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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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9.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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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둥둥!내강아지, 할머니의 바람
▲ 이성관 동요작가

혼자 사는 집

산골마을 외딴집 혼자 사는 집
자식들 하나같이 떠나버리고
할머니만 혼자서 살고 있는 집

밤이면 달빛 타고, 별빛을 타고
훠월훨 새가 되어 날고 싶지만
손마디 무릎이며 굽은 허리에
얼마나 외로울까, 힘이 드실까

산마을 겨울밤은 깊어 가는데
휘잉휭 찬바람만 불어대는데
호올로 기인 밤을 뒤척거리며
할머니만 혼자서 살고 있는 집

외딴집이 아닙니다.
지금. 아니, 수 년 전부터 시골마을은 혼자 사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사는 집이 아닙니다.
자식들 하나같이 도시로 도시로 떠나버리고 어르신들만 혼자서 살고 있는 집입니다.

마음이야 오매불망 사랑하는 자식들과 가까이라도 함께 살고싶지만.
갈 수가 없어서, 떠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남아 빈 집을 지키고 있는 시골의 어르신들.
한낮이 지나고 사위(四圍)가 적막한 밤이 오면, 견디기 힘든 외로움에 꿈속에라도 자식들을 만나고 싶어 달빛 타고 별빛을 타고 날아가고 싶지만, 젊은 시절 자식들 뒷바라지로 힘든 농사일에 이제는 몸이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말이 아닌 시골의 어르신들.  

깊은 산골이나 외딴 마을의 밤 풍경은 마을 앞이며 골목길에 인적이 드물어,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 정도로 깊은 적막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방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들만큼의 희미한 전등불.

한낮. 힘든 농사일에도 불구하고 밤 깊도록 집집마다 골목마다 왁자하게 새어나오던 풍경들이 그리운지, 건드리면 째앵! 하고 황금빛 쇳소리가 들릴 것 같은 달빛 하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쭈우욱 온 몸이 빨려들 듯 한 밤하늘 성운(星雲)!

어린 시절 밤마다 펼쳐지던 오색 꿈의 향연. 저마다 자신의 소원을 빌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친구가 되고 부모가 되고 형과 아우가 되어 밤을 새며 끝없는 얘기를 나누었던 달님 별님의 눈길마저 흥건히 흥건히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얼마나 외로울까요.
자식들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듯// 금이야! / 옥이야// 어허! 둥둥 /내 강아지.(졸시 손자 전문)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뉘(싫증)가 나지 않는다.
’는,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손자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요.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날이나 추석절 등의 큰 명절이 돌아오면 바람처럼 슬쩍 왔다가 바쁘다는 말 한 마디로 이내 금방 훌쩍 떠나버리고 마는 도회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

아이들 울음소리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고, 마을 어디를 가나 오륙십 대들은 어르신 축에 끼일 수도 없다고 할 만큼 고령화 되어가는 시골 사람들.

이 마저도 앞으로 세월이 몇 년 더 지나면 이 분들의 빈자리를 누가 메워줄 수나 있을런지. 으스스한 기운마저 감도는 빈집은 물론이요, 손길이 부족하여 잡초가 뒤덮여진 농토가 늘어나고 있으며, 산 속에 안장되어 있는 봉분(封墳)은 잡초며 수목으로 우거질 대로 우거져 성묫길마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로 변하고 있습니다.
 
영희 순희 철수 경수. 성식이 경화 동규 정애---. 
이름만 들어도 와락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꼬옥 안고 뒹굴고픈 소꿉동무들의 얼굴이 그려지는 초등학교 동창생들. 봄철의 학예회 하며. 코스모스 피어나는 가을이 오면, 학생들은 물론이요, 만국기 휘날리며 새벽부터 온 마을에 울려 퍼지던 확성기 소리 따라 새벽부터 설레이는 마음 달래가며 곱게 곱게 차려입고 학굣길로 향하던 마을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던 시골학교 대운동회!

내 편 네 편, 이 마을 저 마을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를  목이 터져라 외쳐대며 쪽빛 가을하늘 높이높이 꿈의 향연을 펼치곤 하였던, 가을 운동회의 열정과 낭만을 이젠 세상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농춘을 살릴 수는 없을까요.
떠나간 발길들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요
그리하여, 울타리 담장 새로 밥 짓는 저녁연기 피어오르고, 떼 지어 조무래기들의 뛰노는 소리가 마을 가득 노래처럼 들려오던 그 시절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최근 도시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여기에 ‘슬로시티’ ‘힐링’ 등의 바람을 타고 자연에 대한 향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발맞추어 여러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귀농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오랜 만에 들려오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지요.
문제는 환경이 아닐까요. 환경만 제대로 갖추어 진다면 오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저절로 귀농인구가 늘어가지 않을까요.
 
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가깝게 만이라도 실정에 맞는 문화시설, 교육이며 위생시설, 복지제도 등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추어 진다면 저절로 귀농의 발길이 늘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말로만의 농촌 살리기가 아닌 농촌을 실제로 살릴 수 있는 치밀한 정책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제까지 떠나는 발길이 아닌 돌아오는 발길로 살기 좋은 낙원·우리들의 농·산·어촌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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