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3인조 강도 살인 사건’ ‘무죄’ 확정 판결
상태바
삼례 ‘3인조 강도 살인 사건’ ‘무죄’ 확정 판결
  • 김인서
  • 승인 2016.10.29 0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사법기관의 정의를 묻는다
▲ 억울한 누명을 쓰고 17년만에 재심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마친 삼례 나라슈퍼 강도살인 피고인

검·경의 부실수사 논란과 억울하게 누명을 쓴 무고한 소년 세 명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 가버린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살인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17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변론을 맡은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전남 완도 출신)가 동행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재심의 무죄 판결로 ‘무기수 김신혜’ 사건 재심(해남 법원)과 ‘약촌 오거리 택시 강도 살인사건’의 재심 또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피고인들의 참혹했던 과거사가 선고 공판에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전남 완도 출신) 의 변론하에 낱낱이 드러나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되고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 피고인들과 그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사과의 말과 유감을 표명하며 “올해 초 실제 진범인 이모씨가 스스로 진범임을 밝힌 데다 이들의 무죄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누명을 쓴 삼례 3인조 피고들은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한 밤중 침입해 주인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최대열 씨 등 3명은 지난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히며 청춘을 비참하게 잃어버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전남 완도 출신)와의 동행으로 전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소위 이르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는 나이에 ‘옥살이’와 ‘살인자’라는 누명 속에 방랑과 혼돈에 시달려야 했던 이들은 17년 만에 무죄 판결로 누명을 벗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전주지법을 나섰다.

최대열씨는 “오늘 선고에서 무거운 짐을 벗게 됐다. 삼례 사건은 나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오늘 선고로 무거운 짐을 내리고 두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로 살아가겠다.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자녀들이 살인자의 자식이 아니게 된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했다.

최 씨가 진범으로 검거될 때 당시 최 씨의 어머니는 하반신 마비 1급 장애인, 아버지는 척주장애 5급 장애인이었던 상황이다.
그가 부모를 돌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교도소 복역을 피할 수 없었고 출소하고 얼마 뒤 부모는 숨졌다.

강인구씨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장애가 있었던 어린 동생을 돌보지 못했다. 출소한 지 얼마 안 돼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참으로 참담했다. 이제는 살림을 꾸려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앞으로 두 아이를 생각하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겠다. 도와준 가족과 국민께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인구 씨는 판결 직후 세 명 중 가장 많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상처는 다른 두 명 못지않게 컸다.
강 씨는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는 극약을 먹고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엄마를 죽인 놈'이라며 어린 강 씨를 타박하였다.
지적장애와 지독한 가난의 굴레 속에서 강 씨는 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임명선씨는 “지금 이 순간 복역 중에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장을 지키지 못한 게 사무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가 보셨으면 ‘고생했다’고 해주셨을 것 같다.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새 출발 하겠다. 고통 받는 속에서도 도와준 피해자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경찰에 체포당할 때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있었다. 임 씨는 끝내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고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무죄를 선고한 장찬 판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법원은 앞으로 지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방어권 보장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듭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본 재심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

이에 대해 '삼례 3인조'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전남 완도 출신)는 "이번 재심 결심 결정의 사유는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있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검찰은 항고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이 사건에 대해 무죄라는 결론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소 자체가 상식에 반하는 것이며 사건 책임자들이 왜 이런 범인을 조작하여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준 것이다. 정의를 얘기하자면 진범이 나타난 사건인데 왜 조작이 이뤄졌는지, 17년간 이 사람들이 왜 억울함을 풀지 못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과정에서 사건 관련 공무원 중 책임인 큰 사람들은 피고로 특정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무고한 이들이 이와 같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이날 법정에서 결정적 증인으로 나서준 사람은 바로 실제 진범 이 모씨이다.

이씨는 “진실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친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죄스런 심경을 밝혔다.

진범 3명 가운데 1명인 이 모씨는 재심 판결을 하루 앞둔 27일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주선으로 나라슈퍼 할머니의 딸 피해자 최성자씨와 조우하여 "그날 일은 모두 잊고 사셨으면 좋겠다. 삼례 애들도 우리 때문에 고생했는데 잊고 살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씨는 "이제는 용서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멀리까지 와줘서 감사하다"며 이씨에게 악수를 건넨 뒤 사과를 받아들였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무고하게 살인범으로 몰린 피고인들의 인생을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있느냐.’며 ‘사건에 관련하여 부실하게 수사한 경찰과 검찰을 지금이라도 철저히 수사하여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한편 무고한 ‘삼례 3인조 피고인들’과 ‘피해1자 유가족’은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청구를 할 예정이다.

 

김인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