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학자의 저출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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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학자의 저출산 대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2.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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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우리나라는 2015년 OECD 최저수준의 출산율 1.2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저출산 기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고, 이에 2006년 저출산·고령화 위원회가 출범되었다.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2016년 제3차 저출산·고령화 계획이 시행되었으나, 현재 시스템으로는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대로 저출산 추세가 유지되면 700여 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사라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저출산 문제의 중요성을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다른 분야 이슈들에 비해 시급성이 강조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와 주변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제 저출산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 근처에 왔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해결은 요원한 상태이다. 아베 정부는 향후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1억 총활약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꿈을 실현하는 육아지원’을 3대 핵심 정책수단으로 제시했다. 2015년에는 ‘1억 총활약 담당상(장관급)’을 새롭게 임명하였고, 세부적으로는 보육원 정비와 보육사 처우개선 등으로 2017년까지 보육아동 50만 명을 추가 수용하는 계획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보육원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2016년 2월, 한 엄마가 쓴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글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정부는 보육원 증설에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은 익명의 글이므로 진실인지 확인이 불가하다.”라는 관료적인 대답을 하였고, 분노한 일반 주부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일본정부의 현실파악이 미흡하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은 적이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지금 여기’의 사회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사회학자로서,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국가가 ‘보육원 의무 교육화’를 통해 아이를 키우면 된다는 해답을 제시한다. 그동안 각 가정과 여성 개인에게 미루어왔던 육아의 책임과 의무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감당함으로써 저출산 해소는 물론 사회 안전망 확충 및 국가경제 성장까지 이루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떠맡고 있는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촉구하며, 사회의 일꾼, 출산의 당사자, 소비의 주체로서 여성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보육원 의무 교육화를 통해 아동폭력이 경감되는 가정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비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비인지 능력’은 보육원 내 교류로 인해 생기는 사회성, 공감능력, 인내심 등을 뜻하며, 이를 통해 반사회적 성향을 낮춰 사회 안전망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보육원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 일본 사회의 육아 인식에 대한 변화도 촉구한다. 이를테면 전철을 탈 때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접지 않아도 되는 사회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폐끼침(메이와쿠, 迷惑)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사회문화가 육아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뜻한다.
 
역자는 일본 보육원에서 자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 비해 열악한 우리나라의 보육복지 상황에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저자는 현재 난관에 부딪쳐있지만 정부에서 추진한 ‘영·유아교육 무상화’가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즉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의 입장은 한일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한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여성이 사회의 주체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가 중대사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대효과를 내는 최소비용’의 정책일 수 있다. 효과에 대한 데이터가 자세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저출산 상황과 제시된 제안들은 많은 독자, 특히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어린이집에 아이와 동행하는 한 아빠의 입장에서, 행복하게 자라서 멋진 세상을 만들어 갈 아이들과 오늘도 묵묵히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들에 대해 고민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한국의 독자들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동욱 교토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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