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만발 목포혜인여자중학교 4년째 착한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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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만발 목포혜인여자중학교 4년째 착한 기부
  • 이효빈
  • 승인 2017.06.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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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바자회를 아시나요?"
▲ 목포혜인여자중학교 바자회를 이끈 학생회 임원들 20명과 담담 선생님인 이지훈 교목, 이기쁨 선생이 목포이랜드노인복지관에 300만원 기부 기념촬영을 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목포시민신문=이효빈기자]우리나라 역사를 뒤돌아보면, 중요한 순간에 어른들보다 먼저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며 목소리를 내온 건 다름 아닌 어린 학생들이였다.       

2014년 4월 16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전 국민들에게 또렷한 기억으로 각인된 숫자이다. 참담함의 무게로 시민들의 마음을 짓눌렀던 '세월호'가 침몰된 날이기 때문이다. 무고한 학생들이 정부의 무능력에 희생된 세월호가 지난 3월 31일 목포 신항으로 거치되었다.

그 이전인 3월 8일, 목포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소속된 '세월호 잊지않기 공동실천 시민회의'가 출범되며 지역사회에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2014년도부터 지금까지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취지로 매년 바자회와 음악회를 개최한 학교가 있어 지역사회에 따뜻한 사랑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감동의 주인공은 바로 목포혜인여자중학교(교장 김무순) 학생들이다.

음악회는 세월호 희생가족들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며, 바자회로 나온 수익금은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중요한 것은 학생자치회 임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행사들을 주관하고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 마음결 바자회때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혜인여중 학생들 모습.

이 기특하고 속 깊은 학생들을 만나 못다 한 뒷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학생들의 진솔하고 소박한 이야기들과 솔직한 언행으로  인터뷰는 유쾌한 분위기에 시종일관 진행됐다.

"바자회를 진행하면서 제일 보람찼던 건 바자회 현장 한 켠에 위치해 놓은 세월호 리본 부스에요. 사람들이 리본을 하나씩 가져가 바자회 내내 달고 있던 모습을 보면서 왜인지 모르게 뿌듯하더라구요" 2학년 학생회부회장 이성현 학생의 말이다.

언니,동생들과 2주가량 매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면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포스터, 바자회에서 일반 현금되신 통용되는 공용화폐, 바자회를 홍보하고 알리는 PPT, 부스설치, 물품 수거, 물품 정리, 정산까지 어린 학생들이 마무리한 일들은 전혀 어리지 않다.

4회째 개최하기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 받은 것일까?

이에 3학년 전교부회장 추수아 학생은 "저희가 1학년, 2학년 때 선배들이 바자회를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드렸거든요. 그 때에 어떻게 회의했고 일을 진행했는지 떠올리면서 바자회를 열었어요"라며 후련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의자랑 책상을 바자회가 열리는 체육관 강당으로 옮기는 일은 아,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옮겨 놓은 책상과 의자에서 세월호 리본들도 나눠주고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어요" 3학년 학생회 간부인 박지윤 학생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점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 사진 左부터 3학년 종교부장 김효선학생, 전교부회장 추수아 학생, 3학년 학생회 간부 박지윤 학생이 바자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에 기쁨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자회가 끝난 뒤, 모금된 기금은 내부의 치열한 회의를 거쳤다. 주변의 여러 불우한 이웃들 중 이 기금이 누구에게 전달되야 의미 있는 기부가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였다. 독거노인, 또래학생 중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 위안부 할머니들, 조손 가정등 많은 의견 중에 채택된 건 독거노인 어르신들이다.

위안부할머니들과 독거노인 어르신들, 이 둘 중 누구에게 기부해야하는가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지만 학교측의 위안부할머니들에게 기부한다면 어린 학생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외부인들에게 정치적인 논쟁거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독거노인 어르신들로 기울어졌다고 한다.

이에 이랜드노인복지관을 방문해 3,000,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하면서 사회복지사분들과 학생회 임원 20명 전부는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활동을 한 뒤 학생들은 한동안 슬픔에 휩싸였단다.

무거운 분위기의 봉사활동 현장에서 학생들이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당장에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재롱을 피우는 것이었다.

3학년 전교부회장 추수아학생과 3학년 학생회간부 박지윤 학생은 "할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트로트 노래를 다 같이 불러드렸는데, 할머니께서 박수치시면서 너무 좋아하셔서 2절까지 완창 했어요!"라며 뿌듯한 목소리로 자랑했다.(인터뷰 현장에서 그 날의 노래를 3학년 종교부장 김효선 학생과 같이 재현한 건 덤이였다.)    

효선학생은 봉사활동을 간 학생들 중 특히 눈물을 많이 흘린 학생이다. 본인이 간 독거노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지에 홀로 계시는 효선학생의 외할머니가 연상이 돼 쉼 없이 눈물이 나왔단다.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슬픔을 느꼈던 부분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였다. 눈에 직접 마주한 참담한 어르신들의 주거환경과 현실과 본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대입해서 독거노인들을 바라본 것이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소외계층들의 밑바닥을 목격한 학생들은 측은함과 안타까움의 기로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마주했다.

▲ 인터뷰가 끝난 후, 기념촬영.(사진左부터 3학년 김효선, 추수아, 박지윤 학생)

바자회를 담당했던 목포혜인여자중학교 이지훈 교목은 "세월호에 대한 아픔들이나 슬픔들을 기억하되, 우리 주변에 관심 갖지 못하는 이웃들이 잊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행사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나눔이 힘들고 의무적인 것이 아닌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활동으로 학생들이 느꼈으면 했습니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돈만 기부하는게 아니라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정서적인 위안과 자기성찰에 발판을 구축하는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목포혜인여자중학교 학생들의 기특하면서 감동적인 바자회와 음악회 행사.

이번 행사들로 학생들에게는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독거노인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어 어린 학생들이 후에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마음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이효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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