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한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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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한류, 착각과 오해 그리고 진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6.09.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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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일시적 현상, 지속 여부는 장담 못해

한류(韓流)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유행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한류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그 중에서 중국에서의 한류 동향은 한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현지 공연 또는 중국 방송에 출연하는 등, 중국에서의 한류는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된다. 그래서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중국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을 자주 보도한다. 하지만 너무 과장되거나 시청자나 독자가 오해나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뻥튀기 보도도 쉽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좋은 게 좋은가 아닌가’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 기사를 읽거나 방송을 보는 한국민들이 오판하기 십상이다.

최근 가수 김종국 관련 어느 신문 기사는 ‘김종국, 전매특허 보이스로 대륙 정복’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가수가 중국 음반 차트 정상에 오르며 가수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김종국이 최근 발매한 중국어 음반이 3일 만에 조회수를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매체의 뻥튀기 보도
한국과 중국은 지난 1992년 8월 정식 수교를 맺고 경제와 문화를 비롯해 민간교류 등 다방면의 교류를 계속해 오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가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양 국 수교이후 10년이 지나면서부터다. 2005년 9월 중국 후난(湖南)위성TV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독점방영권을 확보했다. 후난위성TV는

독점방영 조건으로 800만 위안(우리돈 약 10억4천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방송사는 <대장금>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광고수입만 투자의 5배 가량인 4,000만 위안(우리 돈 52억원)을 벌여들였다. 그렇다면 한국 드라마<대장금>을 14억 중국인민들이 얼마나 시청했기에 그런 대박이 가능했을까? 당시 중국측 자료에 따르면 평균 시청률은 4.17%였다.

한국민들은 반신반의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TV 채널만 하더라도 현재 2천800개에 이른다. 그 당시에는 이보다 적은 수치였지만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은 높은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장금>이 중국인들에게 호의적으로만 비춰지지 않았다. 성룡 등 일부 연예인들은 <대장금> 출연진들의 복장에 대해 “중국의 전통의상을 베꼈다”, “침술도 중국에서 건너간 것”이라면 애써 폄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을 통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채롭다. 그 당시에 중국인들인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5편 중에 <대장금>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전에도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가 중국으로 건너갔다. 물론 중국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방영될 시기에 상하이를 간 적이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쓰촨성에서 여행 왔다는 30대 부부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한국드라마 얘기를 내가 꺼냈다. “한국 드라마를 보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들은 자연스럽게 “관심도 없고 해서 안본다”고 잘라 대답했다. 적어도 이들처럼 젊은 연령대라면 시청할 법도 한데 그게 아니었다.

14억 인구에 TV채널만 2천800개 육박
한국에서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보면 중국으로 수출된 한국 드라마에 대해 적어도 중국인 대부분은 알고 있고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 대륙의 2배의 영토에 56개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사는 중국은 그리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4년 전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륙 남쪽 윈난성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시골 마을 갔더니 한 노인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는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정서로는 중국인들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류는 일종의 한 나라의 대중문화 교류임은 틀림없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이 중국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동력이 됐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일시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에서 한류를 확산시키는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7월 이후부터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서울 명동의 가게는 예년보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한국 매체에서는 ‘한류 열풍’이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만 언제 갑자기 거품처럼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김종국, 전매특허 보이스로 대륙 정복’이라며 한국 신문들은 쉽게 제목을 달지만 ‘대륙 정복’이란 표현에 대해 자존심 강한 중국인들은 불쾌해 한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모르고 있다.

중국인들은 ‘겉과 속이 달라야 세련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비해 굉장히 신중하고 치밀한 사람들이다. 지난 2012년 매일경제신문에서 한류의 전망에 대해 외국인들의 반응을 설문 조사한 적이 있었다. 조사결과 외국인 10명 중 6명은 “한류는 5년 내에 끝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더라도 신중하고 치밀하다. 사드배치 결정 이후 지난 9월초 G20 정상회의가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다. 이때 한중 정상이 회담도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하는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전과는 다른 굳은 표정에서부터 사드배치 결정이후 중국의 반응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항저우가 일제치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곳이며 김구선생과 아들까지 언급했다. 무슨 의미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알았을까?

일본제국주의 맞선 역사의 현장을 언급한 것은 사드를 염두에 둔 치밀하게 준비된 중국정부의 멘트이다. 과거 중국과 한국민은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경고의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판분야 교류는 불평등 뚜렷
한국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착각과 오해가 존재한다. 한국민들이 보기에는 양 국간 문화교류가 ‘한국에서 중국으로’만 가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중문화로서의 한류를 제외한 다른 문화교류 분야는 정반대로 상황이다.

한류 이외의 문화교류는 역조현상, 그러니까 불평등 관계라고 해야 정확하다. 한국에서는 소설을 비롯한 중국작가들의 작품이 번역돼 서점가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작품이 중국에서 번역되고 팔리고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일까?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지극히 작은 규모만 중국에서 번역되고 있을 뿐이다.

대중문화인 한류를 제외한 분야인 교육과 번역 그리고 서적의 출판에서만 보더라도 한국과 중국은 불평등의 관계다. 한류는 대중문화에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마인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2명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나 문화적으로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5천년의 유구한 망망대해와 같은 중국역사나 문화규모가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평등하다고 봐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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