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인가?
상태바
인류의 미래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3.21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피엔스의 미래-

이 책은 2015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의 주제 “인류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에 대한 찬반 토론경연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멍크 디베이트는 2008년부터 열린 지적 경연으로 연 2회 개최되며,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저명한 지식인들이 2인 1조가 되어 찬반 토론을 벌인다. 토론에 앞서 당일 주제에 대한 청중의 사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공개하고, 토론 후에 최종투표도 실시해서 그 결과를 발표한다. 토론을 주최한 오리아 재단 창업자인 피터 멍크는 “멍크 디베이트 시리즈의 목적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세계에 좀 더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한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이슈와 사건에 관한 인류 보편의 대화에 보다 편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러디어드 그리피스의 진행으로 찬성 측의 ‘스티븐 핑커(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매트 리들리(영국 상원의원, 과학 저널리스트)’, 그리고 반대 측의 ‘알랭 드 보통(작가)’, ‘말콤 글래드웰(경영저술가)’이 소개된다.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앞에는 더 나은 날이 펼쳐지게 될까? 인류 최대의 논제를 두고 네 명의 토론자들이 한 무대에서 공개 논쟁을 벌인다. 
 
찬성 측인 스티븐 핑커는 세계 운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우리 삶에서 긍정적 사실 10가지(인간의 생명, 건강, 물질적 번영, 평화, 안전, 자유, 지식, 인권, 성 평등, 지능)에 대해 분석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 세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류 미래에 대한 위협으로 핵무기와 기후변화를 지적한 후, 이 위협들은 국제적 협약과 첨단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에도 질병과 빈곤, 테러와 억압은 존재하겠지만, 그런 재앙들은 지금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다른 찬성 측의 매트 리들리는 인구 폭발, 기근, 환경오염과 같은 인류 미래의 위협적 경고가 거짓 경보였거나 심하게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인구 증가율은 줄어들고, 기술이 발전하여 농장의 수확량은 늘어나고, 많은 환경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환경보존운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숲과 야생동물이 늘어나고, 물과 공기도 더 깨끗해지고 있지만, 이러한 개선은 대부분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고 본다. ‘과거는 행복했지만 미래는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미래는 혁신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하여 첨단기술을 통한 세계적인 소통, 국제 무역 등으로 인류의 풍요로움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반대 측의 알랭 드 보통은 무지, 빈곤, 전쟁, 질병을 일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들의 견해에 대해 반박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이성에 의해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돈이 많다고 빈곤이 근절됐다고 볼 수 없으며, 전쟁이 없다고 인간의 저열함과 폭력, 잔인함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의료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죽음은 피할 수 없을뿐더러, 지상 낙원을 추구하는 완벽주의자들은 세상을 자주 망가뜨리고 파괴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인류의 진정한 진보를 바란다면 사람들이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반대 측의 말콤 글래드웰은 기술 발전에 의한 미래의 풍요는 일부 인정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기술 발전이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성능이 우수한 컴퓨터의 보급으로 개인들은 편리해졌지만, 이는 해킹 기술이 발전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누군가가 국가의 전기 기반시설에 침입해 일주일간 전력을 차단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또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하며 기근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유례없는 허리케인이나 온난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여러 사례를 들며 인류가 위험의 감축에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다.
 
책 말미에는 전문가 논평이 실려 있다. ‘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의 안보 연구원인 엘리 와인은 ‘미래 진보의 본질은 무엇으로 볼 것인가’와 ‘추론 과정이 타당한가’라는 두 가지 쟁점을 설명하며, 토론자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 또는 지지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과 비관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이 글을 읽다보면 직접 토론 현장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청중들의 사전투표 결과는 인류의 미래는 진보할 것이라는 낙관적 답변이 비관적 답변보다 많았는데, 토론 후 최종투표에서 낙관적 답변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서평자 : 최성부 용인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