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이 풀리는 세상을 만들어야
상태바
억울함이 풀리는 세상을 만들어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7.04.19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다산이야기

“지극히 원통한 일을 당하여 하늘에 호소해도 응답이 없고, 땅에 호소해도 응답이 없으며, 부모에게 호소해도 역시 응답이 없는데 홀연히 한 사람의 형관(刑官)이 있어 사건 기록을 면밀히 조사하여 그 뿌리까지 밝혀내서 죄 없는 보통사람으로 풀어내 준 뒤에야 형관의 높음을 안다”(至大痛 呼天不應 呼地不應 呼父母亦不應 忽有一官人 閱案根 解作無罪平人 然後知刑官之尊:「斷獄」) “지극히 천하여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없는 사람들이 일반 백성들이다”(至賤無告者 小民也:「文報」)

다산이 살아가던 시대에도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나 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은 없을까요. 며칠 전 4월 9일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1975년 4월 9일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라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고 대법원 사형선고 하루도 지나지 않은 꼭두새벽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던 8명의 4·9열사 추모식이 서울시청 다목적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대표적인 사법살인의 상징이라고 말해지는 4·9열사의 추모식! 뒷자리에 앉아서 진행되는 추모식을 지켜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벌써 42년 전의 일이어서 당시의 일들이 아련하게 생각되지만 독재체제의 강고화와 정권안보를 위해 무고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그렇게 무참히 목을 베는 만행을 저지른 독재자의 딸은 대통령까지 되었고, 그는 아직도 나라의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에게서는 민족중흥의 영웅으로 대접을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죽은 자들의 억울함은 정말로 풀릴 길이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빠져들어 더욱 분노는 참을 길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우리 국민들을 그렇게 억울하게 만들었던 독재자들은 전혀 죄값을 치루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며 독재를 산업화니 근대화니 경제부흥이니 라는 업적으로 치켜세우며 민족영웅의 대열에서 빠질 줄을 모르고 있으니, 억울하게 죽었거나 숱한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풀릴 수 있을까요.

다산은 형벌이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간절히 바라서 지은 『흠흠신서(欽欽新書)』의 저술목적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라서이다”(冀其無?枉:「自撰墓誌銘」)라고 말하여, 불쌍한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뜻에서 그런 저술을 했노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다산은 『목민심서』의 곳곳에서 목민관이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백성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고을을 다스려야 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일제치하 36년, 조선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을까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함은 말해서 무엇할까요. 이승만 정권 이후 빨갱이다, 좌익이다, 친북이다 라며 누명을 쓰고 죽어간 그 수 많은 억울한 사람들, 군사독재 시절 이후 정권안보와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희생당한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 세월호 유가족들의 억울함, 언제쯤 그들의 한과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요. 제발 새로 들어서는 정권은 그런 사람들의 한과 억울함을 풀어주고, 다시는 그런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을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