운 일-나이를 먹는 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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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난하고 쉬운 일-나이를 먹는 다는 것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5.12.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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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부장

그 지난하고 쉬운 일-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또 한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이다.
매년 이맘때쯤 어김없이 보여 지는 많은 일들이 올해도 변함없이 행해지고 있고, 나라도 지자체도 가정도 개인도 한해를 정리하느라 바쁜 행보로 거리는 술렁거리고 있다.

변화 없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숫자로 구분지어진 매일,  즉 하루는 어제, 오늘, 내일로 불리며 꽃피는 봄을 지나고, 태양의 계절 여름을 지나고 수확의 계절 가을을 넘기면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을 있게 한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그렇게 오늘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내 젊음을 내어주고 시간이 주는 지혜를 터득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나이는 보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인식의 차이, 살아온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눈에 비춰지는 모습으로 짐작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는 우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매년 순종하고 인정하며 먹어가는 세월의 나이, 내면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마음의 나이, 세월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몸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나이 등으로 구분해서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를 짐작한다.

자기 관리 잘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온 어떤이들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동안의 모습으로 부러움을 자아내게 하고,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과 품격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나이 먹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많아질수록 마음의 깊이는 비례되야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이상하게 나이 먹을수록 작은 일에도 마음이 쉽게 상하고 더 서럽게 느껴지며 눈물 또한 많아짐을 느낀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의 나이는 자꾸 높아만 가는데 마음의 나이는 예전 좋았던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사그라지지 않는 많은 욕망과,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이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지만 신체적 능력과 사회적위신이라는 제약으로 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인식할 때 나이가 먹었음을 느끼게 되며, 흥분된 감정을 억지로 추스르며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십대 후반 청춘이 되기 위한 격변의 시절인 사춘기를 보냈다면 그닥 젊지도 그닥 늙지도 않은 지금의 이 어정쩡함은 완성을 위한 사추기로 온 몸의 발란스가 변해가며 또 한 번 격정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어린 시절 가끔 듣던  “너도 내 나이 먹어 봐라 내 맘은 아직도 이팔청춘이다”라고 웃으시던 엄마의 그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며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읇조리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어디를 가도 선배보다는 후배들이 많아 졌으며 경고망동 할 수 있는 자리 또한 줄어들었다. 어릴 때는 그렇게 느리게 지나가던 하루가 이젠 아깝고 아쉬운 날이 더 많으며, 한주, 한 달, 일 년이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리는지 예전 어른들이 탄식처럼 하던 그 말들이 이제는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가끔 내게 다가올 나이든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초조감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세월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싶은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노파심에서다.
귀한 젊음과 맞바꾼 연륜이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며, 탐욕스럽게 변해 노후를 불행하게 보내는 많은 사람들을 봐온 까닭이다.

또 한해를 보내며 난 또 한 살의 세월의 나이를 먹는다.
내 생각과 마음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져서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고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지만 가끔 옹졸이라는 녀석이 친구하자고 은밀한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새해엔 마음의 나이는 한 살 덜고, 신체의 나이는 십년쯤 덜어내고,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세월의 나이는 한 살 더 먹어 은밀한 유혹에 빠지지 않게 단도리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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