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은 孝子, 두 며느리는 孝婦가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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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은 孝子, 두 며느리는 孝婦가 되거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4.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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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다산이야기

바야흐로 봄날은 무르익어 가는데, 세월은 정치의 계절이 되어 대통령 선거에 대한 기사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날이면 날마다 조용한 날이 없는 시절입니다. 선거도 잘 치러야 하고, 전직 대통령 재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원만하게 처리되기를 바라지만, 이제는 차분하게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습니다. 다산은 귀양살이 18년 동안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들의 대부분이 다산의 문집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산은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을 간절한 마음으로 아들들에게 당부하고 있는 내용을 많이 남겼습니다.

다산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기본적으로 인간의 윤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윤리의 근간이 효제(孝弟)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편지의 여러 곳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사이에 우애가 돈독해야 한다는 효제정신을 거듭거듭 가르쳐 주었습니다. 가족윤리의 근간인 효제정신이 제대로 회복되어야 파괴되어 가는 사회윤리가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기왕에 귀양살이하느라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아버지에게야 효도를 실행할 길이 없으므로 홀로 계시는 어머니에게 온갖 정성을 바쳐 효도에 힘쓰라는 가르침을 내렸습니다.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그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여인들은 의복이나 음식, 거처에 관심이 많으므로 어머니를 섬기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유의해야만 효성스럽게 섬길 수 있다. 『예기』의 「내칙(內則)」편에는 음식에 관한 것을 비롯해 작은 예절이 많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성인의 가르침이란 물정(物情)을 알게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지 결코 동떨어지고 미묘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음을 알게 한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p.43)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이란 부모의 뜻에 거슬리지 않는 일이 최고여서 음식·의복·주거·여행 등 화려하고 호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지만, 어머니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성에 어긋나지 않는 소소한 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니, 역시 다산의 실사구시적인 생각을 알아보기에 충분합니다. 사랑하고 그리운 아내에 대한 애정의 표시도 겉으로는 숨기면서, 내면으로는 아들들에게 어머니를 제대로 봉양해 드리라는 말로 자신의 뜻을 전하고 있는 점 또한 속 깊은 남편의 정을 느끼게 하니, 가족애를 중하게 여기는 다산의 윤리의식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효제 사상이 퇴색되어가고 가족윤리가 극도로 무너져가는 요즘, 그런 것들에 대한 회복과 새로운 정립 없이 어떻게 사회통합과 인간성 회복의 큰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겠는가요. 혈육 간의, 가족 간의 천륜(天倫)을 바르게 세워서 난잡하고 혼탁해진 세상이 바로잡혀, 가정의 안정이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산이 편지의 결론으로 언급한 부분이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두 아들이 효자가 되고 두 며느리가 효부가 된다면 나야 유배지인 강진에서 이대로 늙어 죽는다 해도 아무런 유감이 없겠다. 힘쓸지어다”(使二子 得成孝子 而二婦成孝婦 則吾老於金陵 猶之無憾 其勉之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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