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대 김수인, 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관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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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대 김수인, 대학생 국토대장정 참관기-3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9.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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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 대학생 국토대장정 단원들이 손을들어 환호하고 있다.

함께여서 느낄수 있는 동지애
평생 든든한  내편 가족애 확인

600리가 넘은 길을 두 발로 걸어왔다. 드디어 부모님과의 만남이다. 오전 행진을 마친 후, 점심을 먹고 우리는 부모님과의 만날 장소에서 기다렸다. 사정상 우리 부모님은 오실 수 없었지만 그래도 행사이다 보니 마음이 들뜨고 남자친구가 대신 온다는 말에 고마웠다.

기다리는 동안, 이제껏 걸어오면서 마음에 담아두던 부모님 생각이 절실했다. 끝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한바탕 눈물을 쏟아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저 멀리서 부모님들이 일제히 달려오시고 우리들 또한 부모님을 향해 달려 나갔다. 

대원들의 씩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부모님 앞에선 모두 어린아이가 되었다. 열흘 새 새까맣게 변해 버린 나를 본 남자친구는 처음엔 나인지 잘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끝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이내 말없이 꼭 안아주었다. 남자친구가 건네 준 휴대폰 넘어 어머니의 목소리만으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겐 그늘이며 쉴 곳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젠 내가 부모님의 길에 하늘이 되어드리리라. 믿음직한 딸로서 완주해야할 명분이 하나 더 늘은 셈이다.

모든 부모님이 우리의 한 부모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걷는 내내 전해져왔다. 부모님들은 기꺼이 자녀들의 배낭을 메고 그 길을 함께 걸으셨다. 아니, 어쩌면 지금껏 마음으로 함께 걸어오셨을 것이다. 남자친구도 나의 무거운 배낭을 묵묵히 짊어지고 함께했다. 걷는 내내, 끝없는 대열들과 수많이 사람들이 하나로 느껴지는 이 감정이 참 특별했다. 하나임이 전해질수록 걸을 힘이 쏟아났다. 출정식 때 들었던 인디언 속담이 가슴에 울렸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행복하게 멀리 간다.’ 그래, 어느새 나는 행복을 안고 멀리와 있었다. 

▲ 나뭇잎으로 만든 '화이팅'글자 옆을 지나는 단원들

그렇게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이 끝나고 우리의 행진은 다시 시작되었다. 580.6Km의 반 이상을 걸어온 이상 이제는 돌아갈 길도 없고, 돌아 설 수도 없다. 허나 우리를 기다리는 최대의 난코스가 있었으니……. 바로 철갑산 자락이었다. 이걸 넘어야만 청양군을 지나칠 수 있었다. 불볕더위와 함께 가파른 오르막길은 한계에 이를 정도로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길 수차례. 정신력이 밑바닥으로 치닫는 무렵, 나도 모르게 악을 질렀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악을 지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떨어뜨려진 고개를 바로 들고 앞을 향한 내 시선에는 지금까지의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악바리가 되어 산 하나를 넘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가쁜 숨을 호흡해가며 조절했다. 점차 안정이 되고 이제 끝인가 싶을 무렵에 난 차마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마주해야만 했다. 다시 한 번의 고비를 예견하는 오르막길. 또 한 번의 산을 넘어야했다. 저 멀리 오르막길을 본 순간부터 내 심장은 두방망이질을 해왔고 호흡마저 거칠어 졌다. 겁을 먹은 것이다. 그 순간, 대장정을 하면서 늘 오르막길만 눈에 보이면 미리 난 겁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또 늘 그래왔듯 겁먹은 것에 비해 마지막 한 고비도 강인하게 이겨냈다.

인생을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대장정을 통해 느끼며 우리는 한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고비를 넘고 아픔을 나누면서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갔다. 처음에는 내가 내 발로 여수부터 서울까지 대장정을 완주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는데, 혼자였으면 결코 못할 일이라는 것을 걸을수록 깨달았다. 결코 혼자가 아닌 단 한명의 대원이라도 하나임을 절실히 느꼈다. 또 하나,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43kg의 작은 체구만큼이나 나는 늘 스스로가 나약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한계에 직면할 때 마다, 무척 강인한 사람이라는 것에 스스로가 놀랐다. 그리고 알았다. 눈앞에 펼쳐진 큰 산을 보고 미리 겁먹는 것처럼 난 늘 도전해보기도 전에 뒷걸음질 쳤다는 것을……. 이제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엄습해오는 두려움보다 강인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설렘으로 출발해 아픔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 우리는 완주를 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지치고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면 또다시 자신의 두 발을 믿고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힘을 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완주의 하루전날이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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