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노동부장관 내정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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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노동부장관 내정에 담긴 뜻
  • 류용철
  • 승인 2017.08.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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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운동 통한 근성과 소통, 협치 정신의 승리
▲ 목포시민신문 유용철 대표이사.

농구선수 출신의 김영주 3선 국희의원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청문회가 이달 11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장관 내정 사실을 놓고 집권 여당의 현역의원 불패 ,인간 승리, 또는 유리천장을 뚫은 여장부 등등  하며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평범한 중고등학교 농구선수에서 실업팀선수, 은행원 변신, 은행 노조 분회장에서 금융노련 임원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를 거쳐 지역구 재선 의원에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까지. 김 내정자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어쩌면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로도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유명한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이 일반적으로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정당의 일회용 선물(?)에 만족하고 끝나는 것과는 달리 김 장관 내정자는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18대 총선의 한차례 패배를 딛고 19대, 20대 총선에서 내리 재선을 했다는 사실이다. 김 내정자를 비교적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만든 요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김 내정자 본인의 뼈를 깎는 노력의 산물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을 본질적으로 뒷받침 해 준 것은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면서 얻은 지식 공부나 뛰어난 처세술이 아니고 중고등학교와 실업팀 농구의 단체경기 과정에서 다듬어진 근성과 소통, 협치 정신의 결과라는 생각이다.

출세의 지름길로 불려지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출신도 아닌 농구선수 출신의 김 내정자가 경기장과 훈련장 마루바닥에서 흘렸을 땀과 눈물의 결과가 자신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정신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누구보다도 적재적소의 적응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사실 공부는 이성의 산물이지 감성은 아니다. 역으로 운동은 감성과 배려의 산물이지 이성의 산물은 아니다. 물론 70년대 중고 교실에서는 극히 드물게 선생님들이 큰소리를 치며 분필과 칠판닦이를 학생들에게 던지는 감정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차분한 목소리로 학생들의 배움을 이끌었다. 반면 운동경기 특히 몸과 몸이 부딪치는 축구와 농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는 칭찬과 비판이 때로는 욕설과 고성을 통해 이뤄지는 감성과 감정이 지배적이다.

팀을 관리하는 감독과 코치에서부터 같이 경기를 끌어가는 선수들끼리도 칭찬과 함께 심하게는 낯 뜨거운 욕설 등 큰소리가 나는 감성과 감정이 판치는 것이 바로 구기 운동이다. 그래서 운동경기는 선수와 관중을 흥분하게 하는 야성의 마약으로도 불리운다. 핵심은 치열한 경기가 끝난 뒤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서로를 격려하는 뒤풀이가 있느냐 없느냐는 선수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운동경기는 승리가 우선임에는 틀림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패배한 중 고등학교 선수들을 경기장에 일렬로 세운 뒤 관중이나 심지어 선수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발길로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폭력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지만. 그걸 보고 겪고 자란 선수들이 미래 지도자가 되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란 법은 없다.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목포시내 한 고등학교 운동부 코치가 수업이 끝난 뒤 운동부 합숙소 지도실에서 학생선수의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등 손찌검을 해 말썽이 난 우울한 소식도 전해진다.

우리는 운동의 리더십하면  한국 축구팀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단연 떠오른다. 당시 운동만이 아닌 정치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히딩크 배우기 열풍이 일기도 했다. 그 유명한 “injoy! injoy! injoy!”(즐겨라! 즐겨라! 즐겨라!)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과연 히딩크는 통이 낮고 항상 웃는 목소리를 통해 경기 중인 선수들을 이성의 리더십으로 이끌었을까?

아니다! 경기 중에도 괴성! 큰 소리를 지르고 온 몸을 뒤흔들며 선수들의 경기를 비판하고 박수치며 칭찬하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분명히 보았다. 히딩크 감독 역시 감성과 감정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신사처럼 행동하는 국내 감독들과 차이가 있다면 경기가 끝난 뒤 승패를 떠나 선수들을 격려하며 비판받은 선수들의 감성을 풀어준 배려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방향으로 흘렀지만 김영주 장관 내정자에게도 중고 실업팀 농구선수 시절 감성과 배려심을 갖춘 훌륭한 코치나 감독 그리고 동료선수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할 지도자나 동료들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 중에 받았던 질책을 풀어주는 격려는 몸을 부딪치며 욕설과 칭찬이 야성적으로 난무하고 격렬한 감정과 감성이 교차하는 운동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는 다음 경기만이 아닌 그 선수들의 장래 스포츠 지도자 또는 스포츠와 다른 활동분야에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감과 배려 그리고 협치를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스포츠는 공부와는 다른 감성의 배움터이다. 요즘 형제자매가 없어 화(분노)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는 초중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왕따도 이런 감성과 감정에 대한 배움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줄지 않고 있다고 본다. 감성과 감정은 공부만을 통해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학력 공부도 중요하지만 각종 단체 구기운동을 통해 마음을 조절하고 배려심과 협치 정신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목포의 행정가, 교육자,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요청하고 싶다. 때로는 자녀들을 스포츠 지도자가 있는 동네나 각종 아마츄어 운동단체에 내보내 신체와 감성을 단련시켜 이 지역 이 나라의 내실있고 든든한 기둥을 만드는 배려와 협치의 실마리를 만들어보자. 
편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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