島島한 마을 활동가 전남 섬 가꾸기 전문위원 윤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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島島한 마을 활동가 전남 섬 가꾸기 전문위원 윤미숙
  • 최지우
  • 승인 2016.10.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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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 깨우고 꾸미는 것이 나의 일입니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그녀는 욕심 많은 똑 부러진 야무진 성격으로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다. 여느 여자처럼 결혼하고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진 않았다. 욕심 없이 세상을 관조하며 사는 게 좋았다. 넓디넓은 세상 여기저기 구경 다니며 새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제주도와 고향에서 언론사에 십 여 년, NGO에서 일했다. 배낭여행으로 지구촌을 쏘다니고, 전남은 수십 년 전부터 선호하는 여행지여서 안 가본 곳이 거의 없고 거문, 흑산, 우이도, 자은도, 영산도, 청산, 보길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도 찾아 다녔다. 그러다 서른 살 꽃다운 나이에 엄마가 쓰러졌다. 엄마사랑 가장 많이 받았던 4남매의 막내, 엄마 젖 만지며 엄마랑 평생 살리라 결심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낯선 땅 전남에서 섬 가꾸기 전문위원으로 열심히 전남 섬을 누비고 있다. 전남도에서 특별히 채용한 섬 가꾸기 전문위원이기 때문이다.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은 마을 활동가, 섬 가꾸기 전문위원 윤미숙 국장과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윤미숙 국장은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을 만들기, 특히 소외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러 넣기, 가고 싶은 섬, 명품마을 만들기 등 특화된 마을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가고싶은 섬 천사의 다리로 이어진 신안반월 ·박지도

- 가고 싶은 섬/ 섬 가꾸기 전문위원인데 구체적으로 소개를 한다면?

전남 도 민선6기 브랜드 시책인 ‘가고 싶은 섬’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열 개의 섬이 사업 대상지입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섬의 컨셉 발굴, 자원도 조사, 주민역량강화 교육, 기획에서 실행까지를 지원하고 있어요. 도와 시군행정과 주민사이에서 완충지대를 담당하고 있지요. 주로 섬마을에서 서식하고 있어서 육지에는 가끔 출몰합니다.

 

- 다도해 신안은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섬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섬이 역할을 다 하면서 관광객들이 찾는 섬이 되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신안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자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환경적 결함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상황이라는 역발상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섬은 육지를 흉내 내려는 순간 망하기 시작합니다. 하나씩의 보물을 정성껏 세공하고 꿰어서 신안군 전체를 섬이라는 보석 전시장으로 가야겠다는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지요. 단체장이 바뀔 때 마다 섬에 대한 정책이 연속성이 없이 바뀌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신안과 목포는 한 몸이라는 상황으로 상호 보완하는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섬으로 가는 배들이 많이 낡았는데, 섬 여행은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는 순간부터 여행의 시작입니다.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선박 교체도 우선 숙제라고 봅니다.

- 도심재생 전문가로 알려졌다. 황폐화된 원도심의 개발이 아닌 도심재생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과분한 말씀인데 사실 이 분야에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굳이 도시 재생의 미래상을 말한다면 거기 사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삶의 질이 좀 높아지고, 좀 더 행복해지는 것이겠지요. 전국의 원도심 혹은 구도심들이 신도시 발생으로 인해 공동화 되어가는 곳이 많습니다. 구도심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역사와 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정신적인 공간이지요. 신도시의 메마른 정서를 대신할 정 깊은 공간으로 가꾸어서 상권도 활기를 띠고 찾는 사람들도 즐거운 공간으로 부활이 필요한 곳이라고 봅니다. 다만 주제를 무엇으로 갈 것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겠지요. 디테일 있는 전략과 실행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수의 성공한 도시 재생사업들이 건물의 가치만 높여서 결국은 가난한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같은 경우도 미리 ‘마을 향약’ 등을 만들어서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운명공동체로 인식을 같이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속 깊은 전술이 필요합니다.

-통영시의 도시재생과 섬마을 가꾸기를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활동 사항을 설명해 달라

통영시에서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시민교육과 중장기 프로젝트로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지속가능 발전의 예를 실현해보고자 했습니다. 동피랑 벽화마을,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조성사업,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강구안 구도심재생, 서피랑 박경리 마을 기획 등등을 했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대부분 실패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을 휩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구안 구도심 재생사업과 동피랑 마을 만들기 사업은 유네스코 공식 인증 프로젝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 통영 동피랑 마을벽화

- 동피랑마을의 성공적인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는 전국적인 벽화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성공한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안다. 동피랑 마을의 성공비결은 무엇인가?

그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기획 당시부터 주민회의를 상설화하고, 주민 대표단과 벽화전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동안, 그리고 벽화축제를 마무리하고 마을을 운영하는 일까지 주민들이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지원 하는 일입니다. 동피랑은 년간 15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는데 지난 8년 동안 어려운 일도 무수히 많았어요. 그때마다 해답은 주민들, 즉 현장에 있습니다. 성공했다고 보는 관점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동피랑은 벽화를 2년마다 한 번씩 전부 교체한다는 점, 벽화와 주민이 따로 국밥이 아니라, 주민들의 벽화가 되도록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구성한다는 점. 운영이나 소득, 분배와 나눔도 동피랑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기업에서 한다는 점, 무엇보다 행정과 주민사이에 중간지원조직이 있었다는 것이 동피랑 마을 만들기의 강점이었다고 봅니다.

-현재 목포는 도시재생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목포의 도시재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일하는 분야가 그쪽이다 보니 목포 도시재생사업에 남다른 관심이 많습니다. 목포가 살아야 다도해의 섬들이 삽니다. 배후 도시가 활성화되어야 섬들도 활기를 띠게 되는 거죠. 섬과 인접한 뭍은 연인들과 같아서 분리가 불가능한 관계지요. 그런 점에서 목포 도시재생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도시재생, 섬 재생 등의 마을 만들기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중간지원조직이 탄탄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지치지 않고 밀고 끌고 나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도시 재생의 주제가 간결 선명해야 하고, 주민들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치밀한 전략이 밑바탕이 되어야겠지요. 목포시는 굉장한 가능성이 있는 곳입니다. 불 꺼진 항구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항구 도시로 불야성을 이룰만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 가고싶은 섬 관매도

-전세계적으로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태관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럽이나 선진국, 가까운 일본만 해도 약 이십 년 전부터 생태관광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지구촌의 여행시계는 그쪽으로 간지 오래지요. 전남의 순천만 같은 경우가 생태관광으로 성공한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갈대밭을 보전하자고 했을 때,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는데 지금의 순천만을 보면서 다른 시군에서도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생태관광의 진정한 의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본래 모습을 해치지 않는 것입니다. 고유한 생태계와 문화적 가치를 적극 존중하고, 약간 손질해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여행자들로 인해서 발생되는 수익이 외지 투자자들에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순환경제로 환원된다는 점에서 마땅하고 옳은 여행문화라고 봅니다. 지금 전라남도에서 적극 추진 중인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이 구체적인 생태관광의 맥락입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같은 점 다른 점을 꼽는다면?

아, 부산에서 목포까지 KTX가 놓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남의 평화롭고 아늑한 풍경과 깊은 맛을 동경하는 여행자들이 저쪽에 무수히 많습니다. 특히 경상남도 사람들은 멋과 맛을 찾아 여행하기를 유난히 즐겨하는 사람들인데 접근 시스템이 국가적 전략으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목포에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가자, 정도는 되어야합니다.

비슷한 점은 해양 도시와 섬들이 갖는 정서가 전혀 낯설지 않아요. 무뚝뚝하고 속정이 깊은 점도 닮았습니다. 외갓집에 온 것 같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중간지원 조직이 없다는 점입니다. 젊은이들의 부재와 연관되는 일이겠지만 지속가능발전 기구, 민관협치를 생산하는 시민그룹, 마을공동체 지원조직 등의 다양한 제3섹터 그룹들이 없는 점이 좀 다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다면?

지금 맡고 있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에 최선을 다하는 일입니다. 묻혀있는 섬들의 안부를 묻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는 일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섬 주민들이 왁자지껄 행복하고 여행자들이 감동하는 그런 마을로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틈틈이 전남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고요, 마지막 저의 꿈은 마을이장입니다.(하하하...)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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