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지에 묻히고 싶어" 권노갑, 마지막 유공자 보상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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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묘지에 묻히고 싶어" 권노갑, 마지막 유공자 보상 신청
  • 류정식
  • 승인 2016.12.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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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유공자 돼야 5·18묘지에 묻힐 수 있기에"
DJ '5·18 보상 신청'만류에 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소개


"광주에 묻히고 싶습니다"

팔순의 훌쩍 넘긴 노정객(老政客)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영원한 DJ(故 김대중 대통령)맨이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86)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 마지막 신청이 될 지도 모를 이번 제7차 보상을 통해서다.

그는 15일 오후 광주시청을 찾아 그를 따르거나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왔던 이훈평(73), 김태랑(73) 전 국회의원, 유훈근(76) 전 김대중 대통령 공보비서 등도 함께 관련자 심사를 받았다.

1990년 5·18 민주화 운동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6년 만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6년 만이다.

그동안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숨지거나 다치거나 구금, 연행된 피해자를 위한 보상은 이번까지 7차례 진행됐다.

8천721명이 신청해 5천517명이 관련성을 인정받아 보상을 받았다.

권 이사장의 이번 5·18 관련자 신청은 일반인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이사장은 16일 "이제 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 군부독재에 맞서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그분들의 곁에 묻히고 싶습니다. 신청을 해야 5·18묘지에 묻힐 수 있다고 해서…"며 입을 뗐다.

그동안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조용히 나를 부르더니 '자네하고 나는 5·18 관련해서 보상 신청을 하지 마세'라는 말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5.18 관련자 보상 신청은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2천800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였다.

권 이사장은 "대통령이 '신청을 하지 말자'고 말한 이유는 5·18이 정권 교체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보상의 의미가 필요 이상으로 강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쭉 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후배들도 내가 신청을 하지 않으니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으면서 국립 5·18묘지에 묻히기 위해서는 관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 광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5.18때 다친 부상자는 아니지만 5.18 당시 광주의 일을 미국 대사관이나 일본 대사관 등을 통해 외부에 알린 활동도 평가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함께 신청한 이 전 의원 등도 모두 자신 때문에 구속되거나 구금돼 큰 곤욕을 치렀다"는 권 이사장은 "동교동계 인사 중 아마도 자신이 마지막 신청자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성을 인정받게 되면 등급여부에 관계없이 보훈처의 심사를 거쳐 국립 5.18묘지에 안장된다.

권 이사장이 보상 신청한 내용은 이른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작된 DJ내란음모사건 연루 혐의로 1980년 9월께 남영동 대공분실에 연행·구금된 사건이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게 되면 위로금 100만원과 생활지원금 700만원, 구금 등을 당했을 경우 1일 기준 24만1천200원을 받게 된다.

유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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