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의 패인 : 조직과 일본사회의 미성숙이 낳은 비극, 태평양전쟁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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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의 패인 : 조직과 일본사회의 미성숙이 낳은 비극, 태평양전쟁의 패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2.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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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8일 일본 해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태평양전쟁의 막이 올랐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이 동남아시아의 자원을 확보하여 ‘자존자위’를 달성할 목적으로 개시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할 전쟁목적은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 패배와 12월 과달카날 섬 철수 결정을 계기로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천황제 수호라는 ‘국체호지’와 ‘황토보위’로 바뀌었다. 전쟁을 수단으로 자존자위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던 일본의 꿈은 전황이 나빠지면서 전쟁 자체가 목적이 된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1945년 9월 2일 일본이 미해군 전함 미주리호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함에 따라 4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태평양전쟁은 일본군과 민간인 3백여만 명의 희생자만 남긴 채 종결되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간의 합리적 결정론자들이 ‘물리적 힘의 논리’에 기초하여 패배 원인을 규명한 것은 환원주의적 오류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일본군의 패배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군 조직 내부와 군을 지탱하는 기초집단인 사회 속성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일본군 조직과 사회의 미성숙이 국가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고, 그 결과가 태평양전쟁의 패배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사회가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진화함에 따라 군대 역시 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는 집단으로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당시 일본은 여전히 적지 않은 공동사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단의 목적을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으며, 군 역시도 방향성을 상실해 기능집단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전투 자체가 목적인 기초집단에 안주하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평시 군 조직에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전황이 악화되자 수없이 불거져 나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군은 전쟁 중에 방어선을 축소하는 ‘절대국방권’을 선포함으로써 방어선 외곽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의 생존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억총옥쇄’(일본인 1억 사멸) 결의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군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기도 했다. 게다가 부상병은 후송하지 않는다는 ‘국토결전교령’을 전군에 하달해 전우애를 상실토록 했으며, 혈연과 지연을 기반으로 형성된 번벌을 배경으로 한 육해군의 심각한 대립은 효율적인 합동작전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사령관이 현장에서 직접 전황을 파악하려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었고, 참모의 하극상을 초래했던 엘리트에 대한 관리방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군 조직의 총체적 결함이 태평양전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사회의 미성숙은 군 조직으로 하여금 사회를 관리·운영하는 정치의 수단 중 하나가 군사라는 방정식을 부정하도록 하는 한편, 정치와 군사의 일체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치권력마저 통치하려는 정치개입 행위의 일상화를 초래하여 전쟁에서 참패했다고 보았다. 
 
저자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의 패인을 분석하는 틀로서 조직론과 사회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일본군의 패인은 제국 육해군이라는 조직, 그리고 일본 사회가 안고 있었던 결함의 투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이 새롭기는 하지만, 이 역시도 군 조직과 사회의 결함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정책결정의 주요인인 전장 환경 변화 자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원주의적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일본군의 패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군 조직과 사회의 결함들은 우리 군 조직과 사회의 결함들을 식별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특히 우리 군의 경우,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분단구조를 수단으로 ‘군사안보=국가안보’로 안보개념을 재구조화함으로써 문민통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군사안보정책 결정과정에서 비밀성과 일방성을 초래해 민주적 책임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또한 국가안보가 아닌 군사안보를 위해 국민의 희생이 강요되거나 사회 내의 이념적 분열이 조장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결함들을 식별하고 개선해낼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구비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군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부승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연세대학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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