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0일 간의 긴 수학여행 끝내고 안치, 신외항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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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일 간의 긴 수학여행 끝내고 안치, 신외항을 가다
  • 최지우
  • 승인 2017.04.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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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애절한 마지막 기다림의 절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목포시민신문=최지우기자]3년만의 긴 항해를 끝내고 목포 신외항에 처참한 모습으로 거치되어 있는 세월호.

온 국민의 경악과 슬픔, 분노와 치욕, 그리고 간절한 소식을 담고 무심히 누워있는 세월호의 거대한 모습과 마주한 지난 7일…그날은 연이틀 내리던 비가 개이고 흐린 하늘이 점점 맑아 오고 있었다.

국가항만 시설이라는 이유로 철저히 해양수산부의 통제를 받는 공동취재단 일원으로 신외항 정문에서 부표를 지급받아 신 외항으로 들어갔다.

이날은 세월호 내부를 본격적으로 수색하기에 앞서 사전조사가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넓은 항만에 군데군데 쌓여있는 하역물품과 멀리 야속하게 드러누워 있는 세월호를 마주하며 먹먹한 심정으로 바닷가를 향했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수많은 사연을 품고 생명을 다한 마지막 처참한 모습으로 반잠수식 선박위에 놓여있는 세월호는 유가족들에게는 꼴보기 싫은 괴물로 비춰질 것이다.

세월호에 가까이 갈수록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뻘 냄새가 심하게 났다. 뻘이 담긴 포대들이 파란색 비닐천에 덮힌 상태로 밖에 나와 있고 오랜 시간 뻘에 묻혀 있던 세월호에서 나는 듯했다.

육상으로 이동중인 세월호.

삼삼오오 모여서 코리아 셀비지 직원들의 사전 수색 작업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의 얼굴엔 오랜 기다림의 상흔으로 생기를 잃은지 오래다.

“저 배안에 내 새끼가 있을 텐데 ...어서 빨리 꺼내서 편하게 해 줘야 할텐데... 그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바라보기라도 하고 싶은데 ...”미수습자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정작 가족들은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신외항 출입이 허용 된다.

매년 피어나는 꽃들이 올해도 전국 지천에 넘쳐나고 꽃구경 인파가 도로 가득 넘쳐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 가슴에는 꽁꽁 언 겨울 찬바람에 시들어가는 여린 나무만 존재할 뿐이다.

유가족들은 여기저기 다니며 코리아 셀비지 직원들과 상하이 셀비지 직원들의 작업과정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아마도 모든 작업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추정 된다.

이날 작업은 선체정리 업체인 코리아셀비지 직원 네 명이 세월호 선수 좌현 4층 A데크를 통해 선체 안으로 들어가 1시간 30분가량 본격적인 수색을 위한 진입로 확보를 위한 사전작업이 이루어 졌다. 전후좌우 3-4m 간격으로 안으로 들어가고 이상이 없으면 다시 앞으로 3-4m를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월호가 잘 보이는 곳에 쭈그리고 않아 작업 장면을 지켜보던 가족 중 한분이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며 눈물을 보였다. 울어도 울어도 마르지 않는 눈물.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노란조끼 뒷면에 선명하게 찍힌  로고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세월호로 희생된 가족이 입은 조끼에 씌여진 말이 심금을 울린다.

여기저기 취재에 열중하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가족 중 한분이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왔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게 뭐 중요하냐. 우리는 아무래도 괜찮다. 진짜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며 황망해 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가 거치되어 있는 신외항 도로에 컨테이너를 설치 거주하고 있다.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먹고 있지만 살기위해 아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법칙일 뿐이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목포 신외항을 찾아주고 있고 전국에서 필요한 물품기증도 잇따르고 있다. 다 같이 자식을 읽은 비통한 심정이 되어 그들을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과 진심어린 걱정이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인지 모른다.

철제 펜스에 전국민이 하나씩 단 노란 리본.

지난 9일 1090일 만에 무게 1만7000t으로 추정되는 세월호는 '모듈 트랜스포터' 600축에 위해 4시간 30분만에 무사히 양륙이 완료됐고, 지난 10일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이 사실상 완료 됐다고 밝혔다.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들.

본격적인 수색은 세월호 침몰 3주기인 16일 전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세월호 선체 외부를 세척하고, 내부 방역작업,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측정, 안전도 검사 등을 진행해야 해서다. 이철조 본부장은 "준비작업을 약 일주일간 진행해야 수색이 가능할 것”이라며 “작업 중에 선체 수색을 위한 준비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한켠에 마련된 칠판에 노란리본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일반인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2014년 4월15일 오후 9시 인천항을 출항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출항 12시간만인 16일 오전 8시5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침몰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확한 침몰 원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공동취재반 최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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